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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am YS Apr 05. 2024

밥알이 굴러다닌다

첫 미국출장에서

신나는 파격이었다.

첫 해외출장을,  미국으로, 그것도 비즈니스석으로.


그렇게 도착한 90년대 산호세의 첫날은 전혀 맡아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던 냄새와 새소리에 정신을 놓았었고...


투숙할 아파트 건물 구석 곳곳에 끼고 있는 영화에서나 보던 풀장들을 지나치면서, 

은근 기대하던 수영복차림의 파격(?) 실루엣은


전혀 보이지도 않았고(실리콘밸리다)... 


한 때 합병으로 이름을 'Albertson'으로 바꾸었다가 돌아왔다

이내 먹거리 걱정에(다행히 마켙이 숙소로 잡은 아파트 단지 옆에 있었다) 눈치반 실수반으로 장기간(3달 출장 계획으로 왔었다) 먹을 재료들을 속성으로 담아 나오고.


솥밥이야 대학 때 가던 캠핑에서 자주 하던 터라 능숙하진 않지만 이내 밥을 준비하고, 차로 20분 떨어진 한인 마켓(가이리 마켓, 지금은 문 닫았다)에서 골라온 재료들로 간단히 찌개를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매장에서 주로 팔던 쌀이다. 안남미: 당시 쌀모양이 눈에 익숙하지는 않았다. 

적당히 뜸을 들이고 뚜껑을 여니...


밥알이 날아다닌다. 굴러다닌다.


대충 때우고 한국의 여자 친구(지금의 아내)와 통화하니, 그 쌀이 말로만 듣던 '안락미(안남미)'란다. 

동남아와 유럽에서 주로 먹는 쌀이다. 


Costco에서 찾을 수 있는 '일반미'이다.


국물이 스며들지 않기에 찌개와는 궁합이 잼뱅이라, 구석에 치워두고 우리가 흔히 먹는 '칼로스'로 다시 들여놓곤,

다시 올린 밥의 뜸 들을 때 이내 침이 돈다.




그때 푸대접하던 안남미가 이곳 미국 내 중국식당의 메인요리와 잘 어울린다는 것을 수년이 지나 느꼈고.


한국에 들어와 접하는 중국집의 쫄깃한 햅쌀이 이젠 낯설다.



한 끼만 먹고 아파트 찬장 한편에 밀어놓은 '안락미'가 문득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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