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얘네들 이파리 색깔이 왜 이리 연하지? 잎끝은 다 타들었고.
사무실 책꽂이에 올려 둔 테이블야자의 상태가 좋지 않다. 언제 물을 갈아 줬나 기억을 더듬어 보니 2주도 넘었다. 바로 옆에 놓인 갑 티슈에서 휴지는 잘도 쏙쏙 뽑아 썼으면서 어쩌면 초록이들한텐 그동안 눈길도 주지 않았는지. 무신경하다 해야 할지, 무정하다 해야 할지. 해도 해도 너무했다.
피시를 켜자마자, 테이블야자 유리병 세 개를 아슬아슬 두 손으로 움켜쥐고 화장실로 갔다. 유리병에는 뿌리가 시작되는 부분에서 1cm는 더 아래로 물이 줄었고, 기존 물 높이가 선으로 남아 둥글고 하얗게 병에 빙 둘려 있었다. 세면대에 물을 버리고, 병을 씻고, 물을 틀어 병에서 테이블야자를 한 포트씩 꺼내 뿌리를 살살살 씻었다. 물살이 닿자 잔뿌리들이 힘을 잃고 후드득 떨어졌다. 으, 미안해. 늬들 이렇게 마를 때까지 난 무슨 생각으로 산 거니.
이래서 뭔가를 키우는 건 무턱대고 할 일이 아니다. 입사 초기, 순전히 예뻐서 산 꽃기린이 사무실 책상에서 속절없이 죽은 후로 아무것도 키우지 않겠다 다짐했다. 세심하게 보살피고 돌보는 건 일정 시간과 얼마간의 마음을 써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책상마다 여린 빛을 띠고 하루가 다르게 크는 동료들의 식물을 보면서 나도 한번 키워 볼까 싶었다. 이런 맘을 상은 샘이 알아차리고 테이블야자 두 포트를 분양해 주었다. 일주일에 한 번만 물을 갈아 주면 되고, 당장 흙에 분갈이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흔쾌히 받았다. 그렇게 테이블야자와 함께한 지 넉 달이 지났다.
신기하게도, 물을 갈아 준 지 두 시간이 채 안 되는데도 이파리에 생기가 돈다. 그동안 얼마나 목이 말랐을지, 또 한 번 미안해진다. 타들어 가는 면적이 더 넓어지지 말라고 영양제도 한두 방울 톡톡 떨어트렸다. 연휴가 지날 때까지 부디 건강히 있기를.
테이블야자에 응급 처치를 하면서 지금이라도 발견해 다행이다, 연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대로 연휴까지 지났으면 얘들은 꽃기린과 같은 길을 걸었을 게 분명했다.
테이블야자의 꽃말은 '마음의 평화.'
수런대는 마음의 소리를 잠재우며,
그럼 나도 이너 피스(inner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