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1일 목요일
오늘은 한 시간 일찍 도착 한 시간 늦게 집에 왔다. 일찍 간 이유는 목요일이기 때문이다. 나의 아파트 분류수거일이라서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가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버스를 타러 갔다. 1분 뒤에 온다는 버스는 10분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추운 날씨보다 허리가 너무 아팠다. 전날 살짝 무거운 것을 들었는데, 이젠 그것도 힘에 부치나 보다. 허리가 참 오래도록 아프다.
다시 5분이 지나고 나서 버스가 왔다. 최대한 계단을 피해 학원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40분, 선생님과 매일 풍경과 인물을 번갈아 가면서 그리기로 했으니, 오늘은 인물이다. 인물이 있는 그림이면 된다고 이해했다. 그래서 그리고 싶은 것을 찾았다. 참, 난 골라도 어려운 것만 고른다. 선생님은 역시나 웃으셨다. 쉬운 것도 많은데, 공간 속에 숨어 구도적으로 멀어지는 사진을 그리고 있는 나를 보며 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덕분에 얼추 스케치는 완성되었다. 가장 쉬운 것부터 색을 넣고, 정말 그리기 어려운 인물을 그리고 있을 때 선생님이 왔다. 부연 설명을 주신다는 말에 당황한 나머지 그림을 저장도 안 하고, 지워버렸다. 역시나 긍정적인 선생님, "다시 그리면 더 잘 그리시겠죠? 2교시에 볼게요."라며 자리로 돌아가셨다. 인물화는 처음이나 두 번째나 내게는 큰 차이를 못 느끼는 거였다. 오히려 처음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할 때 선생님이 오셨다.
인물을 그릴 때 먼저 눈코입의 위치를 잡는다. 그전에 구도가 특이한 경우는 시선과 위치를 보고 선을 긋고 거거기에 맞게 눈코입의 위치를 잡은 다음, 세부적인 것을 맞춰나가면 된다고 하셨다. 어쩐지 들어본 적이 있다. 그렇다. 예전에 2인이상 인물화를 그릴 때 그때도 이런 구도가 들어간 사진을 선택한 적 있다. 연필 그리기였음으로 직접 드로잉북에 같은 방법으로 설명해 주셨다. 기억도 나면서 왜 실제는 적용조차 못하는지... 문득 자신이 한심하다.
가르쳐주신 대로 그렸다. 그래서 그나마 정말 무서운 상황은 면했다. 눈동자의 위치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동서남북 다 그려 넣어본다. 그러다 수업이 마쳤고, 집에 돌아와 또다시 360도 그려 넣는다. 얼핏 비슷한 각도를 찾으니 이제는 빛반사가 있다. 눈자위를 가로지르는 빛 반사는 바라보는 방향과 또 하필 반대방향이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지만 계속 시선만 바뀔 뿐 나아지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가장 기본적인 브러시 중에 하나를 골라 투명도를 20으로 낮췄다. 그리고 사진처럼 되지 못하니 그래도 노려했다는 티 정도만 내자고 줄 하나를 그었다. 정말 천만다행으로 시선이 바뀌지 않았다.
그렇게 하나씩 완성하고 나니, 오전 6시다. 이제 4시간만 있으면 다시 서울로 먼 여정을 떠나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잠을 포기하고 시화도 만들고, 글도 쓴다.
어제는 화장실에 잠시 들렸을 뿐인데, 집에 도착하면 4시 30분이던 게 5시 30분으로 둔갑했다. 게다가 유독 어르신이 많은 시간이라 또 임신부라는 오해를 받았다. 내일부턴 아니 오늘부터는 절대 어디 세지 않고 집에 오리라 다짐해 본다. 1시간 차이가 집에 와서 해야 할 몇 가지를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진 속에 고양이와 아이는 너무도 귀엽다. 그런데 내 그림 속에 아이와 고양이는 공포만화에 나올 것만 같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