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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May 01. 2023

ADHD도 할 수 있어, 엄마표 영어

이전 브런치 글에서 고백했다. 

돈 내고 혼만 나던 세모를 영어학원에서 탈출시킨 그날 이후, 우리는 함께 '엄마표 영어'라는 여정을 시작했다. 전공이 영어지만 자식 가르치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서 우리 아이가 학원에서 부디 잘 적응해 주길 바랐다. 나는 영어를 7살에 시작했다. 파닉스부터 윤선생 영어, 외국인과의 어학원 생활을 거쳐 종합 학원에서 배운 영문법을 배우면서 영어교육과에 들어가기까지... 영원히 네이티브가 될 수 없는 위치에서 영어를 정복해 온 그 여정을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모든 여정에 사교육이 있었으며, 난 사교육표 영어로 영어교사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 ADHD를 갖고 있는 세모는 자기가 싫어하는 '영어'라는 과목을 학습으로 배우는 학원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고, 선택적 집중을 발휘하지 못해 한 마디로 나가떨어졌다. 


엄마표 영어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왜 엄마표야? 아빠표는...? 나도 일하는데 왜 내가 해야 하는 걸까?!"

"일하면서 무슨 엄마표 영어냐... SR이며 AR이며 알고 싶지도 않아... 영어유치원은 엄두도 못 내는데 학원도 못 다니니 영어 포기해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으로 시간을 허비하다가는 세모가 영영 영어와는 친구가 되지 못할 것 같아 '잠수네 프리스쿨 영어공부법'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예전에는 이 책에서 말하는 게 외계어처럼 들렸었는데 절박해지니 몇 개는 알아듣게도 되었다. 그러나 내가 해보고 나니 '잠수네'처럼 '잠수네' 사이트에 가입해서 돈을 결제하고 다 따라 하다가는 내가 나가떨어지게 생기겠구나 싶었다. 시간도 없거니와 ADHD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집중해야 할 것들이 한 두 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시작이 반이라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를 검색해 보며 시도라도 해보자 하며 엄마표 영어를 시작했다. 


이 글은 막막한 ADHD 엄마들에게 얕게나마 엄마표 영어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우리 아이들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경험한 소소한 깨달음들을 담은 글이다.


<영어 교육에 대한 목표를 다시 잡을 것>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두 부류로 나누자면 (1) 중, 고등학교 영어 성적을 잘 받아 좋은 대학에 가는 수단으로 여기는 경우와 (2) 세계화 시대에 영어를 편하게 접하여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4 Skills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한 경우로 나눌 수 있다. 


  (1)의 경우는 사실, 학원과 학교의 교육 과정을 잘 따르기만 해도 된다. (1)을 잘 해내는 데 꼭 영어유치원이라던지 엄마표 영어라던지 그런 것들이 필수는 아니다. 학습 능력만 잘 갖춘다면 잘 해낼 수 있다. 그러나 세모처럼 학습과 학원, 학교 수업에 적응이 느리고 어려운 ADHD 아이들에게는 영어를 생각만 해도 질색인 과목이 되기 쉽다. 그래서 난 (2)를 목표로 삼았다. 이때, 엄마표 영어는 (2)를 이루는 데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실제로 해보니 더더욱 느낀다. 아이가 영어를 들으며 깔깔 웃기도 하고, 자기도 모르게 아는 단어들이 많아졌고, 영어로 주어, 동사를 생각하지 않아도 그냥 상황에 맞게 말해낼 때를 보면 느낀다.


<ADHD 아이와의 엄마표 영어에서 유의할 점들>

1. AR, SR, Lexile 지수는 무시해도 좋다.

  AR지수, SR지수, Lexile 지수가 뭔지 궁금한가? 간단히 말하자면 원서의 수준과 아이의 영어 문해력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그러나 이런 지수를 너무 신경 쓰다 보면 우리 ADHD를 가진 아이들과 비 ADHD 아이들과의 수준을 비교하게 되면서 점점 엄마도 좌절감을 느끼게 되고 아이를 채근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신경 서야 할 것은 우리 아이들의 '내 아이 흥미 지수'이다. 각자 즐겁게 느끼는 원서들의 포인트들이 있다. 우리 세모는 '유머, 과학 지식, 호기심 자극' 같은 흥미 지수를 갖고 있다. 이런 유머러스한 책들이 굉장히 아이의 원서 읽기를 유지해 주었다. 


