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해야만 하는 것, 잘하는 것.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서 귤을 3개 정도 까먹으며 글감을 생각했다.
나는 평범한 대학교를 나와 회사에 취업하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일을 경험할 수 있었다.
예대를 졸업하고 춤을 그만둔 뒤 막막했던 나는 닥치는 대로 해보고 싶던 일,
관심 있던 일에 도전했고 취업까지 성공해서 많은 일을 했다.
30대의 나에게 가장 크게 남은 것은 사회적 경험치와 좋은 사람들이다.
남들보다 돈을 많이 모았다거나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그 덕에 글감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 돈은 따라올 것이다.'
춤을 추며 생각했던 나의 지론이다.
살면서 어떤 일을 그렇게 미치도록 좋아하고, 열정적으로 해낸 것은 춤뿐이기에
당연히 버티고 버티다 보면 나는 유명한 안무가가 되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은 그렇지 못했고 나는 많은 방황과 우여곡절을 통해 35살에 길을 잃은 채 글을 쓰고 있다.
인정욕구가 강해서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만 하는 것에 대한 열정이 높았고 잘 해내고 싶어서 파리바게뜨 카페기사 교육 때 전체 1등으로 수료를 마쳤다.
다만, 그 이유로 가장 바쁜 매장에 배치되어 몸이 많이 안 좋아졌지만 첫 사회생활을 너무 맵게 당한 탓에 그 뒤에 일들은 수월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최근까지 일했던 마케팅 회사에서도 나름 인정을 받으며, 그만둘 때 대표님께서도 "언제든 다시 와. 연락 꼭 해. 기다릴 거야"라고 말씀해 주실 정도로
최선을 다해서 일했다. (자만이 아닌 나의 성향이다)
주변에서도 일을 잘 해낸다는 소리도 곧잘 듣곤 했는데, 난 사실 이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자 나의 커리어 쌓기 위한 발판이었기 때문에 버틴 것이다. (좋은 사람들 덕분에 버티게 된 것도 포함된다)
그렇기에 열심히 해야만 했고 결과적으로는 나름 잘하는 일이었다.
회사를 관두고 괴리감이 들었다.
어느 회사든지 고민은 있을 거고 아무리 좋은 회사라 한들 불평불만은 생길 것이다.
좋아하는 것만 쫓을 수도 없을일이며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는 없지만
내가 그 일들을 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버티는 것이 인생사가 아닐까.
정답은 없다.
춤을 그만두고 회사를 다닐 때 비보잉댄서 중에 친한 동생을 만난 적이 있는데
나 다시 춤추고 싶다. 댄서들 부럽다.라는 말을 했더니
"누나, 그냥 추면 돼. 하고 싶으면 연습실 가서 그냥 추던지 집에서 추던지 춤은 어디서든 출 수 있어."
라는 대답이 돌아와 머리를 띵하게 한 적이 있다.
맞아. 그냥 하면 되는 것인데.
굳이 이거로 돈을 벌어 세계 최강이 되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고 하고 싶은 거면
그냥 하면 되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 발로 나는 연락이 뜸했지만 한때는 많이 친했던 댄서 언니의 연습실을 찾아 같이 춤을 추고 영상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기억이 있다.
지금도 언제고 나는 춤출 준비가 되어있고, 아마 이 만큼 좋아하는 일을 죽기 전에 찾을 수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