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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Aug 16. 2024

하려는 자 vs 막으려는 자, 승자는 누구인가?


그 사이 우리의 아기가 부쩍 커서 할 줄 아는 것이 제법 많아졌습니다. 내내 누워있다가 이제 움직일 수 있어지니 궁금한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저희 집에서 하루 종일 가장 바쁜 사람이 바로 '아기'입니다.

 


잡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스스로 기어가서 물건을 잡아 자기 입으로 가져갑니다. 구석구석 꼼꼼하고도 열정적이게 침을 흘려가며 물건을 탐색합니다. 상의가 홀딱 젖을 정도로 몰입을 하는지라 가제수건과 옷을 자주 갈아입혀야 합니다.



이제 높은 곳에 있는 물건도 문제없습니다. 까치발을 하고 기지개 켜듯 팔을 쭉 펴서 기어코 원하는 물건을 잡아챕니다. 그렇게 잡아들인 물건들 중에 이따금 과자가 있어 아기의 눈을 번쩍 뜨이게도 했습니다.



의자나 혹은 높이가 있는 물건이 아기 손에 잡히면 이내 걸음마 보조기로 용도전환됩니다. 열심히 끌고 온 집안을 돌아다닙니다. 그러다가 새로운 물건이 포착되면 가차 없이 버려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보조기를 손에 쥐어 또 여기저기 다닙니다.



무엇보다 아기는 능력 좋은 클라이밍 선수입니다. 못 오르는 곳이 없습니다. 저상 침대는 이제 뚝딱 거리지 않고 매끄럽게 오르락내리락하고요. 4인용 소파도 용케 올라갑니다. 심지어 소파 헤드 부분까지도 올라 소리를 지르는 통에 제가 기겁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리하여 요즘 저는, 자유의지를 불태우는 아기와 매일 사투를 벌이며 살고 있습니다.








아기 언니의 화상수업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아기는 원래 7시 30분쯤 밤잠에 들뿐더러 8시에 시작하는 언니의 원활한 수업을 위해 방으로 재우러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그날따라 아직 기운이 남아있었는지 자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아기를 자리에 눕히면 아기는 발딱 뒤집어서 침대를 탈출했죠. 그리고 문을 두들기며 소리를 쳤습니다.



아악!! 악!! 아아아아아!!!!



저는 아기를 번쩍 들어 다시 자리에 눕혔습니다.

그럼 다시 뒤집어 침대 탈출.

데려와 자리에 눕히면?

그럼 또 뒤집어 침대 끝으로 기어가고,

또다시 데려와 눕히면, 기어가고

눕히면, 기어가고,

눕히면, 기어가고

눕히면, 기어가고

눕히면, 기어가고.



아기와 함께 어둠 속에서 레슬링을 했습니다. 엎치락뒤치락. 어느새 아기도 저도 땀이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그렇게 자기 의지대로 하려는 아기와 그 의지를 막으려는 저 사이의 사투가 벌어졌고, 최후의 승자는 아기였습니다.



지쳐서 넋을 놓고 있는 사이 아기는 다시 침대 아래로 내려가 히죽거렸습니다.



아기를 안으려 해도 온몸으로 버둥대서 쉽사리  품 안에 잡히지가 않았습니다.









그런 아기와의 사투 속에서 생각했습니다.



막으려는 자는 하려는 자를 절대 이길 수 없다.



막으려는 자는 하려는 자만 바라보지만, 하려는 자의 목표는 막으려는 자 그 너머에 가있으니까요.



즉, 아기에게 저따위의 장애물은 안중에도 없다는 이야기랍니다. 실제로 아기와 사투를 벌이며 하려는 자의 에너지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37살 어른도, 하려는 9개월을 도무지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잠과의 사투 이외에도, 이유식 저지레나, 물건을 늘어놓는 속도, 물건이 이리저리 찢기거나 망가지는 현상, 안전벨트 탈출, 눕혀서 기저귀 갈기 등 아기의 무언가 하려는 의지는 그 어떤 것보다 크고 거침이 없었습니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주인공 '박새로이'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제가 맞닥뜨렸던 수많은 방해들도 생각이 났습니다.



물론 저는 <이태원 클라쓰>의 빌런인 '장가'의 회장님처럼 저를 집요하게 방해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여러 가지 상황들도 다 막으려는 자에 속한다고 생각하면 꽤 많은 제지를 당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기와의 사투를 겪으면서 느낀 건, 과거의 제가 품었던 에너지가 수많은 방해들보다 더 작았기 때문에 결국 그만두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니까 딱! 막으려는 자에 의해 멈춰질 정도의 의지였던 겁니다.



만약, 우리가 정말로 진심으로 무언가 하고 싶다면 막으려는 자들에게 절대로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니. 우리는 이미 그런 막으려는 자들의 방해에 굴복하지 않고 기어 다녔으며, 저지레를 했고, 또 여기저기 걸어 다녔습니다.



우리에게는 이미 하려는 크나큰 에너지가 있습니다. 그러니 막으려는 자들에게 굴복당하지 말고 우리의 하려는 의지를 더 키워봅시다.



하려는 자는 막으려는 자를 절대 이길 수 없으니까요.






* 약 두 달간의 휴재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기다려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전과 동일하게 <반가워, 나의 아기 선생님> part.2는 매주 '금요일' 연재됩니다.


하려는 사람의 의지는 절대 막으려는 사람이 꺾을 수 없다. 그러니 우리의 의지를 맘껏 발휘해 보아요.


여러분의 무궁무진한 하려는 힘을 응원하며
오늘도 은은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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