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전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에 제일 먼저 등장한 게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였죠. 게임에 참가한 456명 중 이 <무궁화꽃>에서 무려 255명이 죽고 201명이 살아남았으니 절반 이상이 한 번의 게임에서 몰살당한 셈이죠. <무궁화꽃>에서 요구하는 건 딱 두 가지 ‘멈춤’과 ‘움직임’입니다. 진화심리학으로 보면 여기에는 흥미로운 과학이 숨겨져 있습니다. 멈춤과 움직임은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였습니다. 맹수로부터 회피 능력_멈춤(숨기)이 가능해야 생존할 수 있었고 한편으로는 먹잇감(술래)에게 슬금슬금 다가가 사냥(터치)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이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몸을 제어할 수 있는 조절 통제 능력을 키우며 가만히 서 있는 ‘멈춤’을 유지하려면 균형_평형감각이 필요하죠. 또한 술래가 뒤돌아볼 때 잽싸게 멈춰야 하니 순발력도 필요합니다.
위험에 부닥쳤을 때 첫 번째 반응은 멈춤
인간이 위험에 부닥쳤을 때 첫 번째 반응이 멈춤(stop)일까요, 움직임(move)일까요? 위험에 처하면 재빨리 도망갈 거 같은데 인류는 자신도 모르게 부동자세가 되며 더 나아가 공포감을 느끼면 몸이 얼어붙게 됩니다. 교통사고를 심하게 당한 사람을 보면 꿈쩍 않고 달라붙어 있는 모습은 이런 연유에서입니다. 인간은 왜 움직임보다는 멈춤이 많을까요? 600만 년 전에 출현한 인류는 매우 약한 피식자였습니다. 지구상에 약 4천여 종의 다세포 동물이 존재하는데 개과(늑대, 이리 등)와 고양이과(호랑이, 사자 등)를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은 피식자인데 인간도 여기에 속하였습니다. 동물은 의외로 시력이 좋지 않아 죽은 척 멈춰 있으면 포식자인 맹수가 발견하기가 쉽지 않아 피식자들은 ‘멈춤’으로써 살아남을 확률이 많아 ‘회피 중심’으로 진화한 거죠. 어릴 때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본 곰이 나타나면 죽은 척하라는 얘기는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입니다. 얼음(멈춤)이 되면 죽지 않는 ‘무궁화꽃’이나 ‘얼음땡’ 놀이는 인간의 이런 생존 본능을 재미화 한 것입니다.
공동체놀이는 접근반응의 고도화
회피(멈춤)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인간은 200만 년 전 불을 발견하여 포식자를 방어할 수 있었고 급기야 6만 년 전에 활을 발명함으로써 맹수에게 접근(움직임)하여 대적할 수 있었습니다. 회피반응이 강하면 사회를 구성할 수 없습니다. 제 살기 위해 도망 다니기 바쁜데 물불 가릴 여유가 없는 거죠. 사회적 동물이라 불리는 인간은 드디어 언어를 만들어 소통함으로써 공동체를 구성하여 지구상 유일무이한 최상위 포식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멈춤과 움직임으로 구성된 ‘무궁화꽃’이 원시적인 본성을 재미화한 놀이라면, 손잡고 다 같이 박자에 맞춰 노래를 주고받으며 몸동작을 일치시키는 공동체 놀이는 최후에 진화한 인간 본성을 재미화한 것으로 두뇌가 고도로 발달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놀이입니다. 동물들도 곧잘 노는데 대부분 사냥본능인 쫓기놀이에 머물러 있습니다. 사회적 안전망인 공동체(놀이)는 인간에게 불안 요소를 낮춰주고 연대감을 통해 보다 많은 것에 접근(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다줘 오늘날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쳐 최첨단 과학기술 문명사회를 열게 한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공동체 놀이>는 위기에 처한 인류가 공존.공생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놀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