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루하 Jun 24. 2024

06화 흔함을 지나치지 마라

오늘의 시, 기도

기도

     

나의 천사여

하루를 살아갈 힘을 주소서.

지쳐 쓰러지지 않을

지혜를 주시고,

넘어진다고 하더라도

숨 한번 크게 쉬고 일어나게 해 주소서.

나의 천사여!

나의 믿음을 저버리지 말아 주소서.

어떤 힘든 일이라도

당신을 잊지 않게 하시고,

삶에 지친 날에

쉼을 주소서.


가장 흔한 조각상인 천사 조각상이에요. 그리고 어디인지 모르지만, 어떤 건물 뒤쪽에 관리도 되지 않고, 방치된 느낌이 나죠. 보통 조각상들의 최후는 비슷비슷한 것 같아요. 이 조각장도 주인의 무관심 속에서 잊어져 가는 중인 거죠.     


흔한 조각상이라고 그냥 넘겨버렸다면 다시 보세요. 흔한 글이라는 느낌이 든다면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우지 마세요.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글이 흔함 속에서 진주를 캐는 거예요.     


흔한 것이 진주가 되느냐 그냥 돌이 되는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다른 거예요. 저는 흔한 조각상, 흔한 기도문으로 표현했어요. 반응이 어땠냐고요? 화장실이나 지하철에서 볼 것 같은 글 같다고 하더군요. 많이 보던 글이라는 게 꼭 나쁜 건 아니에요. 제 필력이 그 정도는 된다는 말도 되니까요.   

  

글 쓰는 사람은요. 작은 먼지도 그냥 보면 안 돼요. 누군가 해주는 말도 글감이 되는걸요. 노래를 듣고 감동하여 글을 쓰는 거와 흔한 조각상을 보며 기도라는 글을 쓰는 거와 뭐가 다른가요? 다르지 않아요.     


그 속에 무엇을 담았느냐는 것만 다를 뿐이죠. 저는 저 글을 쓰는 당시에 지쳐있었어요. 개인적인 일로 마음이 꽤 혼란스러웠죠. 저는 종교인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종교인의 말투로 글을 썼어요. 어떤 식의 어떤 말투로 글을 쓰는 건 작가가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에요. 이렇게 본인이 쓰고자 하는 글을 쓰기 위해선 다양한 글을 접해야 하는 법이죠.      


새로운 글을 접하는 것에 망설이지 마세요. 언제 어떻게 도움이 될지 몰라요. 흔한 글이라고 치부하지 마세요. 세상에 흔한 글은 없어요. 다 작가의 마음이 담긴 것이고, 창작으로 나온 글이니까. 흔한 소재라고 싫다고 말하지 마세요. 흔한 글감이지만, 당신의 필력으로 충분히 특별한 글감이 될 수 있으니까요.     


흔함이라는 한 단어에 묶어두기는 했지만, 오늘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오감에 느끼는 모든 게 글감이니 절대 그냥 넘기지 말라는 거예요. 흔한 게 진짜 글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꼭 기억하시길 바라요.      

이전 05화 05화 기억은 최고의 글감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