오늘의 시, 그날의 기억
그날의 기억
할머니 무릎에 앉아서
말린 곶감을 먹으면
일어나서 먹으라 타박하시면서도
웃으며 천천히 먹으라 말하시던 모습
추운 겨울,
화롯불에 구워 먹던 고구마와 군밤
일일이 손으로 까 주시며
어서 먹으라 재촉하시던 목소리
긴 밤, 잠이 오지 않는다 하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해 주시던
옛날이야기는 동화책과 사뭇 달랐으나,
그 어떤 이야기보다 재미있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사람
지금은 액자 속에서 웃고 있는 사람
지금은 들을 수 없는 목소리
그래서 더 보고 싶은 사람.
기억은 최고의 글감이죠. 굳이 찾으러 나설 필요도 없고, 머릿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 경험을 토대로 글로 써내려 가면 되니까요.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때의 감정들이 새록새록 살아나고, 미처 잊고 있던 것까지 기억해 낼 수도 있죠.
이 글은 어릴 적 제 기억에서 꺼낸 것이죠. 시골 외할머니는 항상 저희가 가면 시골에서만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많이 해주셨죠. 옛날이야기는 상상이지만, 이야기는 종종 해주셨어요. 이솝 우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엄마의 어린 시절 같은 추억거리를 들을 수 있었죠. 친할머니는 찰떡을 자주 해주신 기억이 있네요. 명절에 남은 음식으로 새로운 요리를 많이 만들어 주셨는데, 지나고 나니 그리움을 더한 추억이 되었네요.
여러분은 그런 기억 없나요? 당연히 같은 기억은 없겠죠. 그래서 더 다양한 글이 나오지 않을까요? 글 하나만 본다면 글 쓴 사람의 인적 사항은 나오지 않아요. 추측을 할 수 있어도 정확하지는 않죠. 그렇다고 거짓으로 쓰라는 말은 아니에요. 허구가 아닌 있을 법한 이야기를 쓰라는 거예요.
저는 옛날이야기를 하듯 글을 썼어요. 누군가에게 저의 예 추억을 공유한다는 느낌으로 말이죠. 기억 속의 한 부부만 꺼내서 그걸 글감으로 삼는 거죠. 할머니와 있었던 일들을 각 행에 넣어서 그리움이라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저 글의 요지예요. 동시에 과거형이 되기 전에 후회하지 않고 사랑하라는 말도 들어있어요.
기억 속의 추억, 그리움, 연민 그 모든 것이 글감이에요. 생각 이상으로 가까운 곳에 있지 않나요? 지금 눈을 감고 생각해 보세요. 글로 쓰고 싶은 기억이 생각났다면 바로 시작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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