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기준이 없다.
얼떨결에 HR팀장이 되면서 나에게 가장 먼저 중점적으로 주어졌던 업무는 "채용"이었다. 회사는 급격하게 성장을 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경력과 경험을 가진 외부의 인력들을 우리 회사로 합류시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HR팀이 존재하지 않았던 회사였기에, 업무를 이전에 진행했던 담당자(중소기업이 늘 그러하듯 다른 주 업무가 있었던, 겸직 담당자)에게 인수인계를 받아보니 상황은 어렵기만 하였다.
가장 큰 문제는 채용공고에 "담당업무"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기재를 하고 있지 않았고, 면접 역시도 담당업무를 할 역량이 있는지만 검증하였다. 우리가 필요한 과업에 대한 경험이 있다면 '우리 회사와 맞는 사람일까?'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한 팀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것은 부지기수였고, 타 팀의 업무 뿐 아니라 같은 팀 동료의 업무까지도 돕지 않는 이기주의가 회사 내에 만연하였다.
정말이지 공유오피스에 모여서 분배된 업무들을 각자 하고 있는 프리랜서들의 모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상태였다.
이전까지 있었던 회사들에서는 채용의 과정에서 우리 조직에 잘 어울릴 수 있고, 공동체의 가치관을 함께 실현시켜나갈 수 있는 사람인지를 검증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런데 업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만 보고 채용을 했으니... 옳다구나! 그럼 이제부터 '우리 회사와 맞는 사람을 찾으면 되겠구나?!' 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럼, 우리 회사에 맞는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라는 질문이 뒤를 잇게 된다. 아이고.
알맞다. 적합하다. 라는 말의 전제는 "어떠한 기준에~"라는 것이 있다. 그렇다. 기준이 있어야 이 사람이 우리 회사에 맞는 사람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곳이라면 '인재상'이 존재하여서 그 기업에서 함께 일을 했으면 하는 인재의 모습이 어느 정도는 정리되어 있게 마련이다.
인재상이 없다면 회사의 일하는 방식이라도, 일하는 방식이 없다면 가치체계라도 있어서, 그 기준과 목표를 함께 달성해나갈 수 있는 사람을 채용을 하려 한다.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대표가 직접 면접을 보는 과정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가치체계가 정리되기 전까지 기준의 부재가 발생하게 되는데, 내가 팀장 자리를 수락한 때가 바로 그 상황이었던 것이다.
컬쳐핏을 검증해야 하는데, 그 컬쳐가 없다니..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 집을 지어야 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 그지 없었다.
망망대해 속에서 다행히 책 속의 선배들은 "창업주"에서부터 시작을 하라는 지침을 알려주었고, 20명 밖에 구성원이 없었던 회사에서 대표님에 의해서 모든 의사결정들이 이뤄지고 있었기에 대표님의 가치관과 기준들이 회사의 가치관과 기준으로 설정을 하면 되겠다는 방향을 설정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방향성은 ( )이라는 상황을 만나 좌초된다.
'회사에 맞다'를 검증할 기준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