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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 Sep 19. 2024

나이아가라 폭포에 풍덩!

별 게 다 감탄_부부 북미 여행기 #7




버스 창 밖으로 탐스러울 만큼 싱싱한 녹색이 넓게 펼쳐진 잔디밭을 보느라 여념이 없다.  경은 내가 어딘가에서 보며 인상에 남아 동경해 온 도시의 이미지다. 아마 감동을 진하게 받은 따뜻한 가족영화의 배경에서 주로 봤던 영향이지 싶다.


이곳 워싱턴 D.C. 는 내일 캐나다 동부로 이동 전에 들른 도시다.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너른 풀밭 위 나무 그늘 아래에 한가하게 주말을 즐기는 저들의 옆자리에 끼어 있는 나를 상상해 다. 언젠가 저런 광경을 직접 보고 싶었다. 소원을 이룬 셈이다.


사진을 찍기보다는 그들이 피한 땡볕에 서서, 풍경화 감상을 하듯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마음에 가득 담았다. 따가운 햇살이 내리꽂는 잔디밭에 털썩 주저앉았다. 뒹굴고 싶다. 가만있어도 맺히는 땀을 상쾌한 바람이 바로 쓸어가 견딜만하게 해 준다. 풀은 축축하지 않고 뽀송뽀송하다. 어릴 때의 그 잔디 느낌이다. 모든 게 만족스럽다.


기분 좋은 땡빛과 푸른 잔디




대망의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기 위해 캐나다로 향했. 왼편에는 먹구름이 무겁게 깔린 채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넓은 초원을 옆에 두고 버스가 달리고 있다. 이번 북미 동부 여행은 바로 이 폭포를 보고 싶다고 몇 해전 말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말발굽 모양의 나이아가라의 절경을 TV에서 보고 그 웅장함에 반했더랬다. 국경에 가까울수록 드디어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가 차오른다. 아마 보자마자 감동받아 소리 지를 모른다.


캐나다 측 입국절차는 매우 간단했다. 버스는 국경을 넘었고, 벌써 왼쪽 저 멀리 나이아가라 폭포가 아주 작게 보이기 시작한다. 거대한 폭포를 제대로 마주하고 싶어서, ‘지금은 안 보련다.’ 라며 고개를 다른 데로 돌렸다.


오늘은 여행 4일 차를 맞이한다. 이번 여행은 그저 아이처럼 놀고 감탄을 실컷 하기 위해 떠나왔다. 푸른 풀밭과 장대한 폭포를 보니 마치 내 세상인 양 놀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해진다. 낯선 여행지에 적응하기 위해 인내하며 겪는 불편한 경험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장담은 못한다. 특별히 오늘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떤 사람이 될지, 어떤 나를 발견할지 전혀 예측이 안된다. 이 여정 리듬에 올라타 시공간을 온전히 누릴 뿐이다. 지금이 최고의 시간인 것이다.





나이아가라 하류 액티비티인 젯보트는 물을 무서워해 전혀 탈 생각을 안 했었다. 그러나 도전해 보자! ‘이곳에서는 내가 물에 빠져도 얼른 구해 줄 거야.’ 타국이지만 이런 믿음이 우러나온다. 많이 젖을 수 있으니 갈아입을 옷을 준비했다. 샌들과 속옷까지 야무지게 챙겼다.


나눠준 우비와 구명조끼를 입었다.

“우비 후드를 꼭 쓰세요.” 

안내요원이 말한다. 이어

“끈을 묶어야 해요.”

라고 하는데, 내 후드는 한쪽 끈이 쏙 들어가 안 보여 마음이 급해진다.


남편은 걱정이 되었는지 투박한 손가락으로 끈의 끄트머리를 빼주려고 애썼지만 실패해서 서로 낙담하고 있는데, 저쪽 입구에서는 기념사진을 찍으라고 부른다. 우리는 달려가 그새 잊고 카메라를 향해 희망차게 활짝 웃었다.


나는 겁이 심하게 많다. 어느 정도냐면 애들이 어릴 적 함께 놀이기구를 탈 때, 아이 사이에 앉아 떨며 타던 ‘창피한’ 엄마였다. 곧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것도 모른 채로, 후드끈을 묶지 못해 불안정한 채로 40분이나 탈 예정이다. 불안감이 두려움으로 바뀌고 있다.


보트를 조종할 젊은 여자 요원이 어찌나 쾌활하게 파이팅을 하던지 두려움을 잠시 잊었다. 흔히 들어본 구호지만 에너지가 치솟는다. 다른 탑승자들도 같은 마음인 듯하다. ‘좋아. 각오하자!’ 용기를 가지니 재밌을 거라는 기대가 생긴다. 그때 까지도 우비 후드의 중요성을 몰랐다.




