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나는 우거진 숲 속 작은 호숫가에 앉아있다. 내게는 여기 호숫가가 달갑지 않다.
대기는 꽃들의 향기로 자극적이고 일찍이 자주 하늘이 어두워져 낮아지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머니는 늘 이곳을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오신다. 머리카락 끝이 살짝 흔들리는 미풍이 서쪽에서 불어와 특유의 공기가 코 끝을 더욱 자극할 때, 할머님께서 건네주신 샌드위치를 냉큼 한 입에 문다.
"할머니, 내일도 여기 올 거예요?"
여쭙는 말이 샌드위치 사이로 씹어 뭉개어진 탓에 어눌한 발음이 되어 나온다.
"그럼, 내일도 와야지. 왜? 오기 싫으냐?"
"아... 아니요. 그냥, 아름다울 게 없는 호수인데 매번 같은 시간과 장소에 오는 이유도 말씀 안 해주시고..."
"왜? 궁금하냐? 여태껏 묻지 않아 말하지 않았단다."
사실, 여기 올 때마다 묻고 싶었다. 사람들이 매립해서 만들고 관리도 되지 않는 이 호수를 할머님은 늘 찾을 실 때마다 슬픔에 잠기셨다. 찻잔을 비우고 채우기를 여러 번을 넘어서도 쉬이 자리를 뜨지 못하시고는, 찻잔을 내려놓고도 목에 걸고 계시는 진주 목걸이를 만지작거리시곤 했다.
언제가, 어머님께 들어서 알게 된 할머니의 진주 목걸이는 할머니의 슬픔이라고 했다. 진주알 하나에 기억을 더듬고 또 다른 하나에 추억을 꺼내고 그렇게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잃었을 때, 버티게 해 준 슬픔이라고 했다.
아직 어려서 이해가 부족하기도 하지만 어머님께서 말씀을 꺼려하시는 표정이 영역해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기가 어려웠다. 단지, 어머니가 보태어 주신 말씀은 내가 아빠가 보고 싶을 때면 만지작거리는 비행기 장난감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