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사비나 Jun 01. 2024

“서울대 의대? 당연히 너도 갈 수 있지!”

자신의 한계를 두는 아이들에게

”세희야, 중간고사 성적이 나왔네?

이 정도 성적이면 00고는 갈 수 있어.

넌 대학교를 간다면 무슨 전공을 하고 싶어? “

“저… 서울대 의대 갈 거예요.”


교사인 나는 알고 있다.

서울대 의대를 간 제자는 단 한 명도 없었지만 적어도 ‘서울대 의대’를 가려면 중학교에서는 이미 전교 1등은 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정도의 판단은 할 수 있다. 세희의 중학교 성적은 중간 정도 순위였다. 그런 세희에게 나는 말했다.


“서울대 의대? 당연히 너도 갈 수 있지. 꿈을 열심히 꿔. 그리고 노력하면 돼. “ 세희가 활짝 웃었다. 누구도 세희에게 ‘갈 수 있다고’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일까.


7반에 ADHD가 심하게 의심되는 지후를 보면, 항상 주눅 들어있는 모습이다. 매일 까먹는 숙제, 매일 벌점 받는 일상… 친구와의 대화도 매끄럽지 못해 늘 혼자다. 지후에게 물었다.

학교가 힘들진 않냐고.

지후는 말한다.

“저는 왜 계속 노력해도 안 될까요?”

“지후야, 선생님이 봤을 때 너는 친구와 대화할 때 갑자기 불쑥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경향이 있어. 그건 네가 심호흡 3번 하고 한번 더 생각하고 말하면 좀 도움이 될 거야. “

“이미 다 저를 안 좋게 보는데요.

노력해도 안 될 거예요. “

“아니야, 선생님 눈 똑바로 봐봐. 넌 좋은 친구를 만날 거야. 너는 좋은 사람이니까. 너는 잘할 거니까. 선생님이 딱 말해줄게. 지금 당장은 안 보여도 분명 너는 노력하기 때문에 학교 생활이 편안해질 거야.”

그날 지후는 어딘가 마음이 편해 보였다.



가끔 아이들과 이야기해 보면 느낀다. 자신의 능력에, 자신의 일상에 한계를 두는 모습을 보곤 한다. 과거에 계속 평균 70점 대에 머문 아이는 자신이 전교 10등 안에 들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항상 친구에게 상처받아 온 아이는 자신은 영원히 좋은 친구를 만들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ADHD 아이들마저도 사춘기가 되면 말한다.

“나는 ADHD라서 공부 못해.

ADHD라서 맨날 게을러.”


이때, 아이에게 의미 있는 어른이 하는 말은 큰 울림이 있다. 부정적인 생각의 늪에서 건져 올려주는 건 단순하게도 ‘긍정의 말‘이다.

“넌 서울대 의대에 갈 수 있어.”

“너에게도 좋은 친구가 분명 올 거야.”

“넌 ADHD가 있어도 모든 것이 될 수 있어.”


모두가 안 될 거라고 할 때, 아이들의 마음에 자신에 대한 의심이 자랄 때, “넌 할 수 있다”라고 아이의 무한한 미래를 믿어주는 어른의 ‘말’은 분명 큰 힘이 있다. 나 역시, “사비나야, 너도 교사가 될 수 있어.”라고 말해준 은사님의 말씀 덕분에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것처럼.


“모든 그릿의 전형이 현명한 부모 밑에서 자라는 혜택을 누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내가 면담했던 모두의 인생에는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방식으로 목표를 높게 잡으라고 격려해 주고, 그들에게 절실히 필요했던 자신감을 북돋아주며 지지해 준 사람이 있었다.” - 앤절라 더크워스의 <그릿>


교사는 그런 존재다.
아이들의 마음에 씨앗 하나를 심어주는 사람. 희망의 씨앗, 용기의 씨앗, 위로의 씨앗.
무엇이 될지 모르는 씨앗이지만
분명 긴 아이들의 삶 속에
언젠가 잘 자라줄 씨앗을 심는 사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들의 눈을 보고 말한다.
“넌 분명 잘 해낼 거야. “



이전 05화 “동글아, 이제 그만 말해. “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