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통은 고독을 낳고

깊은 생각 속으로

by 타조

밤을 길게 뒤척인 사람은

안다, 고통의 얼굴을.

고통이 어색한 웃음으로 포옹하고

반갑다는 말속에 자신을 욱여넣어

잠입한 그 밤을 잊지 못한다.


피곤에 지쳐 잠들었다가

고통의 속삭임에 다시 눈을 뜨고

몽롱함, 꿈인지 현실인지.

기어코 동이 트는 풍경을 마주하다가

아! 어렴풋이 본 것도 같다.

손짓하는 죽음을.


<고통의 밤, 2025, 자작>




평화롭던 일상은 느닷없이 들이닥친 고통으로 돌연 일촉즉발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즐거움과 행복의 의미가 퇴색되고 찬란한 빛을 잃는다. 빛을 잃어가는 모든 것들과 다르게 고통은 가장 어둡고 무거운 빛을 무섭게 내뿜는다. 우리의 모든 감각을 마비시키고 온 정신을 자신에게 향하도록 강요하며 마음을 짓눌러 우리를 세상과 단절시킨다. 모든 감각이 무뎌지며 우리의 정신은 고독의 무대로, 깊은 생각의 바다로 향한다.


의식과 무의식이 전환되는 밤에도 우리는 고통으로부터 헤어 나올 수 없다. 의식의 흐름은 끝없이 이어지고 심장은 고통의 레퀴엠을 연주한다. 피로를 이기지 못한 의식이 잠시 무의식의 상태로 전환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몽롱한 무의식의 한가운데를 뚫고 의식이 다시 솟아오른다. 의식은 고통이 초대한 고독의 무대에서 수많은 생각을 수없이 반복적으로 조립하고 분해한다. 괴로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다는 처절한 욕구가 샘솟다가도 몽롱한 정신과 피로한 육체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이 몸과 마음을 점령한다.


한밤 중 고통에 신음하는 괴로운 이의 숨소리와 뒤척이는 몸짓은 참으로 애처롭다. 손을 뻗어 누워 있는 그를 안고 따뜻한 체온을 나누며 위안이 되어주고 싶다. 사랑의 온기는 혹독하고 어두운 고통 속의 유일한 빛의 등대가 되어 고독의 바다에서도 죽음이 웃으며 내민 손을 뿌리칠 수 있는 힘이 된다. 눈을 맞추며 살갗을 대고 체온이 그대로 전달되는 따뜻한 포옹으로 감싸고 싶다. 잠시나마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외롭다고 느끼지 않게. 위안 속에서 더 나은 고독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고통은 고독을 낳는다. 혹독한 고통이야말로 고독의 순도를 높이고 삶을 완성시킨다. 고통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탐구하고 바람직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고통은 고독으로의 초대라는 믿음으로 한겨울 봄눈처럼 꿋꿋이 견뎌내자.


"고통은 인간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1821-1881>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02화지나간 시간을 추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