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은 내가 가장 늦게 시작한 운동이자 취미이다. 어렸을 때 바다에 몇 번 빠진 경험이 끔찍한 트라우마로 남아 있어 수영을 배우겠다고 마음먹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몇 년 전, 해상사고를 보면서 최소한 생존 수영 정도는 익혀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오랫동안 고민 끝에 결심을 했다. 얕은 어린이 풀에서조차 어쩔 줄 몰라 버둥거리며 시작한 것이 이제는 나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중간에 쉬었다가 하다가 하면서 수영을 한 지 3~4년이 되었지만 언제나 즐겁고 재미난 것은 아니다. 유연하게 잘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그들처럼 하고 싶고, 굳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만족하고 싶지만 여전히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다. 저질체력에 막히고, 생각과 달리 따라주지 않는 몸의 더딘 학습(?)에 좌절을 하면서도 나와 가장 잘 맞는 운동인 것 같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하세요? 가만 보면 우리 수영장에서 제일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올림픽에 직장인반 종목이 생기면 한 번 나가보려고요"
"하하하하"
같은 레인에서 수업을 받는 회원이나, 잘 모르는 옆 레인의 사람도 가끔 마주치면 내게 왜 그렇게 열심이냐고 묻곤 했다. 수업 시작 10분 전에 들어가서 연습하고, 수업을 마치고 다음 수업 시작 전 10분 동안 또 연습하고 나오면 거의 파김치가 된다. 주말에도 빠짐없이 나가 잘 안 되는 부분을 약 2시간 동안 혼자 연습을 하고 나오면 언제나 쓰러지기 직전이다. 그렇게 수영은 내게 놀이터이기도 하지만, 전쟁터이기도 하다.
그러는 중에 코로나로 인해 거의 1년 동안 수영장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잠시 코로나가 숨을 죽이면 다시 나갔다가, 또 기승을 부리면 멈추기를 반복했다. 1년 가까이 쉬었으니 처음 수영을 배우는 사람처럼 많이 힘들 거라 생각했다. 체력은 전 같지 않아서 힘들긴 했지만 생각 외로 물에 대한 느낌은 훨씬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감각이었다.
이번에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한 달 동안 수영을 하지 못했다. 다시 예전의 체력으로 끌어올리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이번에도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다리에 와닿는 물의 새로운 느낌을 알 수 있었다. 힘은 들고, 숨은 차서 헉헉거리면서도 머릿속에 작은 불이 켜지는 것 같았다.
더 잘하려고 틈만 나면 나가떨어질 때까지 물에서 바둥거릴 때는 정작 몰랐던 것이, 한동안 물과 거리를 두고 보니 오히려 물의 결을 더 잘 알 수 있었다. 잘 해보겠다고 기를 쓰고 할 때는 점점 더 막막하고, 지치기만 해서 '나는 정말 이 정도가 한계인가?'했는데, 잠시 그 끈을 놓고 있다가 되돌아와 보니 내 몸에 부딪히는 물의 흐름이 더 한층 느껴지니 이 무슨 애들 장난같은 밀당인가? 오랜만에 수영장에서 물을 헤집고 나가면서 문득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 나는 모든 일에 물에서처럼 매양 그 속에만 갇혀있었던 것은 아닐까?'
'떨어져있어 보니 오히려 더 잘 알 수 있고, 거리를 두고 보니 더 잘 보이는데...... 나는 더 많이 알고, 더 잘 보기 위해 오로지 그 안에서만 기를 쓰고 허우적거렸던 것은 아닐까?'
도착점에 발을 딛고 헤엄쳐온 곳을 돌아보았다. 어쩌면 지나온 저만큼의 거리가 내 삶에 꼭 필요한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