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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아 Dec 06. 2024

별은 빛나건만





학교로, 학원으로 일터로...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 하루종일 각자의 미션을 마치고 깜깜해지고 나서야 다시 한집에 모인 우리. 한바탕 얼싸안고 반갑게 인사를 마친 이후 의례히 묻는다. 

"오늘 어땠니?" 




Episode 1.


"장초딩아, 오늘 하루 어땠어? 별일 없었어?"

"응. 엄마, 별일은 없었는데 행성일이 있었어."

"으응?" (이건 또 무슨 말장난인가.당황하지 말자. 잠시 Pause..... 아... Got it! )

"아.. '별'일은 없었는데, '행성'일이 있었구나. 어디 안드로메다 라도 다녀왔어?"

"아니, 그냥 지구에 조용히 머물러 있었지. 그저그런 하루였어."

"혹시, 어제처럼 떠들다가 걸려서 교무실가서 반성문 쓰지는 않았고?"

"우씨!! 엄마! 내가 맨날 그러는 건 아니다 뭐...."

"그래. 교무실 불려가서 반성문 써본 '알흠다운' 추억 한번 없이 초등을 졸업할 순 없지. 괜찮아. 괜찮아. 장하다. 장초딩!" 


입은 괜찮다면서 눈에서 레이저 광선을 발사하는 에미.  찌릿찌릿!!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는 장초딩.

"엄마, 나 샤워하고 나올께....."




Episode 2.


샤워를 하고 나온 장초딩. 물을 뚝뚝 흘리며 돌아다니는 녀석에게 등짝 스매싱을 한번 날린 후 타월을 건네주며 문득 궁금해지는 에미. 


"근데. 장초딩아. 별이랑 행성이랑 달라? 같은거 아닌가?"

"당연히 다르지. 별은 빛나지만, 행성은 빛나지 않아."

"아. 그래? 그럼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은 별이 아니야?"


수학, 과학이라면 진절머리를 쳤던 에미는 그나마 먼 옛날 과학시간에 배웠던 아스라히 남아있는 기억을 더듬어본다. 맞아..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은 행성이라고 했었다.


"응. 걔네들은 행성이야. 그리고 명왕성은 행성에서 빠진지 오래고." 

"아. 맞다. 플루토는 이제 거기 안들어간다고 했던 것 같다. 그럼 별은 뭐야?"

"별은 스스로 빛나는 거야. 태양처럼."

"헉! 뭐라고? 태양이 별이라구??"

"응. 태양은 별이야. 가장 빛나는 별."

"그럼... 지구는 별이 아니라는 거지?  근데 왜 동화책 같은데서는 지구별이라고 하잖아. 너 그 책 기억안나? 어릴 때 엄마가 맨날 읽어줬던 '지구별 소풍'"

"그건 동화고. 별이 반짝반짝 하니까 지구별이라고 했나보지. 애기들 보는거니까.

"헐... 엄마가 이제까지 완전 잘못 알고 있었네? 근데 너는 어떻게 이런 걸 다 알아?"

'책? 유튜브? 몰라...기억 안나."


코를 후비며 어깨를 으쓱하는 녀석. 맨날 아무 생각없는 것 같더니 나름 자신만의 지식창고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듯 하여 기특한 한편으로, 분명히 나도 다 예전에 배운 걸텐데.. 이렇게 까맣게 다 까먹고 까막눈일 수가 있나 싶어 서글퍼지는 에미. 수금지화목토천해명.초중고 12년 세월에 그거 하나 건진거니...쯔쯔..




Episode 3.


'별' 하면 알퐁스 도데의 '별'의 마지막 장면의 양치기 소년의 가슴 떨리는 대사, '저 숱한 별들 중에서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 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를 생각하거나, 장초딩이 아장아장 아기였을 우리말로, 영어로 숱하게 함께 불렀던 반짝반짝 작은별 동요, 혹은 녀석이 어릴때 열번도 넘게  읽어주었던 감동적인 동화책 '지구별 소풍' 먼저 떠올리는 에미가,지구가 별이 아니라 실은 이글이글 시뻘건 양이 '별'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는 것을 가만히 보 장초딩이 하는 말.


"엄마, 모든 빛나고 아름다운 건 위험한 것 같아."

