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기가 흐르도록
누구를 위한 시인가?
알아듣지 못할 표현을
아름답다
멋지다
감탄하며 기록하고 읊었을 이 시는
얕은 경험과 생각이 깊어질
시간이 필요한 것일지도
흘러가는 세월만이
시를 읽을 수 있다
<흘러가는 세월이 읽는 시, 자작>
많은 사람이 흘러간 시간을 아쉬워한다. 어린 시절의 행복, 순수했던 사랑, 좋았던 많은 일, 그리고 젊음. 우리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모두 무대 뒤의 어두운 암흑 속에 갑작스레 묻히고 어느새 추억의 장면이 밝은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서 펼쳐진다. 불현듯 추억의 무대가 펼쳐지면 우리는 객석에서 조용히 미소 짓거나 눈물을 글썽인다. 아련하고 애틋한 기운이 우리의 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듯하다.
우리는 경험으로 축적된 생각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존 로크는 인간의 마음은 태어날 때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백지이며 모든 지식은 경험을 통해 채워진다고 주장했다. 선천적으로 주어진 지식이나 개념은 아무것도 없으며 감각기관을 통해 정보가 마음에 쌓인다고 보았다. 오감으로 얻는 감각경험과 정신활동을 통해 얻은 반성경험이 인간의 지식과 생각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작가들은 자신의 감각경험과 반성경험으로 가치관 등의 관념을 형성한다. 그리고 그들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은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그렇기에 내가 이해하지 못한 글은 작가의 반성경험으로 이루어진 관념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작가는 독자에게 자기 생각을 공감받거나 확신을 얻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작품은 더 쉽고 친절할 필요가 있다. 독자가 알아듣지 못할 표현을 가득 채워 곤란하게 만들거나 혼란에 빠뜨리고, 과도한 유식함을 찬양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시는 아직도 어렵다. 세월이 흘러 경험이 더 쌓이면 이해할 수 있는 시가 늘어날 것이지만 모든 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눈을 감겠지. 더불어 다른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나의 시선도 철저한 개인적 경험의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진심과 사랑의 마음으로 온기를 담아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서로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가?
<존 로크, 1632-1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