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기적
(2018.8.)
2012년, 처음 아프리카 대륙에 발을 내디뎠을 때는 내가 아프리카에 이렇게 매료될 줄을 생각도 못했어. 그곳의 자연은 말 그대로 ‘어나더 레벨’이었어. 제일 처음 가 본 아프리카의 나라는 탄자니아였는데 탄자니아에는 잔지바르라는 정말 아름다운 섬이 있어. 우리나라는 워낙 아프리카 대륙과는 거리가 있으니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유럽 쪽에서는 꽤나 유명한 섬으로 알려져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 같더라고. 그곳에 갔을 때 친구들과 이런 얘기를 했어.
“여기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예쁜 것 같아. 여기가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천국은 도대체 얼마나 아름다운 걸까?”
사람들의 모습도 완전히 달라. 심지어 미용실 바닥에서 똥글똥글한 애기 달팽이 껍데기 같은 것들을 봤을 때는 0.5초 정도 이게 뭐지 싶었어. 우리나라 미용실 바닥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광경이었지. 그들의 머리카락은 안으로 말리면서 자라니까 머리카락을 자르면 바닥에 그렇게 귀여운 달팽이들이 떨어져 있는 것 같은 거야.
그 당시에 교회에서 단기선교여행으로 갔던 건데 사실 그때 선교나 해외봉사에 대한 내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어. 그곳의 아이들이 우리를 위해서 공연들을 준비했어. 도대체 우리가 뭐라고.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데 그 공연을 보는 동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벅찼던 것 같아.
그 이전까지는 해외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은 뭔가 특별해야만 하는 줄 알았어. 여기는 아이들이 바글바글해. 이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이 필요한데 턱없이 부족해. 그런데 한국에서는 교사가 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몇 년 동안 시험을 준비해. 중등임용시험은 심지어 경쟁률이 어마어마해. 아이러니가 느껴지더라고. 어디는 교사가 턱없이 부족한데 어디는 교사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넘쳐난다니. 어쨌든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
‘아, 나도 이 곳에서는 너무나 필요한 존재이구나. 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가 마음이 없으니까 못했던 거구나.’
그렇게 탄자니아라는 나라는 내 마음에 들어왔고, 그 여행 이후로 컴패션이라는 NGO단체에 탄자니아 아이도 후원하게 되었어. 그 마음을 잃고 싶지 않았거든.
그리고 나는 어떤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어. 마다가스카르의 황토색 흙 위로 매끈하게 쭉 뻗은 바오밥나무의 사진(신미식 작가)을 봤을 때 마음으로 외쳤지.
‘여기야, 바로 내가 가고 싶은 곳!’
그냥 완전 꽂힌 거야. 흙과 나무, 풀, 하늘의 색깔이 완벽한 곳. 나무의 키가 너무 커서 사람들이 작아 보이는 곳. 가지의 모양이 마치 뿌리 같아서 신이 실수로 거꾸로 심었다는 전설도 있는 그 나무가 있는 곳. 그 뒤로는 누군가 나에게 가장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번에 ‘마다가스카르’라고 대답해. 이유는 단 하나, 바오밥나무 때문이야.
평소처럼 호스피탈리티(게스트 호텔)에서 일하고 있었어. 매니저가 얼마나 깐깐한지 청소도 대충 하면 안 돼. 게다가 사용하는 청소용품은 어찌나 많은지 청소를 하고 나면 내 기관지가 소독되는 느낌이야. 한국에서는 청소를 해도 화학물질을 매일 그렇게까지 사용하지는 않는데 여기서는 장소에 따라서 쓰는 용품이 다 달라. 그날도 청소를 마치고 브리타 정수기에 물을 받고 있었어. 게스트들은 오며 가며 봉사자들이랑 스몰토크(Hi, how are you? 정도를 묻는 안부인사. 주로 Good이 아니어도 Good이라고 대답함.)를 할 때는 있지만 긴 이야기를 잘 나누지는 않아. 그런데 한 남자분이 스몰토크를 좀 하다가 나랑 더 대화하고 싶어 하는 게 느껴졌어. 처음에는 외모를 보고 중국사람인가 싶었어. 그분은 아내와 아이 둘을 데리고 여행을 왔다고 했어. 프랑스에서 왔고 고향이 마다가스카르라고 하더라고. 나는 바로 반색을 표했지.
“마다가스카르가 고향이라고요? 거기는 제가 가고 싶은 여행지 버킷리스트 중에 1순위예요. 너무 신기하네요. 마다가스카르가 고향인 사람은 처음 봐요!”
내가 너무 신나서 말하니까 그 아저씨도 신기했나 봐. 계속 이것저것 묻더라고.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돈을 받고 일하는 건지, 몇 살부터 일할 수 있는지, 영어를 잘해야 되는지 굉장히 구체적인 것들을 묻더라고.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어.
“정말 인상적이에요. 그냥 봉사를 하러 이렇게 해외로 온다는 게 말이에요. 우리 아이들도 크면 이런 경험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당신한테는 이곳의 어떤 점들이 유익한지 궁금하네요.”
호스피탈리티는 일반 게스트하우스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나 묵을 수 없어. YWAM 관계자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곳이야. 이 분들이 어떤 커넥션으로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크리스천이 아니더라고. 나는 갑자기 하나님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었어.
“저도 제가 이곳에 오게 될지 몰랐어요. 하나님이 인도해주셨죠. 이곳에 있으면서 하나님을 더욱 알게 되고,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을 만나고, 작은 일이지만 봉사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다음 날, 런던으로 떠나는 그 가족을 만날 수 있었어. 짧게 대화를 나누었지만 벌써 친구가 된 기분이었어. 그분들은 나에게 메일 주소를 주며 프랑스에 오면 본인들의 집이 크니 그곳에 머무르라고 하시더라고. 그 마음만으로도 너무 고마웠지. 잠깐의 만남에 이토록 호의를 베풀 수 있다니. 정말 프랑스에 가서 그분들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그건 알 수 없지만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더라고.
그 가족을 만난 건 호스피탈리티의 매니저가 출장을 가 있었을 때의 일이었는데 며칠 뒤, 매니저 Y가 돌아오고 나에게 말을 전했어.
“프랑스에서 온 가족이 메일을 보냈어. 너와의 대화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이곳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을 보고 놀랐고 정말 고맙다고 전해 달래.”
가끔은 인생이 기적 같아. 이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 안에서 특정 장소에, 특정 시간에 특정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것. 그리고 몇 마디 대화를 하는 것 만으로 서로에게 기억될 수 있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