*AR, SR, Lexile 지수에 관하여...

https://m.blog.naver.com/hyunijeong/222303946453


2. 워킹맘은 매일 10분씩 시작하여 5분씩 늘려간다.

  솔직히 말하겠다. 전업맘들이 엄마표 영어에 더 집중하여 아이의 실력을 늘릴 수 있다. 절대적 시간 투자는 그만큼 빛을 발한다. 그렇지만 워킹맘이라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가랑비 옷 젖듯" 하는 학습의 위력은 엄청났다. 매일 10분씩 아이에게 책을 읽어줬다. 그렇게 아이가 원서 읽기에 적응하고 나면 5분 늘려 15분, 5분 늘려 20분, 그렇게 원서 읽어주는 시간을 늘려갔다. 그리고 잊지 말자. 바쁠 땐 오디오북, 유튜브 Read Aloud, 스토리텔 어플까지 우리를 도와줄 헬퍼들은 널렸다.


3. 쓰기는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엄마표 영어의 목적은 아이가 영어와 친숙해지고 인풋이 가득히 쌓여 아웃풋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읽기와 리스닝이 제일 기본이며, 한국어처럼 인풋이 쌓이면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그러다 보면 한 문장, 두 문장 쓰기가 시작될 것이다. 아직 세모는 쓰기를 참 싫어한다. 하지만 한글 일기 쓰기 실력이 비ADHD 아이들과 비교하면 부족하지만 세모의 쓰기 실력이 한해 한해 달라지는 걸 보며 영어도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한국의 영어교육에서 쓰기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은 모두 겪어봐서 알 수 있을 것이다.


4. ADHD 아이의 속도에 맞춰 따라가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속도는 다르다. ADHD 아이들은 난독증을 갖고 있는 아이들도 있으며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 비ADHD 아이들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읽기를 강요한다던지 원서 레벨이 업그레이드되지 않음에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가 내 옆에서 즐겁게 영어 책을 즐긴다면 그걸로 됐다.


5. 쉬운 책만 읽어줄 필요는 없다. 

  아이들의 리스닝 실력은 생각보다 빠르게 발전한다. 10세 이하의 아이들은 Critical Period(결정적 시기)가 있어 그 이전 연령의 아이들은 언어를 놀랍게도 쉽게, 빠르게 습득해 낸다. 우리가 성인이 되어 외국어를 배우는 게 쉽지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리스닝 실력이 늘면 아이가 자기도 모르게 원서를 들으면서 이해도가 높아진다. 본인이 80% 정도를 이해하는 책이 있다면 그 책을 자꾸 읽어주자. 아이의 원서 레벨이 한 단계 또 UP이 된다. 


<엄마표 영어, 우리만의 루틴>

  잠수네에서 강조하는 루틴을 따랐다. 그러나 100% 똑같이 하지는 못했다. 아이가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있었고, 나 역시 물리적으로 체력적으로 버거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이 부분을 꼭 강조하고 싶다. ADHD 아이들은 아이마다 성향이 다 다르고 증상도 다 다르기 때문에 엄마가 아이를 잘 관찰해 보고 아이와 맞춰서 그 가정만의 루틴을 만들면 좋겠다.


