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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Jun 21. 2024

웃음으로 봉인 해제! :D



요즘 제가 아기에게 붙여준 별명이 있습니다. 바로, 세젤행.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기"라는 뜻입니다.


순한 기질의 둘째 아기는 뭐가 됐든 우선 웃고 봅니다. 제가 쳐다보면 마치 이러는 것 같아요.


"응????
?
?
?
에라 모르겠다. 그냥 웃자~~~~~ :D "


아기는 물건을 입에 넣은 채 침을 질질 흘리면서 웃고요,
침대 가드를 잡고 무릎 바운스를 하면서 웃기도 해요.
앉아있다가 저와 눈이 마주치면 캬캬캭 소리 내어 웃고요,
번쩍 들면 양손과 양 발을 작은 새처럼 파닥거리면서 웃어요.


무표정이었다가도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아기는 어느새 이목구비를 둥글려 생글생글 미소를 짓습니다.


뭐가 저렇게도 행복할까?
넌 참 좋겠다~ 행복해서 ^^


제가 요즘 아기를 보며 자주 하는 생각입니다. 어쩜 너의 일상은 이렇게 웃을 일이 많니? 하고 부러움의 마음을 잔뜩 토로하죠.



© shotbyireland, 출처 Unsplash





세젤행 아기는 새벽 5시 반에 기상합니다. 저는 강제 미라클 모닝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첫째가 자는 시간에 같이 자면 괜찮은데 자지 않고 무언가를 했다 하면 다음 날 정말 괴롭습니다.  


만약 집안일까지 유난히 많이 밀려있다? 하면 그날은 컨디션이 최악입니다.


그냥 아침을 먹었을 뿐인데 텅 비어있던 개수대에 왜 그릇이 잔뜩 쌓여있는지. 개야 할 빨래 바구니가 두 개쯤 있는데도 왜 여전히 건조기에서는 빨래가 돌아가고 있는지.  


아기가 낮잠 자기 전에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 질도 해놔야 하는데. 이따가는 이유식도 만들어야 하는데 하며 끝없는 집안일에 몰골이 초췌해집니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건가. 빨래만 빙글빙글 돌리다가 내 인생도 이렇게 빙글빙글 제자리에서 맴도는 건 아닌가?


그럴 때!!!!!


아기를 쳐다봅니다. 아기는 또 뭐가 그렇게 신이 났는지 돌고래 주파수를 내뿜으며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웃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웃고 있는 아기를 그저 바라보기만 했는데도 어느덧 경직된 제 얼굴의 힘이 느슨해지면서 빙그레 곡선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네. 저는 웃는 아기를 따라 함께 웃고 있었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사람에게 모방이라는 산물이 있어서요. 제가 억지로 웃으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제 뇌 속에 있는 거울 뉴런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웃는 아기를 쳐다보기만 했는데도 함께 웃게 되었습니다.


그저 웃고 있었을 뿐인데 저도 모르게 제 딱딱했던 마음의 빗장이 다 풀어헤쳐져 봉인 해제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마음이 느슨해졌어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웃는다는 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마음까지도 말랑말랑하게 하는 거구나.


물론 아기와 함께 웃다가도 아기와의 시선이 끊어지면 급격하게 다시 초췌해지는 저로 돌아왔지만 생각은 했습니다. 미소 한 방으로 상대방을 무장해제 시킬 수 있다.


© d2odlebug, 출처 Unsplash





실제로 아기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보면 얼굴 표정이 바뀌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입꼬리가 주저앉은 아저씨라도 아기 앞에서는 광대가 치솟으며 입을 벌려 까꿍을 하고 계십니다.  



정색하며 가던 중학생도.

미간을 찌푸리던 할아버지도.

표정이 없던 아가씨도.

바쁘게 움직이던 아저씨도.



모두 아기와 눈이 마주치면, 꼭 한 번은 함박웃음을 짓고 떠나십니다.



그렇게 웃는 사람들을 보며 저 또한 웃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웃고 나면 우리를 감싸고 있던 공기가 어느덧 따스하게 데워져 있었죠.



포옹에는 마음의 위로가 있듯이 웃음에는 마음의 봉인 해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을 때,

우선 웃고 보자.

만약 무언가 긴장된 일을 하려고 할 때,

우선 웃고 보자.

타인과의 관계에서 복잡한 것 같을 때,

우선 웃고 보자.

일을 하다가 잘 풀리지 않고 어려울 때도,

우선 웃고 보자.



우선 웃고 나면 닫혔던 마음이 봉인해제가 된다.

그 해제된 마음 사이로 문이 열린다.

그 열린 문 사이로 숨겨져 있던 길이 보인다.

그러니까 우선 웃어 보는 것도 방법일 거야! 하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하루는 활짝 웃으며 딱딱하게 굳어있던 마음의 빗장을 열어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만의 환한 웃음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웃음이 어색하시다면 저희 아기의 웃음을 들려드릴게요.



함께 듣다 보면 어느새 웃고 계실 거랍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세젤행 아기의 웃음.






* <반가워, 나의 아기 선생님> 은 매주 금요일 연재 됩니다 :)



마음이 봉인해제 되어 활짝 웃는, 말랑한 하루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은은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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