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착한 사마리아인 법 알아?"
"성경 말씀에 나오는 그 얘기를 바탕으로 만든 법 말이지? 근데, 너 착한 사마리아인 얘기 알고 있어?"
"음...거 뭐냐... 어떤 사람이 강도를 만나서 피를 흘리고 있는 걸 보고, 다들 그냥 지나쳤는데 사마리아 사람만 나서서 그 사람을 구해준 거잖아."
"맞아. 사제도, 레위사람도 그냥 지나쳤는데 사마리아 사람이 치료도 해주고, 머물 곳도 찾아주고 ,치료비도 내주었대. 그런데 심지어 그 강도당한 사람은 사마리아 인들을 멸시하는 유대인이었고."
"우리나라에도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있어?
"음.. 엄마가 알기로는... 우리나라에서는 선한 사마리안인 법에 따라 처벌을 받지는 않을 걸. 그게 법으로 정해진 나라가 어디더라? 프랑스였나...프랑스에서는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고도 도와주지 않으면 최고 징역 5년까지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읽었던 것 같아."
이쯤되자, 그래 때는 요때닷! 의욕이 불끈! 솟아오르는 에미. 논술 시험의 단골 주제이기도 한 '법과 윤리 도덕의 상관 관계'에 대한 심도깊은 토론으로 이 아이의 사고력을 확장시켜보겠쓰!!! 최대한 아는 지식을 총동원하여 지적인 대화를 이끌어가 보리라. 심호흡을 한번 하고...
"근데, 니 생각에는 사마리아인 법을 채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어때?"
"어. 나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안지키면 법으로 처벌을 해야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거네?"
"응. 위험에 처한 사람은 당연히 구해줘야지."
"그래.. 그건 도덕적으로 맞긴 한데, 그러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까지 받는 건 좀 너무하지 않니? 남을 돕고 안돕는 건 개인의 자유잖아."
"그래도, 사람이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데 그냥 지나치면 안되지."
"그럼...넌 누군가 물에 빠졌을때 뛰어들어서 구할 수도 있어?"
"당연하지. 구해야지. 죽게 내버려둘 순 없잖아."
오호라.. 요놈 봐라.. 논리를 떠나 녀석의 이런 맘이 기특하다. 솔직히... 세파에 찌들고, 믿던 지인에게 배신당하고, 그 여파로 여태 모진 풍파를 겪고 있는 이 에미는 이제는 감히 나와 상관없는 이를 선뜻 돕겠다고 나서지 못할 것 같은데.. 우리 아들 괜찮네..싸롸있네~! 엄마인 내가, 어른인 내가 부끄러워진다.
"와... 우리 아들 진짜 대단하다. 솔직히 엄마는 그렇게 못할 것 같애. 무섭고 두려워서..."
"에이... 엄마 근데, 그런 일이 실제로 있을 리가 있어?"
"그냥 가정해보는거지. 그런 상황을"
"엄마, 사람이 물에 빠졌는데, 나같은 초딩이 물에 뛰어들게 옆에 어른들이 내비두겠어?"
".... .... ..... 그건 그러네...."
아들아. 그것까지 감안해서, 그렇게 자신있게 사마리아인의 법제정에 찬성한거뉘? 명분과 실속을 함께 챙기겠다는 거뉘? 방금 전까지 기특하고 흐뭇했는데... 어쩐지 속은 이 느낌은 뭐지...? 자슥...가만보면 상당히 지능적이란 말이야. 논리적인 토론이고 나발이고... 기특하다 칭찬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뭔가 복잡시런 마음. 한편으론 나 자신에게 착잡해지는 마음.
엄마는 솔직히... 이제는 나를 희생해서 나와 상관없는 남을 돕겠다고 선뜻 나서지 못할 것 같아. 그게 옳다는 건 알지만, 나에게 불이익이 생길까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다칠까봐, 모른척 지나치거나 외면할 것 같거든. '의롭고 정의로운 사람이 되어라.' 너에게 가르치지만 그럴 자격이 엄마에게, 우리에게 있는지 잘... 모르겠다. 비록 넌, '그럴 일이 없을 거라서' 호기롭게 외쳤을 수도 있지만,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겠다는 너의 예쁜 맘. 부디 지금처럼 오래오래 간직하면 좋겠다.
잘 자라주고 있어서 고마워.
사랑한다.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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