 1시간 흘려듣기  ▶  25분 리더스북 청독/음독(리딩앤, 리틀팍스) ▶ 엄마,아빠가 읽어주는 픽쳐북 2~3권


1. 1시간 흘려듣기

  7세부터 시작했다. 1시간 흘려듣기는 40분에서 1시간 동안 영어 DVD나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쿠팡 플레이에 있는 쉬운 영어 영상들부터 자기가 좋아하는 영어 영상까지 자유롭게 1시간씩 보게 했다. 그 시간은 사실 나의 쉬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이는 자막 없이 영어를 영상으로 접하면서 다양하고 반복되는 어휘와 문구들을 습득했다. 학습이 아니고 습득이다. 자기도 모르게 알게 된다. 


2. 25분 리더스북 청독/음독

 25분은 세모가 정했다. 사실 30분 하길 원했지만 본인이 꼭 25분만 하겠단다. 리더스북은 Oxford Reading Tree와 같이 단순한 문장들이 반복되는 책들을 말하는데 책으로 읽어라~ 하면 읽지를 않아서 나는 리딩 앤 이라는 태블릿 학습프로그램을 구독하여 매일 평일마다 시켰다. (주말은 극구반대하여...) 레벨도 1부터 아주 어려운 레벨까지 있기 때문에 아이가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 타이머 25분을 맞추고 리딩앤이나 리틀팍스 프로그램으로 스스로 공부를 한다. 내용도 재밌기도 하지만 아이가 퀴즈도 맞추고 문장을 따라 읽으며 녹음하는 부분은 'Excellent'가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읽기 때문에 저절로 문장을 읽기 시작하게 되더라. 이 부분이 참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은 읽게 된다. 아이의 능력을 믿어보기를.


*청독: 오디오를 들으면서 단어를 눈으로 따라 읽기(여기서 손가락으로 단어를 짚으면서 읽는다면 '집중듣기'가 된다.
*음독: 직접 아이가 소리내어 낭독하는 것(세모는 정말 싫어하여 안 시킴.)


3. 엄마나 아빠가 읽어주는 픽쳐북 2~3권

  재밌는 픽쳐북을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웬디북' 사이트에서 자주 구매하여 열심히 읽어줬다. 이 픽쳐북은 어린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인데 아주 재밌는 내용들이 많아서 아이가 영어 책임에도 불구하고 학습이 아니라 엄마, 아빠 품에서 재밌게 듣는 이야기책으로 느낀다. 이 픽쳐북은 아이의 영어 책 흥미도를 유지시켜 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4. 그리고 드디어 챕터북

  세모의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 끌어올려지면서 최근에는 한국어로 재밌게 읽었던 챕터북들을 영어로 청독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은 앞의 과정이 매일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근에 즐겁게 청독하는 130층 나무집 시리즈

<영어 원서 고르는 법>

  바쁜 나에게 가장 쉬웠던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검색 실력도 없고, 시간도 없는 워킹맘으로서 가장 좋아하는 사이트는 '웬디북'이다.

https://www.wendybook.com/


이 곳에 들어가면 카테고리에 '연령별', 'AR지수별', '픽쳐북/리더스북/챕터북'이 나눠져 있어 카테고리에 들어가서 꼭 "후기"를 보고 우리 세모의 '흥미 지수'에 맞는 것들로 골라 구입했다. 







특히, "Steady Seller" 카테고리에서 픽처북/리더스북/챕터북을 골라서 사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꾸준히 팔리는 Steady Seller 책들은 실패할 확률이 적었고 필독서가 많았다.

























<픽처북, 리더스북, 챕터북에 관하여>

  픽처북, 리더스북, 챕터북 순서대로 아이의 영어 원서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 개념은 아래 사이트를 참고하길 바란다.


https://saeyanbooks.com/185


세모와 나의 엄마표 영어 여정은 이렇게 계속되겠지요?
때론 힘겹고 때론 너무 즐거운, 멈추지만 않는다면 어딘가에 도달해 있었던 
우리만의 루틴을 공유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들은 바로,

- 아이가 즐거울 것
- 비교하지 않을 것
- 지칠 땐 한 권이라도 읽어줄 것
- 멈추지 않고 할 것
- 힘들다면 양을 줄일 것


이전 13화 돈 주고 혼나는 일상, 영어학원을 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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