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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Sep 14. 2020

양 떼 발자취를 따라 I

여인 중에 어여쁜  자야, 네가 알지 못하겠거든 양 떼의 발자취를 따라 목자들의 장막 곁에서 너의 염소 새끼를 먹일지니라. (아가서 1:8)


 어느 중년의 부부가 있었다. 이 부부는 다소 세상을 험악하게 사신 분들이셨는데, 남편 되시는 분은 '내 주먹을 믿어라'하며 인생을 살아오신 분이셨고, 아내 되시는 분도 청소부와 파출부 일을 해가시며 힘든 나날을 보내신 분이셨다. 그러던 어느 날 이분들이 다 예수 그리스도를 그들의 죄악과 모든 문제들로부터 구원해주시는 분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부인되시는 분께서 어느 날 곽 우유를 마시면서 버스를 타고 가시다가 빈 우유갑을 하차 시 자리에 버리고 내리려는데, 운전기사분이 "아주머니, 그 우유갑  갖고 내리세요. 왜 버스 안에 버리고 가세요."라고 하시자, 이분은 오히려 목소리를 높여가며 한바탕 하시곤 버스에서 내리셨다. 예전 같으면 이럴 경우 화를 내가며 '오늘 재수 없네' 하며 집에 갈 판인데, 그날 속에서 부터 무언가 다른 느낌이 몰려왔다. 잘못 행하였다는 깊은 속에서의 꾸지람이 있었고, 그분은 즉시 뉘우치면서 "주님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행하였습니다."라고 말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내가 직접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었다.


 K준위는 아주 독특한 분이었다. 준위란 부사관의 최고 계급인 상사들보다 한 단계 위이고 위관 급보단 낮은 계급으로 알고 있는데, 직업군인인 분이었다. 군의관으로 복무 중 나는 책상 위에 항상 성경책을 놓고 시간이 날 때 읽곤 하였는데, 그 모습이 좁은 부대 안에서 다 퍼져나갔는지 어느 날 이분이 내게 찾아와 자기에게 복음을 전해달라고 하셨다. 이분 이전에 그리고 이분 이후에 아직까지도 자기 발걸음으로 찾아와 복음을 전해달라고 한 사람은 없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젊은 날 권투선수였는데 시합 중 상대가 자신의 주먹에 맞아 숨을 거두었고, 이것이 평생 그에게는 해결할 수 없는 크나큰 마음의 빚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군대의 박봉에 부업으로 권투도장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주위에는 불량배들이 항상 모여 있어 이런 삶에서 탈피하고 싶으나 길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에게 우린 하나님의 형상 안에서 그분의 모양을 따라 지어져 하나님과는 뗄레야 뗼 수 없는 존재이며, 사람의 타락으로 말미암아 죄가 들어왔고, 하나님께서 어느 날 사람이 되셔 오신 분이 주 예수님이시고, 이 분이 당신과 나의 모든 죄들을 위해 십자가에서 피 흘리시고 우리가 마땅히 우리 죄악으로 죽어야 하나 희생제물로써 대신 죽으심으로 하나님의 의의 요구를 다 성취하셔서, 이제 그분을 구주로 영접하고 받아들이는 사람, 즉 주 예수님을 구속주로 믿는 사람마다 구원을 받게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주 예수님과 친밀한 관계를 갖고 하나님을 받아들이고 체험하고 누리는 길은 성경 말씀을 꾸준히 읽고, 기도하고, 주 예수님을 마음 깊은 속에서부터 부르는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군부대가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었고 그가 운영하던 권투도장은 수원이었는데, 그의 부친께서 아프셔서 서울에 있는 병원에 입원하시게 되었다. 그는 이전한 지방과 서울을 오가며 부친을 간호해야 했고, 상당기간 수원에 들리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자신이 운영하던 권투도장에 가보니 도장의 간판이 내려져 있었고, 링의 줄이 다 끊어져 있어서 깜짝 놀라 누가 이렇게 했느냐고 묻자 관원들이 이분의 성질을 잘 알므로 머뭇거리다 모기 같은 목소리로 건물주가 세를 내지 않아 이리 하였다고 말하였다. K준위는 눈 앞에 보이는 야구 방망이를 집어 들고 한 발자국만 내딛으면 단숨에 건물주에게 달려가 쳐 죽일 것만 같았다. 자신을 주체할 수 없어 비틀거리며 관장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어떻게 기도할지도 몰라, 할 수 있는 것이 고래고래 주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뿐이었는데, 그러자 등 뒤에서 반석 같은 것이 느껴지면서 뜨거운 느낌이 뱃속에서부터 올라오더니 온 몸이 뜨거워졌다. 신기하게도 온 몸이 환해지면서 그렇게 밉던 건물주가 사랑스럽게 느껴지면서 문을 열고 나오니 관원들이 다 놀랐다. 방금 전에 마귀 같은 얼굴을 하고 들어간 사람이 천사 같은 얼굴을 하고 나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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