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10년 차 중학교 교사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제 생활기록부 장래희망란에는
항상 '교사'라는 두 글자가 있었습니다.
맞벌이 생활을 하며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그 시절 워킹맘이었던 어머니는,
IMF로 인해 여러 번 이직을 해야 했던 아버지는
제게 '공무원'만큼 좋은 게 없다고 했습니다.
여자는 교사면 제일이라고 하셨습니다.
교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임용장을 받고 마침내 첫 학교에서
제자라고 부를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딱 10년 전이었는데도
교직은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제가 열심히 준비한 수업은
엎드려 자는 아이들을 깨우느라,
교실 뒤에서 몰래 피는 전자담배 때문에
준비한 대로 쓰이지 못했습니다.
고작 20대 신규 교사는
교직원 회의에서 멈출 수 없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교권보호위원회'조차 없던 시절,
신규 교사인 저는
무기력이라는 감정을 이기는 법부터 배웠습니다.
이 학교만 떠나면 괜찮을 거라고.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학교는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학생에게 희롱을 당한 날을 잊지 못합니다.
학생에게 욕을 들었던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교권보호위원회'를 열면 된다고 하지만,
그 결정은 저한테 있었습니다.
젊은 교사라, 여교사라
남학생이 무시하는 거라고 손가락질도 받았습니다.
그렇게 한번 더,
'나'보다 학생을 우선하였습니다.
'나'의 지금보다 학생의 앞날을 우선했습니다.
다시 한번 무기력을 이기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 학교만 떠나면 괜찮을 거라고.
이 학교만 떠나면 괜찮을 거야.
나만 버티면 괜찮을 거야.
그렇게 10년.
2023년, 제가 본 동료들은 누구보다 해야 할 일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바깥세상 사람들은 말합니다.
교사는 방학도 있고, 연금도 있고, 철밥통이라고.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냐고.
최악의 선생들 많다고.
교사들이 요구하는 걸 들어주면
다시 아이들의 인권은 없는 것이라고.
이제 묻고 싶습니다.
당신이 만약 방학이 있고, 연급도 받을 수 있다면,
타인에게 욕을 들어도 신고할 수 없고,
폭력이 일어나도 방어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언제든 고소를 당해 법정에 나가는 정도쯤은
기꺼이 할 수 있는지.
그렇게 언제든 신고를 당하고,
언제든 고소를 당할 수 있는 직업을
감당해내고 있습니다.
제 입에서 나가는 모든 말을 검열하고 옵니다.
제 모든 행동을 검열하며 생활합니다.
그러나
교사들은 여전히 학생들이 애틋합니다.
교사들은 여전히 교육자이고 싶습니다.
우리들은 당신이 만난 그 시절 그 교사가 아닙니다.
2023년, 우리는 여전히 가르치고 싶은 교사입니다.
아동학대 신고를 받아 직위해제가 되고,
고소장이 날아와 품위유지를 하지 못했단 이유로
징계를 받는 매뉴얼은 왜 이리도 정확한가요.
우리를 지켜준다고 했던 교권지위법은
왜 이리도 쉽게 굽어지는 건가요.
저는 중학교 교사입니다.
제 직업을 소개합니다.
여전히 버틸 가치가 있나요?
이 학교만 버티면 돼.
나만 버티면 돼.
이기적으로 생각했습니다.
미안합니다.
나는 당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