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할 때 아직도 오른손이 돌아올 때까지 왼손이 버티지 못하고 일찍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일부러 신경을 써서 버티면 괜찮은데 다른 것을 생각하거나 미처 주의하지 않으면 어김없이 왼팔이 먼저 내려와 물을 잡으려고 한다.
아니다 다를까 강사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왼손이 버티지 못하니까 몸이 흔들린다고 한다. 나는 내 몸이 흔들린다고는 미처 느끼지 못했는데 내가 느끼는 것과 밖에서 다른 사람이 보는 것에는 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어느 날, 호흡을 반대 방향으로 바꾸어서 하라는 강사 지시에 오른팔을 앞으로 뻗었다. 출발선으로 돌아오는 내게 강사는 왼쪽으로 호흡을 하니까 좌우 밸런스나 모든 동작이 완벽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 소리가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어차피 그동안 해 온 익숙한 방향으로 호흡을 해야 하는데 반대 방향의 동작이 완벽하다 한들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이참에 호흡 방향을 확 바꿔버릴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그러기란 쉽지 않다.
굳이 강사가 언급하지 않더라도 왼쪽과 오른쪽 팔이 다르다는 것을 나도 알았다. 오른팔은 왼손이 돌아올 때까지 힘 있게 버텨주는데 반해 왼손은 물속에서 힘없이 나풀거렸다. 무거운 돌덩이를 들고 있으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그 잠깐을 버티지 못하는 왼팔이 야속했다. 근력이 문제였다.
꿀꿀한 마음으로 수영 강습을 마치고 돌아왔다. 수영용품을 정리하는 내내 오른팔을 쓰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른손잡이다 보니 힘을 쓰거나 궂은일은 전부 오른손이 도맡아 하고 있었다.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다 보니 오른쪽이 왼쪽보다 힘이 더 세어진 것이다.
어쩌다 끼는 반지, 시계나 팔찌도 왼손 차지로 온갖 호사는 왼손이 다 누리고, 궂고 힘든 일은 오른손이 다 하는데 물속에서 잠시 버티는 것도 안 하려는(?) 왼손이 미웠다.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원망이 슬그머니 올라왔다.
그동안 묵묵히 소처럼 일만 해 온 오른쪽 손가락에 서랍장에 있는 반지를 일부러 꺼내 끼워보았다. 왠지 미안해서였다. 왼쪽에는 커서 빙빙 돌아가는 것이라 오른쪽에 끼니 잘 맞았다. 오른쪽 손가락은 왼쪽보다 훨씬 굵어 있었다. 그러다 얼마 있지 못하고 반지를 빼야 했다. 집안일하는 데 잠시 잠깐도 불편했다.
반지 대신 사소한 것부터 왼손으로 해보기로 했다. 스킨 펌핑을 해보았다. 오른쪽으로 했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누르고 손쉽게 나오던 스킨이 왼손으로는 대여섯 번째부터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공주과 같은 왼손의 나태함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동안 오른손은 생활에서 하등의 불편을 모르게 내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왼손처럼 하는 것이 성에 안 차거나 불편했다면 진작 알았을 텐데 아무런 아쉬움 없이, 손마디가 굵어지도록 오른손은 묵묵히 제 일을 해 온 것이다.
그 이후로도 물건을 들거나 손을 써야 할 때 의식적으로 왼손을 먼저 써보기로 했다. 여전히 왼손이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그러다 답답하면 나도 모르게 오른손이 먼저 나가 있다.
이러면서 니가 많이 굵어졌구나, 이러는 동안 니가 힘이 많이 세어졌구나.......
우는 아이 젖 준다는 속담이 있다. 살다 보니 영락없이 그 말이 맞다는 것을 실감할 때가 많았다. 젖 달라고 보채는 성격이 아닌 나로서는 젖 내놓으라고 당당히 보채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했다. 큰 소리로 울어서 젖을 챙기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허다하게 볼 수 있다. 그들이 챙겨가는 것이 당당한 권리일 수도 있고 부당한 이득일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나는 젖 달라고 보채는 일에는 젬병이고 도통 체질에 맞지 않다.
내 체질에 맞지 않아 보채지 않는 것은 나의 선택이지만, 오른손처럼 아무 소리 없이 많은 것을 도맡아 하는데도 너무 익숙해서 미처 알지 못하고 있는 것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편해서, 너무 당연해서, 원래 그런 줄 알고 고마워하지 않았던 것도 분명 있을 것이다.
왼손의 화려함만 보고 오른손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 여겼던 착각에서 벗어나, 눈으로 보아도 훨씬 굵어진 오른쪽 손가락은 그동안 젖 울음을 삼키고 있지 않았을까?
미처 듣지 못한 나를 향한 젖 울음에 누군가의 수고로움이나 아쉬움이 꼭꼭 묻혀 있을 수도 있는데 서툰 왼손 짓에 걸리는 건 없는지 이리저리 마음을 휘저어 본다. 왼손과 오른손의 다른 밸런스처럼 이미 기울어진 줄도 모르는 편견에 익숙해져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오늘 수영장에 가면 그동안 편하게 놀고먹은 왼손은 고단한 오른손이 다가올 때까지 힘을 바짝 주고 기다리라고 해야겠다. 그럴 때마다 미처 몰랐던 오른손 같은 존재는 또 없는지 오른손이 돌아올 때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생각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