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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루하 Jun 17. 2024

05화 기억은 최고의 글감이다

오늘의 시, 그날의 기억

그날의 기억    

 

할머니 무릎에 앉아서

말린 곶감을 먹으면

일어나서 먹으라 타박하시면서도

웃으며 천천히 먹으라 말하시던 모습


추운 겨울,

화롯불에 구워 먹던 고구마와 군밤

일일이 손으로 까 주시며

어서 먹으라 재촉하시던 목소리


긴 밤잠이 오지 않는다 하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해 주시던

옛날이야기는 동화책과 사뭇 달랐으나,

그 어떤 이야기보다 재미있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사람

지금은 액자 속에서 웃고 있는 사람

지금은 들을 수 없는 목소리

그래서 더 보고 싶은 사람.



기억은 최고의 글감이죠. 굳이 찾으러 나설 필요도 없고, 머릿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 경험을 토대로 글로 써내려 가면 되니까요.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때의 감정들이 새록새록 살아나고, 미처 잊고 있던 것까지 기억해 낼 수도 있죠.     


이 글은 어릴 적 제 기억에서 꺼낸 것이죠. 시골 외할머니는 항상 저희가 가면 시골에서만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많이 해주셨죠. 옛날이야기는 상상이지만, 이야기는 종종 해주셨어요. 이솝 우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엄마의 어린 시절 같은 추억거리를 들을 수 있었죠. 친할머니는 찰떡을 자주 해주신 기억이 있네요. 명절에 남은 음식으로 새로운 요리를 많이 만들어 주셨는데, 지나고 나니 그리움을 더한 추억이 되었네요.   

  

여러분은 그런 기억 없나요? 당연히 같은 기억은 없겠죠. 그래서 더 다양한 글이 나오지 않을까요? 글 하나만 본다면 글 쓴 사람의 인적 사항은 나오지 않아요. 추측을 할 수 있어도 정확하지는 않죠. 그렇다고 거짓으로 쓰라는 말은 아니에요. 허구가 아닌 있을 법한 이야기를 쓰라는 거예요.     


저는 옛날이야기를 하듯 글을 썼어요. 누군가에게 저의 예 추억을 공유한다는 느낌으로 말이죠. 기억 속의 한 부부만 꺼내서 그걸 글감으로 삼는 거죠. 할머니와 있었던 일들을 각 행에 넣어서 그리움이라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저 글의 요지예요. 동시에 과거형이 되기 전에 후회하지 않고 사랑하라는 말도 들어있어요.     


기억 속의 추억, 그리움, 연민 그 모든 것이 글감이에요. 생각 이상으로 가까운 곳에 있지 않나요? 지금 눈을 감고 생각해 보세요. 글로 쓰고 싶은 기억이 생각났다면 바로 시작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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