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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Jun 14. 2024

마음이 허기질 땐, 포옹을.


포복자세로 집안을 기어다니기 시작한 아기는 요즘 자주 엄마의 품을 찾습니다.



놀던 아기가 갑자기 하던 것을 멈추고 칭얼거립니다.



흥흥으으으응

아앙앙악

히이이잉



스윽 척 스윽 척 아기가 기어 옵니다. 그리고 제 바짓단을 잡고 늘어집니다.



그럼 저는 아기를 들어 제 품 안에 담습니다. 아기는 저와 떨어지지 않으려 조막만 한 손으로 제 옷자락을 움켜쥡니다. 마치 아기 코알라 같습니다.



아기가 안아달라고 하는 이유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졸리거나,

배고프거나,

응가를 했거나,

놀라거나,

낯설거나,

힘들거나,

뜻대로 안되거나,

불안하거나,

무섭거나,

아프거나.


 

특히 어딘가에 쿵 부딪혀서 아플 때는 아빠도 소용이 없습니다. 마치 아파도 엄마 품에서 아프겠다. 내쉴 곳은 엄마의 품이다. 이러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칭얼대며 울던 아기는 제 품에 안기자마자 서서히 울음이 잦아듭니다. 그리고 가슴과 어깨에 고개를 묻고 포옥 기대어 쉽니다. 마치 안식처를 만났다는 듯이요.



© rudyirudyk, 출처 Unsplash



포옹을 하면 아기만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지만 사실 저도 참 좋습니다. 아기를 안은 채로 큼큼 냄새까지 맡으면 어느새 미소 짓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지요.



제 마음속에서 마치 새하얀 뭉게구름이 몽실몽실 가득 차는 것 같습니다. 그 가득 찬 느낌이 좋아서 저는 자주 아기를 끌어안습니다. 그렇게 아기로 하여금 제 마음을 충전합니다.






포옹은 참 신기합니다.



어쩜 이렇게 서로에게 촤악 안착이 될까요? 제 몸과 아기 몸이 마치 하나의 무언가로 주조되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아기뿐만이 아닙니다. 첫째 딸을 안을 때는 첫째 딸의 모양대로, 남편을 안을 때는 남편의 모양대로 딱 맞아들어갑니다.  



아무래도 포옹이란 말랑한 반죽인가 봅니다. 상대라는 틀에 따라 딱 알맞은 포옹의 모양으로 맞춰주니까요.



그렇게 꼬옥 안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속이 뭉게뭉게 가득차 있음을 넘어 구름 이불을 덮은 듯 편안해집니다.



© carolinehdz, 출처 Unsplash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포옹에는 힘이 있구나 하고요. 손을 잡고, 입맞춤을 하는 스킨십과는 또 다른, 포옹만의 힘이 있다고요.



생각해 보면,

지치고 힘들 때 누군가의 포옹으로 마음이 녹아내린 경험도 있고

어딘가 허할 때 누군가의 포옹으로 마음이 충만해진 경험도 있습니다.



포옹을 하면 밀착되어 있는 면적이 손과 입술보다 훨씬 넓어서인지 유독 물리적인 안락감이 크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 물리적은 안락감은 이내 심리적인 안락감으로 변하곤 하죠.



더불어 포옹은 심장이 뛰고 있는 가슴과 가슴의 만남입니다. 어쩌면 두근거리는 심장의 진동이 우리의 마음을 자장자장 토닥이기 때문에 위로를 받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안고 있는 상대방에게서 흘러나온 온기와 향기를 그대로 전달받기 때문일까요?



이렇듯 포옹에는 손과 입술은 미처 주지 못하는 따뜻한 위로가 깃들어 있습니다.



© anastasiavitph, 출처 Unsplash



그래서 우리 남편이 종종 저에게 안아달라는 말을 하는가 봅니다.



돌이켜 보면 아기 또한 즐거울 때보다는 위로가 필요할 때 안아달라 보채더군요.



아마도 아기는 아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포옹이 자신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 사람의 품에서는 지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을요.



우리 너무 힘든 날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잠시 안겨봅시다. 그리고 그 사람의 두근대는 심장소리를 느껴봅시다. 살큰한 살냄새와 포근한 숨소리도 들어봅시다.



그렇게 마음이 허기질 때 포옹으로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위로받아 봅시다.






* <반가워, 나의 아기 선생님> 은 매주 금요일 연재 됩니다. :)



여러분의 마음에 포옹의 위로가 담기기를 바라며

오늘도 은은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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