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수업 레시피 1

서클을 해보다

by 예농

첫 번째 ZOOM 수업, 헤맸던 기억만


ZOOM에서 첫 만남, ZOOM 사용법을 잘 몰라서 참 헤맸던 생각이 난다. 정신없이 수업을 했던 것 같은데 무엇을 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아, 자료를 찾아보고 알게 되었다. 골든벨 퀴즈로 아이들과 사회 복습을 하고, 과제 사진들을 보여주며 잘 한 아이들을 칭찬했었다. e학습터 사이트에 들어가 진도율을 보여주며 ‘너희들이 잘 공부하고 있는지 선생님이 이렇게 확인하고 있어.’라고 협박(?) 같은 부탁도 했었다. 모두 ZOOM의 공유 화면을 사용하는 활동들이다.

‘이 날, 나 혼자 떠들었구나.’


아이들이 올린 과제 사진 중에 잘 한 과제를 함께 보는 활동은 이 날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영향을 받아 더 잘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꾸준히 과제를 제출하던 몇몇 아이들이 과제를 드문드문 올리기 시작했다. 궁금해서 ZOOM에서 만나 물어보니,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자꾸 미루게 되었다고.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보여주기 식은 그만하고 아이들이 올린 과제에 1:1 답글로 피드백하는 것에 시간을 더 쏟기로 했다.


두 번째 ZOOM 수업, 좌절을 맛보다

다음 ZOOM 수업하기 전까지 아이들과 무엇을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림책을 읽어주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우리가 바꿀 수 있어」(프리드리히 카를 베히터, 보림출판사) 그림책 장면을 사진으로 찍고, 질문거리도 넣어 파워포인트를 만들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어 10명, 10명씩 나누어 같은 수업을 두 번 하기로 했다. 수업 전날 1부 9:30, 2부 10:30 참여 아이들 이름과 ZOOM 회의 주소, 비밀번호, 활동 안내를 담은 글을 우리 반 온라인 학급인 클래스팅 게시글에 올렸다.

‘좋은 수업을 해야지.’

수업 후, 가을 대운동회를 마친 것과 같은 피로감을 똑같이 느꼈다. ZOOM 화면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시큰둥한 표정이 생각나 좌절감까지 밀려왔다.

‘많은 준비를 하느라, 아이들 과제 피드백도 못해주고, 내일 온라인 수업도 못 올렸는데...... ZOOM 안 하고 싶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때는 스마트폰 조그마한 화면으로(그것도 공유 화면으로) 그림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아이들이 내가 준비한 메시지를 온전히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했던 걸까? 편의성과 화질 문제로, 우리 반 아이들 중 절반 정도가 스마트폰으로 ZOOM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말이다.



세 번째 ZOOM 수업, 드디어 방향을 잡다


ZOOM에서 서클(Circle)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서클은 회복적 생활교육에서 나오는 중요한 활동이다. 작년에 맡았던 6학년 아이들이 1년 동안 한 활동 중에 ‘둥두레’가 제일 재밌었다고 말했던게 생각이 났다. ‘둥두레’는 그때 아이들이 직접 지어준 우리반 서클 이름. 둥글게 ‘둥’, 공동체 ‘두레’.


오랜 육아휴직을 하고 학교로 돌아온 첫 해, 1학년 병아리들과 알콩달콩 일년을 보낸 후, 만나게 된 6학년 아이들. 과장을 보태어 표현한다면, 소인국에서 거인국으로 옮겨간 걸리버 마음이었다고나 할까? 정말 오랜만에 해보는 6학년 담임. 그때 걱정스러운 마음에 「회복적 생활교육 학급운영 가이드북 (정진, 피스빌딩)」 책을 찾아 읽고, 배워 알게 된 만큼만 직접 반 아이들에게 해보기로 했다.


격주 월요일 1교시마다 반 아이들과 둥글게 모여 앉아, 직접 만든 발도르프 인형을 마이크 삼고, 질문하고 답하는 서클을 했다. 준비한 서너 개의 질문을 하고, 인형도 서너 바퀴 돌고 나면, 40분이 훌쩍 지나갔다. 서클 중심에 평화의 상징물을 놓으면, 더 좋은 분위기가 될 수 있다 해서, ‘예쁜 꽃을 사다 가운데 놓아야지.’ 생각하곤 했는데, 한 번도 지키지 못했다.


‘그래, 서클을 해보자. 둥두레처럼 이름을 지어볼까? ZOOM에서 하니까 줌두레? 서클도 하고, 이것저것 다른 것도 해보는 줌두레!’

이후 나와 지금 우리반 아이들은 ZOOM에서 함께 모이는 이 시간을 ‘줌두레’라고 부른다.


서클질문은 다음 두 권의 책을 주로 참고했다.

「회복적 생활교육 학급운영 가이드북 (정진, 피스빌딩)」 224~234쪽, 「협동학습 학급세우기, 미구엘 케이건, 디모데」 82~87쪽에 활용하기 좋은 질문들이 많이 나와 있다.


다음은 우리반이 1학기 때 했던 줌두레 활동들이다. 줌두레를 할 때는 반 전체를 10명씩 나누어, 같은 수업을 두 번 했다.


ZOOM 줌두레 활동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2학기에 본격적으로 ZOOM을 시작하려는 선생님들이 많을 것 같아, 도움을 드리고자 저의 ZOOM 수업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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