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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태화 Jun 20. 2021

남녀간에 친구란게 있을까

사랑학 개론

이성친구를 사전에서 찾으면 '성(性)이 다른 친구, 대개 연인관계에 있는 친구를 이른다'[우리말 샘]라고 되어 있다.

'남녀간에 친구란게 있을까'라는 질문은 옛날부터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위의 사전에 나온 말을 얼른 보면 '이성친구=연인' 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한 번 더 쳐다보면 연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뉘앙스가 들어있다. 바로 '대개'라는 것 때문에. 이성친구는 연인이 많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다.

남자친구, 여자친구는 분명 연인을 뜻한다. 줄여서 남친, 여친이라 하는데, 연인이 아닌 보통의 친구를 '남사친, 여사친'이라한다. 남사친은 '남자 사람친구'라는 말이다. 친구는 친구인데 연인이 아닌 보통 친구를 뜻하는 남사친, 여사친이라는 말은 사실 생긴지 얼마되지 않았다. 2014년에 신어 자료집에 수록된 언어.

중국에서는 남친, 여친은 '난평요우(男朋友; 우리발음 남봉우), 뉘펑요우(女朋友; 우리발음 여봉우)'라고 하고 남사친, 여사친은 '난더펑요우(男的朋友;우리발음 남적봉우), 뉘더펑요우(女的朋友; 우리발음 여적봉우)'라고 한다. 중간에 더(的; 우리발음 적)가 하나 더 붙는다. 처음 만나면 친구(펑요우;朋友; 우리발음 봉우), 두 번째 만나는 좋은친구(하오펑요우;好朋友, 우리발음 호봉우), 세 번째 만나면 오래된 친구(라오펑요우; 老朋友, 우리발음 노봉우)라고 하는 중국이지만 연인과 친구는 분명히 구분을 한다.

남사친(여사친)과 남친(여친)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말은 친구와 연인의 차이는 무엇일까라는 말로 바꿀 수 있다. 그냥 남사친과 여사친인 사람이 어느날 '네가 남자로 보여' '네가 여자로 보여'라는 말을 했다면 이미 친구의 관계는 끝났고, 서로 마음이 통하면 연인으로 1일째가 되는 날이다.

결국 친구와 연인은 '연애감정'이 있나 없나의 차이이다. 초등학교 동창으로, 그것도 시골에서 한 동네에 살면서 초,중,고를 같은 학교에 다녔다면 남사친, 여사친이 맞다. 거기까지는. 그런데 마음에 연애감정이 생기고 그것을 상대방에게 고백을 했다면, 상대도 그 고백을 받아주었다면 남친, 여친의 연인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상태로 훗날 동창회 모임을 했을 때 까지도 상대에 대한 연애감정이 없다면 그것은 남사친, 여사친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연애감정이 있는 상태에서는 일반 친구인 남사친, 여사친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이성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감정적으로는 전혀 아니다.

'남녀간에 친구란게 있을까'는 '그들사이에 연애감정이 있을까'라는 말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난다고 해서 전부 연애감정이 있는 것은 분명아니다. 연애감정은 호감으로 부터 시작되는데, 쌍방 모두 상대에게 호감이 없을 수도 있고, 한쪽은 호감이 있으나 상대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쌍방 공히 호감을 가질 수도 있다. 호감이 있다면 연애감정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고. 남사친 여사친 상태에서 호감 유뮤에 따라 연애감정이 생기고 발전해서 남친 여친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영원한 질문인 '남녀간에 친구란게 있을까'에 대한 답은 '아무도 모른다.'이다. 그들 속에 연애감정이 있는지 없는지, 싹틀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랑도 움직이고 마음도 움직이는 것이라 심지어 자신도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인생을 살아가는 재미가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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