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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퇴사일지 06화

퇴사한 지 16일 차

by 한은성

가급적 매일 글을 적자.라는 목표를 두고 나서

강제성이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에 글감이 떠오르거나

쓰고 싶은 글이 생겼을 때만 글을 작성했었다.

그러던 중 '브런치 연재'를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월, 수, 금으로 설정하였는데

강제성이 부여되니 갑자기 밀려오는 부담감이 들었지만 적잖이 이런 것 또한 필요하겠다 싶었.. 는데

어제 글을 쓰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다음 챕터에서 써보도록 하겠다) 앞으로 꾸준히 써봐야지.

예전에는 글에 멋을 부리고 멋진 단어나 문장을 써보려고 했었는데

이 퇴사일지는 내 솔직한 감정들과 벌어지는 상황들 내 마음속 이야기들을 적어보려 한다.

비록 누가 보지 않을지라도 내 자신에게 솔직하기 위해서.


퇴사 후 어쨌든 아빠에게 약속해 둔 돈, 3월에 몰린 친한 친구들의 축의금을 빼니

나에게 남는 돈은 넉넉히 쉴 만큼은 되지가 않아 금방 이직을 해야 될 거 같다.

그래도 괜찮다. 술을 줄이니 확실히 지출은 줄어서 약속을 많이 잡지 않으면 족히 3달은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이직을 하고 나면 또 바빠질 테지만, 이번에 가는 회사는 그래도 워라밸은 좀 지켜줬으면 좋겠고

내가 조금이라도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더욱 신중해지는 것 같다.

예대를 졸업하고 서비스직 3년, 그 뒤에 여러 가지 배운다고 방황한 몇 년을 허비한 뒤

들어간 회사는 마케팅회사였는데 네이버 상위노출 위주로 하는 대행사였다.

마케팅의 관심이 생겼던 이유는 나를 브랜딩 하거나 혹은 내가 창작하여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마케팅을 배우려 하자니 돈도 많이 들고 그렇다고 사무직 경험도 없는 내가 어딜 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을 때 나를 유일하게 받아준 곳이 바이럴마케팅(광고대행사) 회사여서 들어갔다.

글쓰기를 좋아해서인지 나름 인정을 받으며 일했지만, 더 이상 배울 점이 없다는 판단 하에 그만두게 되었고

1년 동안 원고작가 프리랜서로 일을 하며 마케팅 기획 쪽이나 일해보고 싶었던 레이블(엔터테인먼트 사)등

50개 이력서를 넣었지만 단 1곳에서만 연락이 왔었고, 면접을 1시간이나 봤는데도 탈락했다.


결국 내가 또 갈 곳은 바이럴마케팅 쪽일까.. 모아둔 돈은 다 떨어져 가고

그래도 이전보다 나은 회사를 가기 위해 서치를 하다가 바로 전 회사를 가게 된 것이다.

물론 나는 전 회사에서 얻은 것과 배운 것이 참 많다.

좋은 대표님과 팀장님 그리고 팀원들을 만났기에 성장하였고 인정받으며 일했다. (나는 인정욕구가 강한 편인 거 같다)

7개월짜리 경력도 인정해 주어 경력주임으로 입사해 2년을 일했는데 사실 바이럴 쪽은

내가 하고 싶던 마케팅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평생 일하기에는 어렵겠다 싶었고 범위를 넓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바쁘고 야근이 많다는 핑계로 쳇바퀴 돌듯 살아가며 발전이라는 건 1도 없었고 제자리걸음이었다. 언제고 그만둬야지 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내 나이에 이 경력으로 어딜 갈 수 있겠나 싶어서

많이 망설이고 망설이던 찰나 몸이 망가져서 의도치 않게 그만두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예체능을 한다는 것이, 버티는 것이

이렇게나 힘들고 어렵다는 걸 이제 와서 많이 깨닫는다.

아무리 잘하고 능력이 있어도 상위 1%만 인정받는 예술계에서 살아남기는 정말 어렵기도 하고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은 현재도 강사를 하며 알바를 하며 전전긍긍 투잡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나도 뛰어난 능력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버티고 버티다 저렇게 됐을까

그러면 나는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현재에 감사한다.

춤밖에 몰랐던 그때의 나는 우물 안 개구리 그 자체였기 때문에

사회 밖의 상황을 잘 인지하지 못했고 미숙했었다.

지금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고

덕분에 다른 일도 접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이 좋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춤 동영상을 보며 나도 모르게 행복감을 느낀다.

1:1 레슨 했을 때, 수강생이 점점 춤을 잘 춰질 때.

같이 합을 맞출 때

친구들과 대회에 나가서 1등을 했을 때

솔로배틀에서 8강까지 갔을 때

내 이름이 불려서 무대에 설 때..

그때의 감정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나에게 보물 같은 시간들이다.

잊지 못할 감정들과 나를 빛나게 했던 순간들이라 많은 미련이 남는다.


다시 한다고 해도 그때 감정은 느끼지 못할 것 같다.

나는 많이 변했고, 성장했고,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우리나라 무용수들을 응원한다.

특히 내가 전공했던 스트릿댄서들이 스우파라는 프로그램으로 세상에 나와 알려지고

아는 얼굴들이 각종 CF나 방송에 나오는 것을 보며 흐뭇함을 느끼고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내가 시작했을 때와 달리 많은 발전이 있지만 더욱더 댄서들에게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정말 뛰어난 댄서들이 많은데 기회의 장이 없는 게 현실이라서.


단지 업으로 댄서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나는 죽을 때까지 춤을 사랑하고 출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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