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삶 속으로
우리는 사랑이란 무엇이냐는 물음에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 이 질문에 답했다.
사랑은 물과 공기와도 같은 것
있을 땐 당연한 것 같지만
없으면 목마르고 숨 막혀 애가 타는 것
출처: 네이버 지식in
항상 우리 주변에 존재해서 소중하다고 느끼지 못하지만 정작 사랑이 없는 삶을 살라고 한다면 심한 갈증을 느끼고 숨이 막힌다는 답변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이 답변에서는 사랑의 개념을 굉장히 넓고 보편적인 것으로 보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시각에 동의하고 있으며 그 사랑이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하고 우리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드는 삶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친구, 인간관계를 벗어나 종을 초월하는 사랑까지 우리는 숱한 사랑 속에서 살고 있다.
인간은 단순히 생존의 영역을 넘어 도덕이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영역을 발달시켜 왔고 이는 다른 동물과 큰 차별점이다. 동물들도 정신적인 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생존의 문제에 보다 촉각을 곤두세우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정신적인 감정보다는 육체적인 감각이 더 중요하다. 우리 인간은 생존을 위한 감각보다 상호 교류를 위한 감정을 더 우위에 둘 수 있게 되었다. 문명의 발달로 우리는 천적이 갑작스럽게 덮쳐 목숨을 잃거나 사냥을 하지 못해 굶어 죽는 일에 대한 걱정, 결국 생명을 이어가는 단순한 문제를 벗어나 삶의 질이 더욱 중요해졌다.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구성원끼리의 상호 작용이 아닐까 한다. 이를테면 하나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다른 사람과 상호 작용하며 연대감이나 소속감 등을 통해 안정을 느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여느 동물과는 다르게 생존의 문제로부터 조금은 벗어나 있다는 사실로 말미암아 우리의 안정감은 단순한 연대감과 소속감을 상회하는 감정적 교류를 원하고 있다. 여러 가지 도덕적인 가치와 연관되는 감정들이 있겠지만 모든 것의 밑바탕에 내재되어 있는 감정인 사랑을 빼놓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특히 생존의 입장에서 보면 납득하기 힘든 희생까지도 감수하는 마음으로서의 사랑은 대단히 특별한 감정임에 틀림없다.
특히 이성 간의 사랑은 생존과 교감 모두를 포괄한다. 이성 간의 사랑은 생물학적으로 생존과 종족의 번식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물리적 요소이며, 심리학적으로는 마음의 평온과 행복을 위한 정신적 요소이다. 이 둘이 모두 충족되어야 이성 간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입장과 다소 불일치하는 남녀 간, 혹은 동성 간의 사랑까지 논하자면 명쾌한 답을 내리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리하여 어느 정도 보편적인 상황의 사랑으로 범위를 좁히는 것이 좋겠다.
애정결핍이라는 말이 종종 미디어에 등장한다. 애정결핍은 유소년기에 부모로부터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하고 주변인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경험으로 인해 초래되는 불안정한 정서 상태를 일컫는다. 우리에게 사랑이 꼭 필요한 이유는 건강한 자존감 형성을 위해 사랑이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을 평생 갈구하며 살아가게 되는데, 자신에게 결여된 아름다운 것을 갈망하는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플라톤의 대화편에 등장하는 사랑에 대한 연설 중 자신이 갖지 못한 아름다운 것, 특히 부모에게서 독립하여 살아가는 시기부터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연인으로 또는 부부로 만나는 이성 간의 사랑은 삶의 커다란 축복일 것이다. 사람보다 순수한 진리나 정의를 추구하는 철학적인 정신적 사랑은 이곳에서만큼은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어떤 삶의 에너지와 같은 싹이 따스히 돋아나는 느낌을 받아 본 사람이라면 태동하는 사랑의 에너지만으로도 우리의 삶이 얼마나 두근거리는 설렘으로 가득 찰 수 있는지를 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돈과 시간을 소비해도 아깝지 않고 번거로움까지 마다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우리의 가슴을 감싸고 봄날의 햇살과 같은 온기를 불어넣는다. 사랑의 감각을 느끼기 전까지 꽃을 피우는 방법을 모르는 식물로 살아왔다면 사랑의 감각을 통해서 마침내 우리의 가슴에 꽃봉오리를 맺을 수 있는 경이로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꽃봉오리가 벌어져 여린 꽃잎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그윽한 꽃향기가 온몸 구석구석에 퍼지면서 결국 어떤 사랑의 찬란한 시절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준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꽃이 활짝 피고 열매를 맺기까지의 과정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꽃과 향긋한 내음만 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랑 속에서도 고통과 괴로움이 존재한다. 어떤 사랑은 고통과 괴로움으로 말미암아 짧은 시절의 아름다움을 끝으로 져버리고, 맺힌 열매가 채 익기도 전에 떨어지며, 멍들고 상해 썩은 열매로 생명을 마감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든 꽃봉오리를 맺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하고, 아낌없이 꽃봉오리를 벌려 꽃을 피워야 한다. 많은 실수와 실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낌없이 사랑하며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랑의 꽃을 피우고 은은하게 향기를 풍기며 아름다운 결실을 맺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는 삶의 이유가 아닐까 한다.
사랑의 계절은 결코 따뜻하고 포근하지만은 않기에 세찬 비바람을 견뎌내며 마침내 찬란하게 열매 맺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원한다. 우리 모두에게 아름다운 사랑이 내려앉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