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인다... 살려고 애써야 한다

지혜의 발견

by 타조

바람이 인다...... 살려고 애써야 한다!

세찬 마파람은 내 책을 펼치고 또한 닫으며,

물결은 분말로 부서져 바위로부터 굳세게 뛰쳐나온다!

날아가라, 온통 눈부신 책장들이여!

부숴라, 파도여! 뛰노는 물살로 부숴 버려라

돛배가 먹이를 쪼고 있던 이 조용한 지붕을!


<해변의 묘지> 중, 폴 발레리




시는 길지 않아 읽기 쉽다. 그러나 시를 이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가의 의도가 숨은 낱말들의 조합, 연결고리가 떠오르지 않는 흐름, 괴리감이 느껴지는 대상과 상황, 표현의 숨은 뜻은 시를 읽는 사람이 풀어야 할 난제다. 길지 않은 시를 읽으며 함축적인 의미를 곱씹지 않으면 시를 읽다 지친다. 차라리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시가 어렵게 쓰인 것은 아니다. 시를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한 시도 많다. 의미를 해석하는 독자의 노고를 생각한 작가의 배려가 느껴지는 작품이 있다. 어떻게 하면 자기 생각을 가장 적절한 낱말과 표현으로 기술할지를 고민하면서, 보다 많은 사람이 이해하도록 보편적인 표현을 사용한 자비에 감사할 따름이다.


시를 읽다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나오면 읽던 것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게 된다. 크게 숨을 들이켜고 책에 갇혔던 시선을 책 밖으로 돌린다. 파란 하늘을 멍하게 바라보거나, 실눈을 뜨고 나뭇잎 사이로 언뜻 보이는 해를 응시하거나, 지나가는 사람을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거나, 때로는 눈을 감으며 수수께끼의 답을 찾듯 생각에 잠긴다.


또 시를 읽다가 번뜩이는 깨달음이 찾아오는 환희의 순간에도 책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가슴에서 뭉클하게 들끓어 오르는 환희의 감정이 타종소리의 파동처럼 은은하게 온몸에 퍼지며 우리를 전율케 한다. 그 떨림이란... 보물상자에 열쇠를 끼워 넣고 손에 힘을 주었을 때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는 순간과 같은 설렘을 안긴다.


고독이란 혼자 있는 물리적 상태가 아니라 사색과 사유를 통해 성찰하는 정신적 상태를 뜻하며, 시에서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이 고독과 맞닿아 있다. 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고독을 연습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시 속에 담긴 삶의 지혜를 발견하는 일은 정신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되겠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르네 데카르트의 표현대로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멈춰 있는 우리의 세상에 바람을 일으키고 잔잔한 수면을 부수도록, 그리하여 살아 움직이도록 애써야 한다. 폴 발레리는 생명 특유의 삶에 대한 절대적인 의지와 정신의 성찰을 기원하며 긴 작품을 쓰지 않았을까?


폴 발레리.jpg

<폴 발레리, 1871-1945>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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