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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Jul 12. 2023

ADHD인데, 학원 좀 다녀도 될까요?

ADHD 아이에게 맞는 학원 찾기

   세모는 6살부터 태권도와 미술을 시작으로 사교육의 세계로 들어갔다. 태권도와 미술은 8살이 되어서도 쭉 다녔다. 유치원을 마치고 너무 심심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방방 뛰는 세모의 에너지를 해소해 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ADHD 아이를 학원에 데려가는 건 쉽다. 충동적인 성향이 있기 때문에 아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던지 뭔가 재밌어 보인다 싶으면 당장 들어가서 학원 다니겠다고 하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1년 넘게 한 학원을 다닐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쉽게 질릴 수도 있겠다는 ADHD에 대한 나의 선입견이었다.  9세가 된 지금까지 중간에 그만둔 영어 학원을 빼고는 세모는 한 학원을 1년 이상 다녔다. ADHD가 학원을 끊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고 1년 넘게 지속해서 잘 다닐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


  학원을 보내기 전에 부모가 생각해보아야 할 질문들이 있다.

첫째, "학원을 보내는 이유가 무엇인가?"

학원을 보내는 이유가 '아이가 뭔가를 배워 잘해야 한다.'는 기대감으로 보낸다면 당신은 분명 실망할 것이다. 학원은 학교와 다르게 우리의 자본이 들어간다. 그런데 거기에 돈을 냈으니 아이가 그 학원을 다니면 당연히 수학 학원이면 수학을 잘할 거라고, 피아노 학원을 보내면 피아노를 체르니까지 잘 쳐낼 거라고 기대한다면, 나의 아이라는 변수에 크게 실망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중학교에서 부모님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들이 이것이다. "대학 등록금만큼 돈을 학원에 내줬는데 성적이 이렇다니 암담합니다. 제가 대체 어디에 돈을 쓴 건지."

'음... 어머님. 넣어두면 불어나는 복리의 마법인 양 생각하셨다면 큰 착각 하셨네요. 당신의 아이처럼 변수가 많은 것에 투자를 하셨으니 손실도 어머님 몫이지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학원을 보내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나와 세모의 경우, 태권도와 미술 학원, 피아노 학원은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다. 1시 30분에 하교하는 아이를 안전히 지켜줄 수 있는 어른이 있는 곳, 동시에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선택했다.


둘째, "그 학원은 ADHD 성향의 아이를 잘 수용해 줄 수 있는 분위기의 학원인가?"

   이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직접 발품 파는 것뿐이다. 비ADHD 아이들의 엄마들이 "너무 재밌는 학원이다. 너무 잘 가르친다." 하는 곳이 우리 아이들도 잘 다닐 것이라는 것을 절대 보장해주지 않는다. 첫 상담을 갈 때는 꼭 원장과 상담을 한다. 원장이 그 학원의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원장선생님이 아이들을 대하는 표정, 말투, 아이들을 아이들답게 바라봐주는 너그러움이 풍기는 분들이 계셨다. 그 첫 상담의 느낌으로 세모는 그 학원들을 꾸준히 다니고 있다.

   그리고 학원 분위기가 절간처럼 조용하고 정적인 곳이라던지, 숙제가 많거나 규칙을 중시하는 곳이라면 ADHD 아이들의 입장에선 학교 이후 또 부정적 피드백을 받는 장소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다. 게다가 학원은 돈 내고 혼나는 셈이니 부모도 아이에게도 모두 상처다.

   세모가 그만둔 학원은 딱 세 개였다. 하나는 돈 주고 혼만 나던 영어 학원이다. ADHD 아이에 맞지 않게 계속 활동이 20분마다 바뀌는 곳이어서 주의력 전환이 바로 되지 않고 첫 과업에만 머물러 있는 세모는 계속 지적을 받았어야 했다. 몇 주 안 되어서 바로 환불받았다.

   그다음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바꿨던 미술 학원이다. ADHD 아이들에게 미술 학원은 즐거움을 맘껏 느끼는 장소일 것이다. 그런데 유치원 때 다녔던 미술 학원은 매주 요리 수업도 있고, 촉감 수업도 있고 드로잉도 있고 다양한 미술 활동들을 했었는데 초등학교에 바꾼 미술 학원은 드로잉만 했던 수업이었다. 세모는 선생님이 사물을 얼마나 비슷하게 그려내느냐를 가르치다 보니 금세 질려서 그만두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축구 학원이었다. 스포츠를 하면서 에너지 발산을 제발 좀 해달라는 마음으로 보냈는데 어느 날 수업 중간에 아이를 보러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코치가 한 아이를 한 시간 동안 벽을 보고 서 있게 하는 것이었다. 고작 7살짜리 아이였다. 그 아이의 잘못은 코치가 말할 때 자꾸 딴짓하고 집중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그날은 그 아이였지만 아마도 수많은 날들에 우리 세모가 벽을 보고 서 있었거나 호통을 들었겠다 싶었다. 돈 내고 내 아이는 벽 구경을 하고 온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질문은 "내 아이가 그만두고 싶다고 할 때 바로 그만두게 할 수 있는가?"이다.

   부모의 욕심으로 보낸 것이 아니라면 아이가 그만 두길 원할 때, "그래? 그럼 안 다녀도 돼."라고 편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이때, 아이가 뭐든 쉽게 그만두고 학습을 포기하는 데 익숙해지게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ADHD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교사로서 세모의 학습에서 가장 중요시하고 있는 부분은 국어, 영어, 수학, 독서이다. 이 네 가지는 조금씩이라도 매일 하는 습관을 길러주고 있다. 왜냐하면 안 하던 아이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언제든 자기 실력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항상 또래만큼의 기본 실력은 유지해줘야 하는 것이 가정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물가에 데려가지도 않고, 잠수하는 법도 가르치지 않았는데 시간이 흘러 수영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해서 갑자기 물에 뛰어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절대 그럴 수 없다. 할 수 없는 일에는 '두려움' 때문에, 그리고 내가 잘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국어, 영어, 수학, 독서는 집에서 아이를 붙잡고 언젠가 아이 스스로도 학습을 이어 나가고 잘한다고 느낄 때까지 함께 학습을 도와주어야 한다. 아니면 학원에 돈을 내고 나의 몫을 위탁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때, 아이가 그만두고 싶다고 하면 그 공부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꼭 얘기해 준다. 학원을 가지 않을 거라면 집에서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게 세모는 영어 학원을 그만두고 나와 집에서 매일 영어 책을 읽으면서 영어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학원이 필수는 아니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 가정의 경우 초등학생 아이들의 돌봄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학원을 고를 수밖에 없다. ADHD 아이라서 학원을 보내면서도 쫓겨날까 걱정했고, ADHD 아이라서 학원에서 배워오는 것 하나 없이 3 달이면 그만둔다 소리 하겠지 생각했다. 내 예상과 다르게도 세모는 매일 집에서 피아노를 연습하는 아이가 되었고, 태권도 검은띠를 따기 위해 연습 중이다. 제일 걱정했던 수학 학원은 몇 문제를 더 풀기 위해 항상 10분씩 친구들보다 늦게 나온다.


생각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우리가 해줘야 하는 건
좋은 학원을 알아내기 위해
정보를 얻으러 다니니는 것이 아니라
ADHD 아이들도 할 수 있다고
강한 믿음을 주는 것뿐이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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