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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납

by 오성진

용납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사랑과 용서에 관한 의미를 마음에 녹이고자 노력을 했습니다. 용납과 용서는 다른 개념이지만, 심리적으로는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용서하지 못하는 것과 용납하지 못하는 것은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을 받아들일 마음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죠. 그래서 같은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자주 마음 상하는 일들을 겪습니다. 그런 마음이 되면 하던 일이 멈추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되기도 하지요.

분노하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성경말씀을 마음에 떠올릴 때가 많습니다. 그 말씀은 "분노를 참는 것은 성을 빼앗는 것보다 낫다"라는 말씀과, "분노를 참는 것은 장수보다 낫다"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시간은 걸렸지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분노가 조절되어 가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도 조금씩 커져 갔습니다. 그렇게 변해오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용서가 되지는 않는 것이 늘 마음의 짐이었습니다.


올해 봄에, 브런치북의 주제를 생각하면서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이 '용서'였습니다.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데 가장 문제가 된 것이 분노였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마음 상태를 비교해 보면, 마음의 짐이 훨씬 가벼워졌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가벼워졌을 뿐, 분노하는 마음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우스운 것은, 마음의 짐이 가벼워졌다는 자각이 들었을 때,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과 동시에, 은근한 분노가 다시 솟아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한 것은,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더 이상의 분노는 떠올리지 않고 바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는 것이죠.


"불행하게도, 웃기려고 노력할 때처럼 용서하려고 인지적으로 노력하면 할수록 용서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종교적 의무로서 강요된 용서는 혈압을 높이는 반면, 공감과 사랑에 의해 중재된 용서는 그렇지 않다. 원한을 품고 상처를 음미하는 것은 혈압을 높이고 맥박을 빠르게 하는 반면, 피해를 입은 자가 피해를 준 자의 상황에 공감하고 용서를 상상할 때 심장에 해가 되는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조지 베일런트 (행복의 완성 120페이지))


용서라는 것은 논리적인 것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베일런트의 말에 공감이 됩니다. 그의 말대로 억지로 웃기려고 한다고 웃음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의지를 가지고 용서하려고 한다고 용서가 안 되는 것이죠. 웃음이 터져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웃을 수 있는 것처럼, 마음에서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솟아날 때 용서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베일런트 교수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에 따라서 내 마음을 움직여보려고 했습니다. 베일런트의 말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계속 읽고 또 읽어가는 동안에, 조금씩 용서란 무엇이고, 내 마음이 분노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그의 말에 공감이 커져 갔습니다.


용납-용서는 공감에서부터 이루어집니다


분노가 내 마음을 지배하지 않도록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 사람의 상황에 공감하는 것이었습니다.

공감. 그것이 답이었습니다.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공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거듭되면서 내가 목숨을 걸만큼 그렇게 마음에 짐을 담고 있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나에 대해서 갖고 있는 마음이 과연 진정한 내 모습인가 하는 점도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나에게 모욕을 주었다고 해서 내가 모욕을 당할 만큼의 인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그에게 내가 모욕해도 좋을 상대로 느껴졌다는 것은, 그 당시의 그 자신의 마음상태에 따른 것이었다는 것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내가 가져야 할 나의 몫을 채간 사람에 대한 분함도 생각을 해보니, 그 입장도 이해가 됩니다. 죄의식이 없기 때문이지요. 당연히 자기 몫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거죠.(이것을 연민이라고 하더군요)


"그래, 그럴 만도 하다. 그런 것 가지고 다투는 것도 우습지."


오랫동안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문제들이 이렇게 해서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계속 내 마음은 가벼워져 갑니다. 글 쓰면서 마음이 더 정리가 되어가고 있는 덕분입니다.


세상은 멈추는 법이 없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내가 마주해야 할 상황은 항상 변화무쌍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라도 나를 불편하게 할 상황은 일어날 수가 있는 것이죠.

그렇다고 항상 경계의 마음으로만 살아가다가는 편할 날이 없을 겁니다.


깨닫기만 해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집니다.

그래서 늘 마음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지요.


21세기는 영성의 시대라고 합니다.

영성이라는 것은 긍정적인 생각으로 세상을 보는 것을 말합니다.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 영성을 키우는 것이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가 하는 것에 마음이 휘둘리면 편안한 시간이란 찾아오지 않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탁한 공기가 고여 있을 수밖에 없지요.

그렇기 때문에 바람이 부는 것은 신선함을 위한 것입니다.

마주하는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용납하는 마음. 공감하는 마음.

자신을 행복하게 해 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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