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versal Studio에서
90년대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아슬아슬 타는 기구보다는 세상을 들었다 놨던 영화들을 보여주는데 주력했던 것 같다. 여러 군데 흩어져 있던 각종 화제의 영화 세트장들을 군데군데 보여주고 즐기는데 주력하던 것이 21세기로 넘어가며 각종 탈것들과 체험기구 위주로 변화해 갔다.
집이 차로 15분 거리인 죄로, 지인이 놀러 오면 우선 데리고 가는 곳이 이곳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되어버렸다. 언젠가는 한해에 방문한 횟수가 거의 10회에 다다를 정도로...(매번 일 년 정기권을 끊어야 하는지를 아내와 고민하고는, 이번이 마지막일 거라 하고 돌아서곤 했다)
그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아내에게 종종 불안과 공포감이 몰려올 때가 있어(본인은 타지에서 생활하며 온 '공황장애'일 거라 주장은 하는데...) 이게 순식간에 왔다가 돌연 깜쪽같이 사라져서, 여러 상황에서 조심은 하고 있긴 했지만 스튜디오 관람차('코끼리차'로 불리는)를 타고 가던 도중에 발작적으로 나오는 것은 예상 못했었다.
'킹콩'이 기다리고 있던 건물에 들기 전에 불안을 느끼던 아내가 갑자기 노란 비상'stop' 줄을 당겨 차가 서고, 바로 뒤를 따르던 Emergency 차가 와서 아내와 딸아이를 옮겨 태우고 종점으로 가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그야말로 'happening'으로, 걱정으로 내내 조아리며 tour를 마치고(당시에 '삐삐' 밖엔 없었고) 종점에서 만난 아내의 표정은 의외로 밝다. 구조팀이 '별일 아니니 걱정하지 말고 쉬어라, 이런 일이 종종 있다'며 안심을 시킨 것이 많이 도움이 되었나 보다.
이후 방문부터는 '코끼리차'는 건너뛰게 되었고, 부부가 주로 그늘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손님들의 관람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바뀌었고, 그러다가 눈을 돌려 광장 반대편의 City Walk으로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또 바뀌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