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오는 길
여행이 끝났다.
떠나기로 결정한 그 순간부터 행복한 추억을 가득 안고 돌아오던 날까지 어느 한순간 행복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챙길 짐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수없이 검색을 거듭해 일정을 정하고, 마음에 드는 호텔을 하나하나 고르고, 렌터카를 예약하기까지... 준비하는 몇 달의 시간은 여행을 즐기던 시간만큼이나 행복했다.
일 년을 준비하고 기다려 불태운 한 달간의 여행이 주는 기쁨은, 또다시 일 년간의 지루한 일상을 견디고도 남을 만큼 완벽하다.
그런 여행의 기쁨은 중독성이 있다.
집에 돌아와 짐을 채 풀기도 전에 다시 새로운 목적지를 정하고 짐을 싸고 싶은 충동을 느끼니 말이다.
나는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낮게 깔린 구름 위를 나는 동안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을 꺼내봤다.
한 달간의 행복했던 기억들이 마치 영화처럼 눈 앞에 생생하게 지나간다.
그 영화 속 주인공은 나다.
한없이 웃고, 한없이 행복했던 아이들과의 24시간이 그간 바쁘게 일하는 엄마라 못 채워준 빈자리를 말끔히 메워준 것 같아 왠지 뿌듯하다.
사진 속 아이들의 활짝 웃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때론 지치고, 두렵고, 무서울 때도 있었지만, 무사히 여행을 마친 지금은 그 모든 것이 다 행복한 추억일 뿐이다.
다시 나는 나의 집, 괌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고요하고 잔잔한 바다는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이고,
하늘은 몽글몽글 꽉 찬 구름들로 파란색보다 흰색이 더 많이 보인다.
습기 가득한 무거운 아일랜드 공기는 몸을 짓누르고,
푹푹 찌는 열대지방의 무더위에 땀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하지만, 그 어떤 곳보다 편한 곳, 우리 집이 주는 안락함에 여행의 고단함을 치유하는 중이다.
다시 우리는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 서로의 일에 충실할 것이다.
일 년 내내 놀고먹고 여행만 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이 여행이 간절하고 소중하진 않을 것이다.
항상이 아니어서 더 애틋한 시간.
그 여행을 추억하고, 그 여행을 기다리며 우리에게 주어진 이 일상의 시간들을 아름답게 채워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