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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s Traveler Jan 06. 2023

마흔이 되어도 여태 집 보러 다녀요

구좌댁이 조천댁이 되기 한 달 전에 쓰는 글

우리 집은 내가 근무하는 제주시청에서 201번 버스를 타고 일주동로를 달려 갈아탐 없이 50분 안쪽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곳에 있다. 운전해서 5분이면 좌로는 함덕 우로는 김녕 해변이 있는데 소속성당이 김녕성당인 것을 보니 아마도 김녕이 조금 더 가까운 듯싶다.


김녕 성당 가는 길에는 그 유명한 BTS카페 #공백 그리고 제주 빵지순례 리스트에 있는 #김녕빵집 이 있다. 조만간 #런던베이글 오픈한다는데 이게 다 우리 집에서 걸어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함덕 방향으로는 어떤가! 마실 삼아 다녀오는 곳이 이상순 씨가 오픈한 #롱플레이 그리고 얼마 전 개는 훌륭하다 팀이 다녀간 #어반정글그레이밤부


어반그레이정글밤부에서 애정하는 우리집 개와 밤마실


어쩌다 보니 너무나 자랑질이 된 오늘의 이야기. 일이 이렇게 된 김에 좀 더 해야 끝나지 싶다. 편의점은 도보 3분 컷, 하나로마트도 차로 5분이다. 얼마 전에는 대형다이소와 드라이브뜨루가 가능한 버거킹도 생겼다. 무엇보다 돌담으로 둘러싸인 우리 집에서 슬리퍼를 질질 끌고 1분만 걸어 나가면 해수욕을 할 수 있는 스폿이 있다. 물놀이를 하다가 그 자리에 앉아 챙겨나간 커피를 마시며 해가 지는 것을 보았다. 선셋을 보러 서쪽까지 갈 일이 없다. 무엇보다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제주 동쪽에 옹기종기 많이들 모여 있는 오름들! 산을 좋아하는 내게는 더없이 감사한 일이다.

 

서울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가 자체 안식년을 목적으로 제주에 왔다. 찐 제주는 ‘동쪽’이라는 아집으로 구좌읍에 이 집을 발견하고는 지체 없이 계약을 서둘렀다. 집을 보러 이 동네에 와 골목에 들어서면서 이미 생각했다. ‘됐다. 여기다. ‘


#시내에서 멀지 않을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스러울 것

#해변이 멀지 않을 것

#편의점은 도보로 가능할 것

#반려견을 위해 마당이 있을 것


위의 목록이 모두 반영된 나의 첫 제주집 풍경이다.

 

우리집 대문과 마을 뷰
볕이 나는 어느날 마당에서 우리집 두 남자
김녕 프라이빗 해변 우리만 아는 아지트


사주에 역마살이 있어 조만간 나는 이 곳 구좌읍을 떠나 다시 조천댁이 된다. 이 나이가 되어서까지 집을 옮겨 여기저기 옮겨 다닌다는 게 서럽다면 서러운 일일까? 실컷 자랑한다고 쓰다가 급 보잘것없이 느껴지지만, 사람 사는 게 결국은 다 고만고만 하지 않나. 일 년쯤 제주에서 살겠다며 특별한 일상을 꿈꿨지만 결국은 그이도 나도 출퇴근을 하고 있으니 정말이지 사는 건 다 똑같다.


일 년 살아보려고 한 건데 우리 부부는 제주가 잘 맞아 서울에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그이도 나도 어렵지 않게 제주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큰 몫을 하였다. 문제는 집이었다. 서울 못지않게 제주에서도 집을 구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리스트업 해 둔다면 도장 깨기 식으로 집을 찾아가는 재미는 확실하다. 결국 돈의 문제로 귀결되는 게 조금 가슴아프지만 내가 이효리가 아닌 이상 그냥 발품 파는 수밖에 달리 도리는 없다! 좌우간에 마흔이 넘은 우리 부부가 이번에 새로 찾은 집은


#(바닷가 근방에 살아봤으니) 중산간 지역일 것

#시내에서 멀지 않을 것

#반려견을 위해 마당이 있을 것

#편의점은 도보로 가능할 것


위에 목록이 모두 반영된 나의 두 번째 제주집은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가 되었다.

옆집은 귤밭이에요


이 집 저 집 살다 보면 결국 우리 식구들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는 집을 찾게 되리라는 비상한 꿈을 꾸며  (한편으로 실소를 금치 못하며) 다음 달 이사를 앞두고 있다. 이사를 자주 하다 보니 묵은 짐이 줄어 좋다는 어이없는 말들이 아닌 게 아니라 ‘진심 그렇다!’ 는 것을 몸소 체험하면서 나는 내년에도 새 집을 찾는 꿈을 꾼다! ‘제주의 나의 집‘ 인생 뭐 있나.  상상만으로 행운적인 이 기분, 이거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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