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다리기는 인류의 보편적인 놀이로 공동체 정신과 집단의 단결력을 보여줄 수 있는 놀이죠. 줄다리기는 1900년 파리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1920년까지 인기리에 진행되다가 사라졌습니다. 왜냐면 강철 스파이크가 박힌 신발을 신었다가 항의가 일어나는 등 규칙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각 나라 간 갈등이 심화되어 줄다리기가 '위험 종목'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입니다. 집단 대결이 자칫 감정이 격화되면 사단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시기였으니까요.
올림픽 종목 채택과 폐지는 전적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달려 있습니다.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진행되어 오다가 석연찮은 이유로 폐지 운운되기도 했었죠. 1992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양궁은 한국선수들이 석권하면서 규칙을 대회 때마다 바꾸지만 부동의 초격차로 한국 선수들이 시상식의 맨 윗자리에 서고 있지만 서양에서 유래된 종목이라서 폐지라는 말은 입 밖에도 못 내고 있습니다.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었다가 바로 사라진 종목도 있는데 바로 전통놀이인 <연날리기>입니다. 1900년 파리 올림픽에서 ‘누가 연을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날리는가’를 겨루는 종목이었는데 평가 기준이 모호한데다가 대회 당일 강한 돌풍으로 선수들이 준비한 연이 모두 날아가 버리면서 연날리기 종목도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 외 생겼다가 사라진 종목으로는 <제자리 멀리뛰기>, <제자리 세발뛰기> 등 전래놀이에서 유래된 종목들이었습니다.
황당한 올림픽 종목들
올림픽 종목으로 황당한 것들도 있었는데, 두 명의 선수가 목검으로 상대방의 머리를 공격하여 먼저 피를 나게 하는 쪽이 승리하는 <싱글스틱>, 일정한 거리에 표적을 두고 대포를 쏴서 표적을 맞히는 <대포포격>, <살아있는 비둘기 사격> 등이 있었는데 비둘기 사격에서는 운동장에 총에 맞아 나뒹구는 비둘기가 수두룩하고 붉은 피가 낭자하였다고 합니다. 대포 포격은 오발탄으로 애먼 민가가 폭파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황당한 사건들은 모두 2회 파리 올림픽에서 일어났습니다.
2회 파리 올림픽에서 이렇게 많은 종목이 채택되게 된 이유가 궁금한데요, 1896년 1회 올림픽을 아테네에서 치렀는데 그리스는 고대 올림픽처럼 자국에서 계속 올림픽이 개최되기를 바랬는데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매 대회를 다른 장소에서 치르기로 결정하게 됩니다. 이 때 프랑스에서 적극적으로 올림픽을 유치하는데 바로 파리에서 개최되는 만국박람회를 염두에 둔 것이었습니다. 파리박람회 부속 행사로 치러지게 된 파리 올림픽은 무려 5개월여에 걸쳐 치러졌으며 이러저러한 실험적인 시도와 함께 사건사고도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파리 올림픽은 1924년에 이어 정확히 100년 만에 다시 열렸는데 이번에도 매우 실험적인 종목과 이벤트가 많은 올림픽으로 기록될 거 같습니다. 새로 태어난 종목으로는 서핑, 스포츠 클라이밍, 스케이트보드와 힙합 음악에 맞춰 춤 대결을 벌이는 브레이킹 등입니다.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브레이킹>인데 한국의 노장 선수 김홍렬(홍텐)이 아쉽게 탈락하긴 하였지만 50년 전 뉴욕의 뒷골목 문화가 당당히 올림픽으로 치러진 것은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오늘의 주제인 <줄다리기>도 잘하면 다시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면 줄다리기는 유럽에서 스포츠경기로 자리잡고 있으며 세계줄다리기연맹이 IOC의 승인까지 받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의 줄다리기가 2015년 유네스코에 등재된 인류문화유산이기도 한 줄다리기를 올림픽에서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