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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나 Nov 11. 2021

모르는 사람에게 오늘 빼빼로를 줬다.

빼빼로데이...

학창 시절 때는 발렌타인데이 다음으로

성대하게 신경 썼던 day인데...

언젠가부터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고 한순간에 모른 척하기에는 아쉬워서

스스로 빼빼로를 사 먹거나,

센스 있는 우리 어머니가 가족들을 위해 사 오신다...


올해는 미리 빼빼로를 20개 샀다.

줄 사람도 없지만 1개당 600원 언저리에 살 수 있는 이벤트가 있어서

언젠가 먹겠지? 하며 선지름 후가계부를 쓰는데


식비 - 간식으로 빼빼로 20개를 쓰기에는

운동도 하고, 다이어트한다며 샐러드 먹는

내 모습과 불일치해서 10개만 간식,

10개는 경조사 - 선물로 분류했다.


그렇다.

빼빼로 선물을 줘야 한다.


요즘 친구들도 만나지 않아서... 직접 줄 수도 없고,

기프티콘으로 보내기에는 실물 빼빼로가 모두

내 뱃속으로 들어가는 건데...


오늘 만나는 누군가가 있다면 먼저 건네 보자.


라는 생각을 어제 자기 전에 했는데.....

아침부터 열쇠 잃어버려서 난리난리~~~~~

헬스장 카운터를 새벽부터 지켜주는 분께 주고 싶었는데 깜빡

공유 오피스 매니저 분들께 주고 싶었는데 라운지에 내려가지 않아서 깜빡

우리 층 청소해주는 남자 2분에게 전하고 싶었는데, 뭔가 좀 그래서(?) 깜빡

화장실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께 드리고 싶었는데, 깜빡

.

.

.

사무실 청소하는 시간 전까지 아무한테도 줄 수 없었다.


깜빡한 것도 물론 있지만

사실.. 적극적으로 누군가에게 뭘 준다는 거?

특히 모르는 사람에게 내가 나서서 뭘 준다는 건 스스로에게 엄청난 도전이다.

.

.

나를 모임이나 강의, 프로젝트 등에서 처음 봤다면

엄청 적극적이고, 활발하고,  먼저 다가가는 사람인 줄 알았겠지만

사실 그 반대다.


엄청 수동적이고, 나서지 않고, 낯을 많이 가린다.

그래서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마지막 도전이었다.

여자분이 쓰레기통을 비워주시는데,

빨강 빼빼로 통 하나를 꼼지락거리면서

언제 야 할지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쓰레기통을 다 비우고 문을 닫으려는 사이에


이거 하나 드세요~

라며 닫히는 문 사이로 빼빼로를 건넸다.


그분은 미쳐 담지 못한 쓰레기인 줄 알고

아~ 네

하고 받는데 그냥 종이 상자가 아닌

빼빼로 상자인 걸 인지하셨다.


어?아, 감...감사해요


이런 상황이 처음인 듯 내 두 눈을 보고 말했다.


맛있게 드세요~


그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빼빼로 잘 샀다는 생각과

엄청난 용기를 낸 나 자신이 뿌듯했다.



아직 경조사 선물로 분류해놓은 빼빼로는 9개가 남았지만,

더 늦기 전에 직접적으로 알지는 못 하는 사람이지만

내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해야겠다.



그리고...


다음 발렌타인데이 때는 머뭇거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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