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다트머스는 단순한 학교가 아니라 4년 간의 집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렇다보니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기숙사는 삶의 질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친다.
(제발.. 리버는 싫어... 리버는 싫어...)
아쉽게도 다트머스에는 호그와트에서처럼 최적의 기숙사를 찾아주는 마법의 분류 모자는 없지만, 다트머스에도 나름대로 신입생이 거주할 수 있는 6개 기숙사 중 각 학생에게 잘 맞는 기숙사를 찾아주기 위한 설문 시스템이 있다. (1) 룸메이트를 원하는지 여부, (2) 대략적 평소 취침과 기상 시간, (3) 소음에 대한 예민도, (4) substance free 희망 여부 등을 확인하는 이 설문은 입학 전 신입생들에게 미리 이메일로 배부되며, 기숙사 배정의 근거로 쓰인다.
호그와트의 각 기숙사도 기숙사마다 특색이 있듯, 신입생이 거주 가능한 6개의 기숙사도 각 기숙사마다 특징이 있다. (1) 우선, "노는게 제일 좋은 뽀로로들"에게는 쵸우츠 클러스터 (Choates Cluster)가 어울린다. 쵸우츠는 신입생 전용 클러스터로, 다소 모던한 외관에 감옥같은 내부를 자랑한다. (감옥같다는 말이 농담이 아닌게, 방 벽이 거친 흰색 벽돌이다.) 안락한 느낌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방 크기가 다른 기숙사에 비해 큰 편인 것이 장점이다. 프랫 로우 바로 뒤에 위치해 있어서 시끄러울 수 있지만, 파티피플에겐 술에 취했을 때 기숙사가 가까우니 귀소본능을 발휘하기 제격이다. 도서관을 비롯한 메인 캠퍼스와의 거리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2) "조용히 도를 닦는 평화주의자들"에게는 리버 클러스터 (River Cluster)가 어울린다. 리버 역시 신입생 전용 클러스터이다. 캠퍼스 서쪽으로 코네티컷 강이 흐르는데, 그 강 옆에 있어서 기숙사 이름이 "리버"이다. 캠퍼스에서 제일 구석에 있는 기숙사라 시끄러운 건 절대 싫은 사람에게 딱이다. 공대랑 그나마 제일 가까운데, 공대보다도 더 메인 캠퍼스에서 멀어서 구글맵에 검색해보면 버몬트주라고 나온다는 슬픈 썰도 있다. 공대 수업을 많이 듣는 사람에겐 위치가 나쁘지 않다. 지은지 오래되긴 했지만 투룸 더블이나 쓰리룸 더블 옵션이 있어서, 룸메이트랑 둘이 살고 싶은데 원룸 더블은 절대 싫은 사람에게는 괜찮을 것 같다.
(3) "따로 또 같이"를 원한다면 이스트 윌록 클러스터 (East Wheelock Cluster)가 제격이다. 이스트 윌록은 학년 혼합 건물에 신입생 전용 층을 운영하는데, 리버가 캠퍼스의 서쪽 끝이라면 이스트 윌록은 캠퍼스의 동쪽 끝이다. (그래도 리버만큼 멀지는 않은데다, 체육관이 가깝다는 장점도 있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지은 기숙사라서 시설이 꽤 괜찮다. 공용공간과 스터디룸이 잘 되어있고 새벽 2시까지 운영하는 스낵바가 있어서 삶의 질이 높은 편인데, 그래서 그런지 별도의 지원서를 요구하는 점이 조금 귀찮긴 하다. 4명이 각자 작은 개인방이 있고 거실을 공유하는 형태의 특이한 "수이트 (Suite)"가 인기 있다.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4) 기숙사 시설이 무엇보다 중요한 "럭셔리 호캉스족"에겐맥러플린 클러스터 (McLaughlin Cluster)를 추천한다. 맥러플린 역시 학년 혼합 건물에 신입생 전용 층을 운영하는데, 캠퍼스 북쪽에 위치해 있고 의대 근처로 조용한 편이다. (의예과 지망이라면 위치상 최적의 기숙사이다.) 가장 최근에 지어진 기숙사로 굉장히 깔끔한 호텔급 시설을 자랑한다. 1학년이 쓸 수 있는 싱글은 없지만, 투룸 더블이 잘 되어있고 공용 공간이 많은데다 자체 스낵바까지 있어서, 1학년 때 맥러플린에 살았던 사람들은 2학년 때 어느 기숙사를 가도 만족을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좋은 기숙사이다.