출발 후, 그녀는 보트를 급회전시키며 액션에 대비한 워밍업을 하고 있다. 점차 나이아가라 하류 역류지점 물살의 중심을 향하자 보트는 강물의 급류에 맞춰 춤을 추듯 더욱 출렁대기 시작한다. 보트 바닥은 이미 물이 찰랑거리다 빠지곤 한다. 머리카락은 오롯이 젖은 지 오래다. 끈을 묶지 못한 비닐후드는 무용지물이란 걸 이제야 알았다


본격적으로 보트의 액션이 시작되었다. 역류로 더욱 세고 높아진 물살에 좌우로 흔들거리며 회전하더니, 이내 높은 파도처럼 높이 치솟은 대형 물살 중심을 향해 깊숙이 들어갔다. 강물에 파묻히는 모양새로 우리는 물거품을 하얗온전히 뒤집어썼다. 


빠져나오자마자, 참고 있던 숨이 터져 나온다.

"세상에..."

예기치 못한 놀란 상황이지만 짜릿함에 반해 함박웃음이 나왔다.

“우리 이거 타길 잘했어!”  

큰 소리로 말했다.

남편도 놀라운 체험에 껄껄 소리 내어 웃는다. 나만큼 흠뻑 은 사람은 없어 보인다. 마음을 먹었다. ‘까짓 거, 온통 젖으라고 해! 이걸 즐기자.’,

‘급 물살을 온몸으로 맞이하자.’ 두 번째, 세 번째 시도를 기다렸다. 


짜릿함이란 바로 이런 거구나! 체험의 놀라움 뜻밖의 희열로 바뀌었다. 보트가 급류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전원 고개를 숙였지만, 나만 얼굴을 들고 우리를 향해 떨어지는 ‘강물폭탄’을 올려보며 즐겼다. 어디서도 경험하기 힘든 두려움과 통쾌함동시에, 누구보다 생생하게 만끽하고 있다. 지금의 내가 마음에 꼭 든다. ‘내려놓는 용기’를 가지니 더 즐겁다. ‘회피하지 않는 오기’로 변신하니 거인이 된 느낌이다. 나는 전과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이게 바로 원하는 나다!




문제는 물폭탄 세례를 계속 받으며 떨어지는 체온 때문에 온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내 일생을 돌아보면 이런 경우, 열이 나고 심한 감기로 며칠은 반드시 앓게 된다. 내린 후에 타월로 젖은 몸을 재빨리 닦고 준비해 간 옷으로 갈아입었다.  '몸살 안 걸릴 거야 걱정 마.'라고 되뇌며 비상 감기약을 먹고 호텔방에서 휴식을 취했다. 어라! 다음 날 멀쩡했다. 되레 건강해진 것 같다. 확인이라도 하듯 뛰어도 봤다. '진정으로 즐거우면 감기까지 이기는구나.'


시간소중하다는 생각에, 결심한 듯 내일이 없는 사람인양 즐기니 행복했다. 인생 처음, '바로 이 순간은 다시없다!' 것을 절실히 인식하며 깨어 있었다. 차가워진 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려는 내게, 온 우주가 지켜준 것만 같다. 허약한 체질에다 겁 많은 한 인간이 용기를 내어 열성을 다해 놀고 있는 것이 대견했던 것일까? 아니면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야호를 지르며 거대한 자연에 온전히 내맡긴 한 아줌마를 예쁘게 봤던 것일까?


아프지 않아 즐겁다. 나이아가라 하류에서 승객 중 옷상태가 가장 미비한 악조건으로 여러 차례 풍덩 빠졌지만, 내가 멀쩡한 것이 믿기지 않았다. 반면,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일정부터 오히려 몇몇 동행자들이 심한 기온차와 피로 누적으로 감기 기운이 있다고 하셨다. 다른 팀처럼 저녁의 자잘한 일정을 추가하지 않고 '나에게 알맞은 휴식'을 취하며 몸을 소중히 돌본 덕분에, 건강상태를 유지하며 생기 있게 여행을 이어갔다.


 '현명한 휴식'나의 컨디션에 보조를 맞춰준 여행 짝꿍인 남편의 배려와 판단 덕분이다. 무엇이 가치로움이 될 것인지는 함께 살면서, 또 여행하배운 지혜다. 여행은 바쁘게 다니는 것만이 아닌, 쉬는 시간도 즐거운 추억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 다운 여행을 통해 더욱 쿵짝이 잘 맞는 부부로 거듭나리라 기대해 본다.


급물살을 뒤집어쓴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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