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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May 31. 2024

좋은 건 좋은 거고, 싫은 건 싫은 거다.



과거에 저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었습니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어떤 순간이 되면 여전히 그 지점이 건드려지곤 합니다.



일단 콤플렉스가 발동이 되면 싫은데 싫지 않은 척하고, 좋은데 좋지 않은 척합니다.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싫지 않지만 싫은 척, 좋지 않은데 좋은 척도 하게 되죠.



내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함께 있는 사람의 마음과 생각에 일방적으로 보폭을 맞춥니다. 또 착한 사람이 되고자 거절을 하지 못해서 다른 이들의 부탁까지 모두 끌어안고 간 적도 있었습니다.



© theonlynoonan, 출처 Unsplash



그래서 저는 아기를 보면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아기의 세상에는 아기만 있으니까요. 좀체 남의 눈치는 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욕구에만 반응하는 사람이 바로 아기니까요.



이빨 하나 나지 않은 민둥 잇몸에다가 할 줄 아는 말도 하나도 없으면서, '좋은 건 좋은 거고, 싫은 건 싫은 거다'라는 의사를 아주 정확하게 표현합니다.



가끔은 야속할 정도로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습니다.



•엄마의 수고스러움을 염려하며 이유식이 먹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먹는 척하지 않습니다.


•엄마가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자기가 쌀 응가를 다음으로 미루지도 않습니다.


•배가 고플 때는 모두가 자고 있는 새벽이라도 자비 없이 왕왕 울며 밥 달라 소리칩니다.


•아플 때도 애써 참지 않고 아픈 만큼 실컷 웁니다.


•더불어 놀고 싶거나 깨있고 싶을 때는 아무리 엄마가 어르고 달래도 좀체 눈 감아 주지를 않습니다.




만약 기어 다닐 수 있는 아기에게 궁금한 물건이 생겼다? 그럼 아기의 눈빛이 맑은 광인으로 변하며 곧바로 불도저가 되어버립니다.   







얼마 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아기가 잡고 싶은 물건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언니가 아끼는 인형이었습니다.


언니는 인형을 잡지 못하게 아기를 안아서 멀찍이 다른 곳으로 옮겨놓았습니다. 그러자 아기는 다시 재빠르게 기어 왔습니다. 아기의 손이 인형에 닿을 찰나 그때부터 본격적인 그 둘의 육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벌러덩 구르고, 멀찍이 옮겨지고, 인형의 위치가 바뀌어도 아기의 눈에는 그 인형만 보였습니다. 언니의 몸으로 장벽을 세워봐도 기어가는 아기에게는 그저 가벼운 장애물일 뿐이었습니다. 언니가 몸을 잡고 발목을 잡아봐도 아기는 언니의 얼굴을 발로 뭉개가며 계속해서 인형에 손을 뻗었습니다.


버둥대는 발과 그 간절한 손끝, 초점을 잃지 않는 눈망울! 아기는 결국, 인형을 손에 쥐었습니다.



울먹거린 것은 7개월의 아기가 아니라 7살의 언니였습니다.



아기는 그 어떤 방해공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칭얼거림 한 번 비추지 않은 채 아기는 온몸을 내던져 자신이 원하는 인형을 갖고야 말았습니다. 아기의 사투를 지켜보며 어쩐지 저는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저렇게 간결하게,

이토록 흔들림 없이,

본인의 의사에 후퇴하는 법도 없고,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에도 솔직한.



그런 순수한 광인의 모습을 저는 조금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kevingent, resplash




물론,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가 무조건 내 감정, 내 생각, 내 목표만을 위해 다른 이를 뭉개버리면 안 되겠지요.



예쁜 말하기 방법을 터득하고,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이라저는 얼마든지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솔직하게 반응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럴 땐, 나 자신에게 거침없이 반응을 해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앞으로는 아기처럼 솔직해져 보기로 해요. 자기 안의 목소리만을 따라가는 아기처럼 우리 안에 욕구를 한번, 제대로 따라가 보기로 해요.



그래서, 남들에게 착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착한 사람이 되어 봐요. 저는 그렇게 살아보려고요.



좋은 건 좋은 거고, 싫은 건 싫은 겁니다. 하기 싫은 건 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건 누가 뭐래도 꼭 하는, 그런 우리 되어보기로 해요.



@fabrizio piscopo ,Resplash





* <반가워, 나의 아기 선생님> 은 매주 금요일 연재 됩니다 :)



여러분만의 솔직한 생각과 감정,
그리고 여러분의 목표를 누구보다 응원하며
오늘도 은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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