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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망상인가, 인간본성인가

기독교인이 읽는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과 『이기적 유전자』

by 최서영

최근 교회를 다시 다니고 있다. 신앙이 없는 남편은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도 사후세계와 우주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며, 친구의 추천으로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이기적 유전자』를 주문했다. 덕분에 나도 읽게 되었다. 기독교인이 이 책을 읽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호기심으로 이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한 것 같다.


도킨스의 문체는 정말 매력적이다. 유전자를 "이기적"이라고 선언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나, 신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보겠다고 선언하는 담대함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다윈의 진화론을 확장하는 개념을 제시한다. 다윈의 진화론이 '개체'에 집중했다면, 도킨스는 '유전자'에 집중한다. 그는 유전자가 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도킨스의 이론으로도 여전히 개체별 진화를 완벽히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이 이론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까지 어떤 방식으로 진화해 왔는지를 더 정교하게 이해할 수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은, ‘신'이 인간이 만든 개념이라면서 신앙을 “망상"이라고 표현한다.

더 나아가 그는 종교를 과학과 이성을 통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 명확하게는 신앙을 인류 역사상 필수적이지 않은 부산물로 취급했다. 그뿐 아니라, 신을 삭제되어야 대상으로 여긴다. 신을 믿는 것은 비합리적인 것으로, 이성적인 태도를 방해하는 것으로 꼽았다.


그가 먼저 집필한 『이기적 유전자』에서 제시한 '밈(meme)' 개념을 활용해 종교가 유전자처럼 퍼지는 현상이었음을 설명한다. 예컨대, 도킨스는 기독교 신앙이 부모로부터 자녀에게 전달되고, 교회의 가르침을 통해 강화되며, 사회적 환경에 따라 변형된다고 보았다. 이것은 밈이다.

그러나 도킨스는 "신이 없어도 인간은 도덕적일 수 있으며, 도덕은 진화의 결과"이며, "더 나아가 인간이 생존을 위해 도덕을 발전시켰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왜 우리가 신이 없어도 가능한지를 증명함을 통해 신이 없음을 입증하려 했다.


그의 주장은 종교가 진화론적으로 확대 재생산되었음을 납득시키지만, 왜 우리가 반드시 "신이 없어도 가능한 인간"이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도킨스가 종교를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이유는 오래된 것이 반드시 '진리'를 보장하지 않으며, 종교가 비합리적 사고를 조장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종교가 도덕의 필수 요소가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전쟁과 차별, 극단주의를 유발한다고 본다. 하지만 과학과 이성 역시 역사적으로 전쟁과 차별, 극단주의를 유발한 사례가 있으므로, 굳이 종교만을 극복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논리적 어려움이 있다.


도킨스는 신앙을 과학적으로 검토하며 종교를 비판하지만, 그의 주장은 신앙의 본질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한계를 가진다. 종교가 단순한 밈일 뿐이라면, 우리가 밈을 소화해 내는 컴퓨터일 뿐이라면, 심지어 도킨스 말대로 구약과 신약 사이에 시간적 긴 공백이 있음에도, 신약 이후에도 신이 긴 침묵이 있는 와중에도, 왜 이리도 오랫동안 인간은 종교를 지속하였으며, 왜 이리도 많은 사람들이 신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있을까를 반문하게 만든다. 또한, 도덕이 진화의 결과라면, 우리가 절대적인 도덕 기준이라고 믿는 확신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 또한 인류의 이기적 유전자가 만든 진화의 결과일까.


『만들어진 신』이 던지는 질문들은 흥미롭지만, 이 책만으로는 인류의 진화를 완전히 설명할 수 없으며, 신이 없어도 가능한 인간이어야 하는 이유 또한 충족시키지 못한다. 결국, 도킨스의 주장은 과학적 탐구로 종교를 분석하려는 시도에서 의미가 있지만, 종교와 신앙이 인간 삶에서 가지는 본질적인 가치를 완전히 부정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도킨스의 진화론은 오히려 종교를 진화론에 의거하여 설득시키는 결과가 되어버렸다고 느낀다. 이 책을 통해 오히려 신앙은 견고해지만 했다. 과학과 이성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에 대한 논의는 과학적 해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도킨스는 왜 이토록 비약적 논리에도 불구하고 신이 없어도 가능한 인간이어야 함을 입증하려 했을까? 그것은 종교가 과학과 이성이 없이도 너무 많은 도덕과 인격적 도약을 이루었기 때문일 수도. 부산물 수준이어야 할 신앙 따위가 인류에 너무나 지대한 범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혹은 유레카를 외치고 싶은 과학자의 열망이 그를 여기까지 이끌었는지도. 혹은 그 자체로 인간본성일지도. 인간은 끊임없이 발견하고 깨닫고 싶어 하니까.


왜 그는 유독 신앙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을까? 그 답은 도킨스의 책 안에 숨어 있다. 도킨스는 9살 때부터 신의 존재에 대한 의구심을 품었다고 한다.


“인간은 왜 이토록 종교에 대한 판단을 지속하는가?” 이는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는,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오래된 질문이다. 만약 신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신이 없다는 것" 또한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이다. 이 질문의 끝은 명확히 규정될 수 없다. 신이 없다는 주장 역시 하나의 믿음에 불과하다. 믿음을 없애기 위해, 또 다른 믿음을 취한다. 이 또한 만들어진 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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