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시골대가집'
식사 도중에 중년의 주인장은 늘 '식사는 어떠냐'는 질문을 정중히 던지고는 수줍게 지나가곤 했다.
당시(90년대다) 한국에서도 드물게 먹던 거친 막된장찌개를 곁들인 열무보리 비빔밥은 이 집의 시그니쳐인듯했고.
두 평 남짓 여섯 테이블이 채 안되게 길게 놓인 식당은 한국에서의 흔한 분식집 크기였지만,
제육볶음부터 갈비까지 원하는 주문을 다 소화하는 그야말로 '교포식당'이었다.
일주일 중 5일을 회사 Cafeteria에서 기름지게 먹고 난 후,
주말이 시작되기 전에 Detox 하는 기분으로 들렀던 것 같다.
미국에 처음 도착한 후부터 접했던 주인아저씨('사장님'으로 2000년대에 호칭이 바뀌었다)의 식사 중 인사는 늘 변함이 없었고...
시간이 흘러 Bay로 이주해 돌아온 90년대 말에도 그의 수줍게 웃는 모습의 인사는 한결같아 반가웠고.
그새 가게는 크기를 부쩍(3배나!) 늘려 나름 아메리칸드림을 이루어 나가는 것으로 보였다.
새천년 들어 fine dining의 바람과 함께 보기 좋은 요리들을 내어놓는 한식집이 동네에 하나둘씩 나타나 자리 잡으며, 시각에 예민한 세대의 발길을 붙잡지 못해 간판을 바꾸게 되고...
허름한 90년대 style로 꾸민 NewYork의 '기사식당'이
현지인들의 K-food 열광으로 줄 서는 모습을 TV news로 접하면서,
지금은 떠나고 없는 '시골집' 주인아저씨의 웃는 모습이 잠시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