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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Jun 07. 2024

어떻게 하냐고요?그냥 합니다.


아기의 삶에 있어서 최초의 도약은 아마 ‘뒤집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누워서 천장만 보던 풍경에서 바닥을 보는 풍경으로 바뀌었으니 아기 입장에서는 그게 얼마나 신기할까요?



말 그대로 세상이 뒤집어지는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아기가 한참 뒤집기 연습을 할 때였습니다. 열심히 몸을 꼼지락대는 아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우선 한 쪽으로 몸을 돌립니다.
그러면 옆으로 누워있는 자세가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한쪽 팔이 몸에 깔려 있습니다.
그러면 아기는 팔을 빼기 위해 애를 씁니다.

다리를 차기도 하고 상체를 들기 위해 힘을 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온몸에 힘을 주며 끙끙 거리죠.
각도가 10도만 더 꺾이면 180도로 딱 뒤집어질 것 같은데
그 10도가 아기에게는 엄청 어렵습니다.



그렇게 애를 쓰다 딱 한 번, 뒤집기의 맛을 보면 그때부터 아기는 머신이 됩니다. 바로 뒤집기 머신이요.



마치 등에 버튼이라도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누우면 등에 있는 뒤집기 버튼이 눌린 것처럼 곧바로 뒤집기 자세를 시연합니다. 제 눈에는 마치 무조건반사처럼 보였습니다.



이때는 기저귀를 가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됩니다.



@picsea , 출처 Respalsh






하지만 뒤집기 무조건 반사가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뒤집을 때까지 아기는 첫 번째 성공한 날 이후 또 수많은 시도를 합니다.



아기를 바라보며 가장 감탄했던 것은 이 수많은 시도를 아기는 그냥 냅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몸을 새롭게 써야 하는 일이라 힘들어하긴 합니다. 가끔은 짜증도 내고 소리도 치고 화도 냅니다. 너무 힘들 때는 울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기에게는 절망이 섞이지 않습니다.

자신에 대한 실망도 하지 않습니다.

왜 안되지? 하며 혼란스러워하지도 않습니다.

스스로 자책을 하지도 않습니다.



아기는 그냥 합니다. 계속 합니다. 냅다 합니다.

힘들면 잠시 누워서 쉬었다가 또 합니다.

눕는 것도 힘들 땐 울어서 자기를 안아달라고 소리친 뒤, 제 품 안에서 회복하고 나면 다시 또 합니다.



그렇게 아기는 계속 합니다. 마치 머신처럼요.



머신처럼 뒤집기 연습을 계속 한 아기는 어느새 더 이상 끙끙거리지 않습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이미 뒤집어져 있습니다.



@picsea, 출처 Resplash






저에도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과거에 히말라야 트레킹을 한 적이 있습니다. 트레킹 시작 전에는 산을 오르면서 사색을 많이 해야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산을 오르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생각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은 접고 그냥 걸었습니다. 걷고 쉬고, 또 걷고 쉬며 주야장천 걸었습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걷고 숙소에 도착하면 신기하게도 성큼 몇 백 미터 위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제가 한 거라고는 그냥 걷는 것 밖에 없었지만 어느새 저는 위에 있었습니다.



© aleskrivec, 출처 Unsplash






도약의 과정이란,

성공의 과정이란,

정상을 오르는 과정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냥 하는 것.



뒤집는 일이 익숙해지면 아기는 다음 도약을 위해 또 그냥 합니다.



뒤집고,

되짚고,

배밀이를 하고,

포복으로 기고,

제자리에 앉고,

무릎을 들어 흔들거리고,

무릎으로 기고,

무언가를 잡고 서고,

서있다가 앉고,

무언가를 지지해 걸어가고,

손을 떼 중심을 잡고,

끝내, 스스로 걸어가고.

 


그렇게 아기는 부모의 도움 없이 자기의 두발로 땅을 디딜 때까지 그냥 합니다. 그리고 그냥 하다 보면 천장만 보며 누워있던 아기에서 어느덧 두 다리를 땅에 딛고 걷는 아기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저희도 그렇게 한 번 해보아요.



안 된다고 의심 말고, 힘들다고 실망 말고, 아프다고 좌절 말고 그냥 한 번 해보아요.



힘들 때는 잠깐 쉬었다가

때로는 사랑하는 이의 품에도 안겼다가

그러다 힘이 나면 다시 그냥 해보아요.



아기가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기 위해 냅다 그냥 하는 것처럼 저희도 그냥 하고 싶은 것을 냅다 해봐요.



그렇게 주야장천 그냥 하다 보면

우리의 눈앞에 우리가 원하던 새로운 풍경이 분명 펼쳐질 거라 생각합니다.







* <반가워, 나의 아기 선생님> 은 매주 금요일 연재 됩니다 :)



여러분의 도약을 응원하며

오늘도 은은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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