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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속 아이들

by 타조

출퇴근 시간의 대중교통은 언제나 유쾌하지 않다. 좁은 공간을 많은 사람과 함께 이용하다 보니 버스나 지하철의 탑승부터가 곤욕이다. 특히 직장의 출근 시간은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버스와 지하철을 타려는 사람으로 붐빈다. 자칫 사람이 몰리거나 대중교통 지연이 발생하면 정류장은 순식간에 인산인해가 된다. 반면에 통근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 여유가 넘친다.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정류장 전광판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대중교통 이용객들과는 다르게 탑승줄 안에서 편하게 음악도 듣고 동영상도 시청한다. 적어도 사람들에게 치이는 일 없이 한 자리 차지하고 편하게 출퇴근을 할 수 있어 부럽다. 대중교통 버스는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며 차선 변경, 회전 등 도로 상황과 노선에 맞춰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멀미를 동반한다. 특히 바쁜 시간대의 버스기사는 앞뒤차의 간격과 운행 시간까지 고려해야 해서 급출발이나 급정거 등 난폭한 운전에 내몰리기도 한다.


지하철은 그나마 얌전한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많은 승객을 수용하기 위해 옆으로 길게 늘어선 좌석은 이용객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대부분의 승객은 몸을 밀착시킨 채 바퀴 달린 콩나물시루에 갇혀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물론 지하철에도 한적한 공간은 있다. 출입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사람들끼리 적당히 거리를 두고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목적지가 바로 다음 정거장이거나 출입구의 인파를 헤치며 무리한 하차를 하기 번거로워서 출입문 근처에 진을 치고 있다. 때문에 출입문 근처는 언제나 이용객들로 가득하다. 출입문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빈 공간으로 조금씩만 더 들어가면 모두가 덜 힘들게 이용할 법도 한데 이상하리만치 출입문 근처에서 벗어나길 꺼리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출입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사람이 더 들어갈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있지만 출입문 앞에 가득한 사람들로 인해 탑승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긴다.


시간에 쫓겨 급하게 운행하는 버스에서 멀미를 심하게 앓은 이후로는 거의 대부분 지하철을 이용한다. 승용차로도 직장에 출퇴근을 할 수 있지만 꽉 막힌 도로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교통사고의 위험까지 감수하며 운전을 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게다가 승용차를 이용했을 때와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때의 출퇴근 시간이 비슷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걷거나 많은 사람의 틈바구니에 끼는 불편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복잡한 대중교통 속에서 뉴스도 보고 글도 읽을 수 있는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 출근 시간은 동시간대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제법 붐빈다고 한다면, 퇴근 시간은 조금 나은 편이다. 그래서 퇴근길의 대중교통은 그나마 여유롭게 숨 쉴 공간이 생긴다. 운이 좋으면 앉아서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 행운이 따르기도 한다.


조금 이른 시간에 퇴근을 하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무리가 있다. 다름 아닌 고등학생들이다. 고등학생들은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의 풍족한 먹거리와 즐길거리, 과학과 의료 기술의 수혜를 받아 자란 세대라서 그런지 키도 크고 덩치도 우람하다. 키가 크고 우람한 아이들을 보면서 힘들게 일하며 자식을 키우느라 고생하셨던 부모님 세대 밑에서 고만고만하게 자란 친구들을 떠올리며 지금의 젊은 세대는 훨씬 유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정서적으로야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먹고 즐길 것에 관해서는 확실히 부족함이 없이 자란 듯하다.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은 지하철에 탑승해서 주위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공공장소의 예절을 지키려 노력한다. 조금만 목소리가 높아도 서로에게 주의를 주기도 한다. 게다가 스마트폰의 동영상과 콘텐츠를 시청하고 이용하느라 대화가 없기도 하다. 하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아이들도 있다. 저 아이들이 정말 같은 땅에서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사는 사람이 맞나 싶은 의심이 든다. 밀폐된 열차 속에서 주변 사람을 의식하지 않은 채 큰 목소리로 대화를 나눈다. 심지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거친 욕설까지 내뱉어가며 대화 같지 않은 대화를 나눈다. 꼭 네댓이 모이면 그런 가상한 용기가 나오는 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 부류의 아이들이 네댓씩 몰려다니며 부끄러운 짓을 서슴지 않는 건지는 모르겠다. 심지어 지하철에서 내린 그 아이들은 통로가 떠나갈 정도로 웃고 떠들며 대화한다. 그러나 어떤 어른도 그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이유야 여럿이겠지만 덩치도 크고 호전적인 대화 모습에 대화나 훈육이 통할 것 같지 않은 자포자기의 심정일 것이다. 워낙 겁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뉴스로 자주 나오며 묻지마 범죄 같은 무서운 일이 실제로 자신에게 닥칠 수 있으니 말이다.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들고 욕설을 남발하는 그 아이들의 심리는 도대체 어떤 것일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답이 나오질 않는다. 주변의 어른들이 한 명이 아닌 단체가 그들에게 공공장소에서 예의를 갖출 것을 정중하게 요청하거나 가르친다면 나아질 수 있을까? 얼마 전 학교에서 교사의 훈육에 불만을 품고 교사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과연 일반 어른에게는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떤 해코지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우리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기도 한 듯하다.


단순히 아이들의 문제라고 치부해 버릴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개인주의가 심화되면서 각자는 사회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의식이 약해졌고 이것이 점점 공고했던 사회적 문화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지 않은가 짚어봐야 한다. 법이나 행정적인 차원의 엄격한 기준 마련도 중요하지만 사건이 벌어지기 이전 예방의 차원에서 보자면 우리가 소중한 문화를 지키기 위한 동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한다. 각자의 자유와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야 함을 우리 모두가 앞장서 알려줘야 하는 어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진: UnsplashEugene Prod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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