"으응?" (잠시 충격에서 벗어나고. 또 무슨 소릴 하려고 그러나...)

"빛나는 태양도 가까이 가면 타 죽잖아? 독버섯도, 독개구리도 예쁘고 화려할수록 맹독이고." 

"그러네.. 장미도 가시가 있고. 또...뭐가 있을까? 아름다운데 위험한 것들이...?"

"엄마."

"으으응?"  (순간 표정관리를 어떻게 해야하나 혼란스러운 에미...이거 뭐야. 좋아해? 화를 내?)

"으음.. 그러니까.. 지금 엄마가 예쁘다는 거냐? 위험하다는 거냐? 뽀인뚜가 어느 쪽이야?"

"둘 다지. 엄마 급발진하면 빅뱅이잖아."

"야, 이 자슥아! 블랙홀 속으로 한번 끌려와 볼테얏?!!"


어제 떠들다가 걸려서 교무실에 가서 반성문 쓴 이야기를 듣고 잔소리 좀 한다는게 심했나... 그렇게까지 화를 내지 않았어도 되는데... 실은, 어제 불쑥 또 치솟아오른 내 감정에 어쩔 줄 몰라하던 와중에, 마침 딱 '뭐하나 걸리기만 걸려봐라' 레이다에 장초딩의 '교무실 반성문 사건'이 포착되었고, 그걸 빌미로 아이에게 화풀이를 했었다. 그걸 넌 알고 있었구나..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나보다. 어제 엄마가 너무 화를 내서 미안해....

 



"별일 없었니?" 에서 시작하여 "엄마는 예쁘지만 위험해"로 끝난 우리의 대화. 던지는 녀석이나 받아치는 에미나 말장난이 취미인 듯, 당최 맥락도 없고, 기승전결도 없는 전개이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하루하루 아이의 생각이 영글어가고 조금씩 세계가 확장되는 것이 느껴진다. 사춘기가 찾아오면 입을 꾹 닫아버리기도 한다던데 섭섭해서 어떡하나 미리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 시간은 그 시간대로 또 의미가 있겠지. 미리 걱정하지는 말자.


서툰 발음으로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를 부르던 아가. 언제 이렇게 커서 가끔은 엄마보다 더 어른스럽게 엄마에게 공감해주고 위로를 주는지 새삼 놀라곤 해. 무한히 확장될 너의 우주에서 가끔 길을 잃고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엄마,아빠가 언제나 찾아올 수 있도록 반짝반짝 별이 되어줄게.  

잘 자라주고 있어서 고마워. 사랑한다 아들. 





https://www.youtube.com/watch?v=RpDI64TGQew


https://www.youtube.com/watch?v=HUUIVh3O9zs


*혹시 장초딩 엄마같은 분들이 계실까봐 짧게 정리한 과학상식^

그럼 이제 항성에 대해 알아볼까요? 항성은 쉽게 말해서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에요. 우리가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들을 보는데, 그게 바로 항성이에요. 항성의 가장 큰 특징은 스스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서 빛과 열을 만들어낸다는 거예요. 우리의 태양도 사실은 항성이에요! 태양은 수소를 헬륨으로 바꾸는 핵융합 반응을 통해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죠. 항성들은 크기도 다양한데, 우리의 태양보다 수백 배 큰 것도 있고, 반대로 훨씬 작은 것도 있어요. 색깔도 다양해서 붉은색, 파란색, 흰색 등 여러 가지 색의 항성이 있답니다.
이제 행성에 대해 설명해드릴게요. 행성은 항성과는 달리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해요. 대신 항성 주위를 돌면서 항성의 빛을 반사해서 빛나는 천체를 말해요. 우리가 사는 지구도 행성이고, 화성, 목성, 금성 같은 것들도 모두 행성이에요. 행성이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는데요. 첫째, 어떤 항성의 주위를 돌아야 하고, 둘째, 충분히 큰 질량을 가져서 둥근 모양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해요. 셋째, 자신의 궤도 주변에 있는 다른 천체들을 밀어내거나 끌어들일 수 있을 만큼의 중력이 있어야 해요. 우리 태양계에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이렇게 8개의 행성이 있어요. [출처] 항성 뜻 우주 행성 차이|작성자 hany777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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