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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

구관이 명관이다

by 오성진

올해를 마무리하면서 마음에 떠오르는 말이 있습니다.

"구관이 명관이다"

그 말의 뜻을 깊이 생각해 봅니다.


우리의 본성 가운데 고쳐지기 힘든 것이 몇 가지 보입니다.

감사한 것을 자주 잊어버리는 것

기다렸으면 좋았을 것을 그렇게 하지 못한 것

미루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외에도 있겠지요.


이 본성들은 우리의 기억에 묶여 있습니다.

기억에 묶여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평상시에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억해 내기 전에는 마치 알지 못한 것으로 생각을 하고 마는 것이죠.


"모든 기억을 항상 활성화하면, 뇌는 뜨거워져서 폭발해 버린다"

언젠가 읽은 뇌과학책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내가 조금 과장해서 표현했습니다만, 기억의 창고에서 꺼내어 두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들까지 떠올려 놓으면 컴퓨터 CPU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처럼

뇌도 열 때문에 견디지 못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뇌는 몸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25%를 사용한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뇌는 사용하면 할수록, 뇌신경세포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더욱 활성화시킵니다. 그래서 필요할 때 신속하게 정보를 끄집어낼 수 있도록 합니다.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죠.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한 지식이 꺼내지기 위해서는 아마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평소에 생각을 잘 정리하고 필요한 지혜들을 자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결혼. 참 좋은 것이죠. 사랑하는 사람과 항상 함께 있으니 얼마나 좋은 것인가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여건만 되면 빨리 맺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할 겁니다.

행복한 상상으로 늘 즐겁겠지요?


이렇게 기다리다가 결혼을 해서 한 집에서 살게 됩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렇게 원하던 결혼이었는데, 왜 다툼이 생길까요?

때때로 다투는 일은 어떻게 보면 귀여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때에는, "내가 이런 사람하고 어떻게 더 살 수 있을까......" 하고서는 마음이 가라앉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도저히 못 참겠어. 이제 끝이야!" 하고 끝장내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같이 가는 길


오래전에 그리스 출신과 이집트 출신의 유학생들과 일 년가량을 같이 지낸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국비장학생으로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성격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만,

같은 방에서 생활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웠습니다.

3가지의 문화가 공존되고 있었던 공간이었으니 쉽지 않았었지요.

다만,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많지 않았을 때였기 때문에 늘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없었더라면, 굳이 그 안에 있을 이유가 없었겠지요.


높은 이직률의 시대


요새 젊은 사람들의 직장생활을 보면, 정말로 치열한 생활인 것 같습니다.

잘 나가는 회사일 수록 아침 일찍 출근했다가 야근을 밥 먹듯 하는 것 같습니다.

나도 한 때 우리 집 아이의 출퇴근과 야근의 기사노릇을 꽤 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매일을 살아가다 보니 소위 워라밸이라는 것은 꿈도 꾸기 힘든 생활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여기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차라리 내일을 찾아서 독립하자, 하고서는 앞날에 대한 계획 없이 퇴직을 감행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퇴직 후의 생활이 직장 다닐 때보다 마음이 편할까요?

후회하고 있는 젊은 퇴직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좀 참을 껄......" 하는 마음이 가득할 겁니다.

겉으로는 "아, 거기, 나한테는 정말 안 맞았어!"라고 말을 하지만 말입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정말로 자기의 적성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 직업이 정말로 자신에게 안 맞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해 보세요"

이 말은 '사이토 히토리'라는 일본의 기업가가 한 말입니다.


나의 딸이 자신의 전공 때문에 많이 방황하던 때,

나는 그 말을 딸에게 해 주었습니다.

"그 전공이 정말로 너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해봐!"

결국 딸은 완주했습니다.


결혼. 함께 가는 길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상당히 복 받은 일입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입니다.

지금은 인간이 이 세상을 지배하고 어서 안심하고 살고 있지만,

호모사피엔스가 살았던 환경은 포식자들에 둘러싸인 환경이었다고 합니다.

혼자서 지내다가는 언제 먹이가 될지 모르는 시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혼자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곳은 한정이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 가운데 혼자서 산속을 아무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는 분 계십니까?

풀이 깊이 우거진 곳을 말이죠.

무엇이 언제 나타날지 모릅니다.

그러나, 혼자가 아니라면 아마 다닐 만할 겁니다.

같이 다니는 사람이 마음에 맞든 안 맞든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같이 간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됩니다.


어떻습니까?

같이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는다면 말입니다.

생각은 각자가 다를 것입니다만, 그거야 상대방이 같이 있어주는 것에 대한 자신이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보험 가입한 것보다 낫겠지요?^^)


결혼하기를 얼마나 원했습니까? 그 사람과 같이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가슴 조마조마하면서 기다리던 시간이 많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는 그것을 잊어버리기 시작합니다.

"어머니는 늘 집을 깨끗하게 해 주었는데, 저 사람은 왜 그리도 지저분하게 살까"

"우리 아빠는 아무리 피곤해도 늘 엄마를 도와주었는데, 이 사람은 나에 대해서 정말 배려도 없어"


어머니는 살림에 익숙하신 분입니다. 어머니의 신혼 초의 서툴렀던 모습을 자식들은 전혀 모릅니다.

아버지는 신혼 초에 친구들 만나느라고 늦게 들어올 때가 많았다는 사실을 아는 자식들은 많지 않습니다.

혹시 지금도 친구들 만나고 회사 사람들 만나느라고 밖으로 도시는 아버지가 계실 수도 있습니다만,

신혼 때보다는 덜할 겁니다.


똑같은 과정을 겪으면서 부모님들도 지금까지 살아오셨지요.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부딪힘이 있었겠습니까.

그것을 다 넘어온 분들입니다.


자신이 선택한 사람. 그럼에도 자신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고 자기와 잘 맞을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을 겁니다.

새로 만난 사람과 지낸다고 할 떼

"아, 역시 옛사람들의 말씀이 맞아. 구관이 명관이란 말, 정말 진리야"


아마도 이렇게 생각하게 될 것이 확실합니다.


맞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긴 세월을 다른 세상에서 살던 사람이니까요.

그럼에도 자기에게 보여주는 관심을 생각한다면

그 사람이 얼마나 자신에게 고마운 사람인지를 알게 됩니다.


자신이 택한 사람입니다.

스스로 똑똑한 사람이고 생각해 온 자신이 택한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확실히 자신에게 맞는 사람입니다.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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