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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싸우지 좀 마세요!

부모님의 싸움은 어린아이에게 너무 아프고 슬픈 일..


어린아이에게 가장 슬프고 감당하기 힘든 일은 무엇일까? 크고 작은 어려움을 날마다 겪으며 사는 게 인생살이라지만, 어린아이에겐 아마도 부모님의 다툼이 아닐까 싶다. 내가 살아갈 세상에 대한 안전 기지 같은 부모님이 날마다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 장면을 보고 듣는 것은 어린아이에게 감당하기 너무 힘든 일일 것이다. 이 일은 비단 어린아이에게만 해당하는 일은 아닌 듯하다. 지금 상담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아이들 이야기를 들으면 , 그 아이들이 초등학생이든 중고등학생이든 대학생이든 똑같이 아픔을 호소하곤 하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의 경우 부모님이 싸우는 것이 자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죄책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부모님 마음에 들기 위해서 혼자서 이런저런 노력을 하면서, 자기가 더 잘할 테니 제발 싸우지 말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겉으로는 그렇게 싸울 바에는 차라리 헤어지는 게 낫겠다고 말하는 아이일지라도 그 내면에는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래서 사시나무 떨듯 불안해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모른다. 부모들은 이런 아이들의 고통과 상처를. 부모들도 자기 아픔과 상처에 매몰되어 아이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또다시 상처를 받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슬픔과 아픔을 달래려고 나름 방법을 찾는다. 그게 때로는 문제행동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소아 우울증 또는 청소년 우울증 등을 겪게 하기도 한다.

나 또한 어렸을 때 부모님의 다툼을 자주 보면서 자랐다. 때로는 큰소리가 나고 때로는 주먹이 날아가기도 하는 그 무서운 상황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감을 느끼며 자라왔다. 그래서 아직도 사람들 간에 큰소리가 나면 간이 콩알만 해지고,

온몸이 자동으로 반응을 한다. 심장이 콩닥거리면서 손이 떨리고 다리에 힘이 없어진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머리가 멍~해져서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그냥 눈물만 주주를 흘릴 뿐이다.

책 속 주인공인 모르는 척 공주 또한 무서워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무서운 호랑이가 으르렁대는 것 같고 사나운 용이 그렁대는 것 같은 공포 속에서 겁에 잔뜩 질린 채 밤을 지새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쥐 죽은 듯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내키지도 않는 음식을 먹고 혼자서 조용히 블록 쌓기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모르는 척 공주. 그러면서 자기만의 성을 쌓고 그 속으로 자꾸만 파고들어가게 된다.

그러다가 공주는 우연히 자기 성을 찾아오게 된 생쥐와 작은 새와 꼬마 용, 그리고 작은 왕자를 만나면서 자신만 그런 아픔과 슬픔을 겪고 있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누구 하나가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하자 모두들 참고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그 울음소리는 세상 끝까지 멀리멀리 울려 퍼진다.

다행히 정말 천만다행으로 그 소리를 듣고 엄마 아빠들이 싸움을 멈추고 바람처럼 달려와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간다. 공주 또한 당연히 왕과 왕비를 따라서 성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경우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저 혼자 속으로 삭히고 억누르고 사느라 온 몸이 뻣뻣하게 굳어있고 조그만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을 할 때가 많다. 때로는 아이들이 아무리 큰 소리로 울어도 또 온몸으로 표현을 해도 현실 속의 엄마 아빠들은 자신들의 생각대로 움직이고 행동할 때가 많다. 물건들이 날아다니거나 서로 난투극을 벌리거나 이혼이라는 결별을 선택하거나.

아이들은 자신들이 왜 그런 아픔과 슬픔을 견뎌야 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그 속에서 날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텨나간다. 만지면 바스락 소리를 내며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그렇게 메말라간다.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다고 하지만 아이들에겐 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어야 하고 위험으로부터 지켜주는 안전 기지가 되어야 하는 부모의 싸움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큰 상처를 남기는 아픔이자 슬픔이다. 세상 무엇보다도 큰 슬픔 가운데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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