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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 Oct 10. 2024

말 없음의 무수한 말

별 게 다 감탄_부부 북미 여행기 #10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마지막 투어를 하기 위해 뉴욕에 다시 왔다. 지난번에 못 갔던 보스턴에 들러 곳을 다니 있는데, 사실 관심이 더 가는 곳이 있다. 해가 져야 더욱 볼만한 두 곳, 타임스퀘어와 뉴욕 야경을 보려고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해가 저물었다. 버스에서 내려 비교적 좁은 인도를 고 다시 돌며 타임스퀘어 방향으로 가는 중이다. 초고층 빌딩들에 가려 어디쯤 있는지, 언제쯤 나타날지 모르는 채로 걸었다. 어느 코너에서 다시 꺾는 순간, 영상에서만 보던 화려한 컬러를 뿜는 광고 전광판들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와! 여기 구나.' 한발 내딛을 때마다 어쩔 줄 모를 정도로 현혹되었다. 사진과 TV에서 종종 봐왔기에 익숙할 거라 예상을 해왔다. 하지만 직접 보니 달랐다. 신기한 세상에 온 듯하다.


뉴욕의 스팟인 이곳에 군집된 현란한 광고 영상들을 보는 동안, 비현실 같으면서도 현실 최고의 시간다. 빙글빙글 몸을 돌리며 구경했다. 각각의 특색 있는 동영상을 한 데 모아놓으니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때때로 이런 자극적이라 할 만큼의 역동적이고 코믹스러운 영상 내성적인 나에게 에너지를 듬뿍 준다. 지금 최상의 만족도로 즐기고 있다. 점점 나만 존재하는 듯, 다른 이들은 희미하게 보인다.


남편의 존재도 잊을 정도로 정신을 놓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니 지나가는 사람들, 난간에 걸터앉은 사람들, 다양한 인종들이 곁을 스쳐 지나가며 영상 예술을 즐기고 있다. 몸이 부대껴도 불쾌함을 인식 못했다. 서로의 흥을 이해하고 있나 보다. 누군가를 건드리고, 가는 길을 막아도 기다려 준다. 잠시 방해되는 순간들을 당연시 여기는 것 같다. 다 같은 일행이란 착각이 들고 인파가 함께 축제를 하는 듯 모두가 즐거워 보인다. 




이곳이야말로 독특한 흥미 외에는 특별한 감동을 줄 거라고 기대를 안 했다. 그저 현대 상업광고의 화려함이 궁금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을 나도 이제 보게 되었구나.’라는 기대를  왔을 뿐이. 그러나 동화 속의 거인이 된 듯, 내 키가 빌딩의 높이에 걸맞게 점점 높아지고 있다. 마음까지 부푸는 걸 느낀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왜 나 자신이 대단해 보이는 거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느낄 뿐이다. 왜 이리도 자신감이 올라가 것인지 신비스럽다. 저 광고판에서 어떤 독특한 힘이 나오는 것일까? 어쨌든 저 빌딩만큼 키가 커졌고, 몸도 가벼워지고 활력을 느낀다. 이곳에서의 특별한 영향을 받은 건지, 아니면 이번 여행을 통해 남겨진 결정체인지 알 수 없지만, 현재 분명한 것은 자신감이 되살아난다는 사실이다.


맘속 어딘가에서 자꾸만 신호를 보내온다. 

', 괜찮은 사람이야. 그 정도면 잘 살아왔어. 너의 잠재력은 충분해!' 


맞다. 지난한 시절의 위기를 잘 넘긴 것만 해도 잘 산 것이다. 남편과 함께 했던 고생이 더욱 값지고, 심지어는 자랑스럽다. 우둔했던 우리는 위기를 함께 넘기는 과정에서 예전보다 훨씬 지혜로운 부부로 거듭났다. 일상 속에서 행복을 어느 누구보다 세심하게 자주 느끼는 사람들이 되어 다.  행복은 우리 부부의 것이다! 지난 세월이 생각날 때마다 대견함반주삼아 얘기하며 서로에게 고마워할 것이다. 함께 자주 웃고 멋스럽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숙소로 가기 위해 그곳을 떠났다. 가는 길에 강을 건너니, 저 멀리 눈부신 뉴욕 야경이 다시 한번 우리를 놀라게 다. 일행은 버스에서 내리기도 전에 나지막한 탄성을 터뜨렸다. 조금 전 타임스퀘어에 이어 전율이 또다시 일어난다.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다니! 가슴두근거린다. 남편과 같은 곳을 같은 시간에 함께 바라보면서 감탄한다는 사실이 기쁘다.


감동을 한껏 준 이 도시가 좋아졌다. 고전문학 작품을 읽으며 감명받은 일 외에, 실생활에서  활력이 생길 만큼 감동받거나 멍할 정도의 감탄할 만한 일이 별로 없었는데, 지금 원 없이 경탄하고 있다. 이번 여행은 목말랐던 감탄을 실컷 하며 무작정 놀고 싶어 떠나온 거다. 풍경도 문학이구나! 내면에 변화가 일, 바라 사람 되어간다.


언젠가 갔던 스위스 부부여행에서 즐길 줄 아는 여유를 배우고 안정된 마음을 찾았다면, 이번 북미여행은 동적으로 우뚝 솟게 해 주었다. 자연이든 인공이든 무슨 상관이랴. 모든 감탄은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산소다. 누가 정해 놓은 것인 아니라, 자기만이 느끼며 호흡하는 이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바로 감탄하는 사람의 모습이다. 작은 것일지라도 감동을 하는 나 자신이 아프도록 사랑스럽다. 내 인생 동반자의 시선야경에서 내내 떠나않는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 남편 깊어진 눈이 계속  반짝거린다.




약 2주간의 북미 여행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기내에서 창을 내다보며 이륙을 기다리고 있다. 뉴욕에서 시작하여 뉴욕에서 마친 여정 속 여러 장면과 잇따른 감정들을 다시 느껴본다. 특히, 남편의 인상적인 변화들에 대해 생각했다.




년 전, 여행지 호텔 앞 약간 비탈진 길에서 굴러가는 일행의 캐리어를 잡기 위해 급하게 뛰어가느라, 다칠 뻔한 남편의 모습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정작 짐주인은 얘기하느라 방관하고 있었다. 이때, 여행 시 타인에 대한 도움에도 '조절이 필요하다'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


이번에 북미 부부 여행 계획을 잡고 나니 그때가 떠올라, 남편과 다시 얘기를 나누었다. 여전히 배려심이 몸에  사람이지만, 달라진 그만의 '적절한' 행동을 보았다. 아침 인사를 먼저 건네는 모습은 새삼 멋지다. '맞아, 이런 사람이었지!' 마치 연애시절 알아가던 사이처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시간이었다.


또, 사진 찍을 때마다 남편의 포즈가 날이 갈수록 더 자연스럽고 적극적이었다. 자신의 독사진도 찍어달라처음으로 '먼저' 부탁하더니 나이아가라 폭포 여행 이후, 하트와 브이도 어색하고 투박하지만 스스로 만들고 싶어 한다. 표정도 한결 편안해 보인다. 사진 찍기에 대한 많은 변화가 궁금해서 물었더니,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나도 나를 남기고 싶어.”


타임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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