(5) "많이 걷는건 딱 질색인 귀차니스트"에겐 러셀 세이지 홀 (Russell Sage Hall)를 권하고 싶다. 러셀 세이지 홀은 학년 혼합 건물에 신입생 전용 층을 운영하는데, 그야말로 캠퍼스 정중앙이고 도서관 바로 옆이다. 게으르고 만사 귀찮은 사람에게 딱이다. 다만, 무려 1920년대에 지어진 역사적인 건물이라 방이 작고 방의 퀄리티가 좋지 않으니 그 점은 감수해야 한다. 시설이 노후되어서 겨울이면 래디에이터에서 엄청난 굉음이 난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6) "합리적 타협가"에게는 페이, 맥레인 홀 (Fahey, McLane Hall)이 좀 더 어필할 지도 모르겠다. 러셀 세이지 홀 바로 옆에 있는데, 2006년에 완공되어서 상대적으로 깔끔한 편이다.
특별히 원하는 기숙사가 있다면 설문에 응답할 때 그 부분을 감안해서 작성하면 좋다. 예를 들어, 소음에 매우 예민하다고 답변하면 리버 클러스터 (River Cluster), 이스트 윌록 (East Wheelock), 혹은 맥러플린 (McLaughlin)에 배정될 확률이 높다. 이 기숙사들은 메인 캠퍼스에서 먼 대신 조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소음에 예민하지 않다고 답변하면 쵸우츠 클러스터 (Choates Cluster)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프랫 로우 바로 뒤에 있어서 파티 소음으로 항상 꽤 시끄럽기 때문이다. 만약 러셀 세이지 (Russell Sage)를 원한다면 2명의 룸메이트를 원한다고 답변하면 좋다. 트리플이 있는 1학년 기숙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러셀 세이지로 배정될 확률이 높다.
음주와 흡연은 물론, 술 반입조차 금지되는 substance free 기숙사를 신청하면, 같은 기숙사에 조용하고 신앙심 깊은 스타일의 아시아계 학생들이 많이 살 확률이 높다. 보통 부모님 눈치를 보느라 substance free 희망 여부에 "예"를 체크하기 때문이다.
신입생 전용 기숙사인 쵸우트와 리버는 오직 신입생들로만 구성된 기숙사라서 친구를 사귀기에 좋다. 같은 층에 사는 사람들을 플로어메이트 (floormate)라고 하는데, 1학년 기숙사의 플로어메이트들은 서로 시간을 맞춰서 밥을 먹으러 가기도 하고, 파티에 가기 전에 프리게이밍을 하기도 하고, 복도에 두런두런 앉아서 미저리 포커를 하기도 하고, 라운지에서 같이 과제를 하기도 하는 등 꽤 친하게 지낸다.
특히 리버는 캠퍼스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있다보니, 리버 거주자들은 먼 길을 같이 통학하면서 유대가 끈끈해진다. (새벽에 도서관에서 서로 공부가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가는 의리를 발휘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특히 겨울 학기에는 너무 추워서 웬만하면 리버에만 머물고 밖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서로 엄청 친해진다고 한다. 나는 1학년 때 쵸우츠에 살았는데, 거리도 멀고 시설도 낡은 리버에 사는 친구들을 불쌍하게 여겼지만 그래도 한편으로 그들만의 끈끈한 유대가 부러웠던 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