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주는 세 번째 이야기다.
일기 쓰기
새벽에 눈을 뜨면 바로 내 책상으로 나아와서 일기를 쓰고 있다. 매일 거의 같은 시간에 이 자리로 나아와서 노트를 펴고 만년필로 써 나가기 시작한 것이 벌써 20년이 넘었다. 쓰기 시작할 때는 잠이 덜 깨어서 정신이 몽롱하지 만, 일단 쓰기 시작하면 점점 맑은 정신이 되어 간다. 일기 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생각을 가다듬는다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잠을 깨면서 하루를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변했다. 그래서 써지는 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 페이지를 채우는데 10분 이상이 걸리던 것이 이제는 4~5분이면 한 페이지가 가득해지고, 그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서 새로운 빈 공간을 바라보면서 새롭게 채워야 할 것들에 무엇을 쓸 것인가를 생각하며 만년필은 계속 움직인다. 이렇게 해 나가다 보면 정신이 맑아지면서, 호흡도 가지런해져 가고, 점점 새롭게 시작되는 날에 이루고 싶은 일들이 가슴에 차 오르기 시작한다.
우리 딸이 일기를 매일 쓰고 있다는 것을 요새 알게 되니 내 마음이 든든해진다. 도중에 멈추지 말고 계속 써 나가면,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유익함을 하나 둘 깨달아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도 알고 있겠지만, 아빠가 쓴 일기노트가 창고에 가득하지? 일 년에도 두꺼운 노트로 3~4권은 쓰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쓰는 것이 얼마나 정신을 맑게 해 주는지, 일기 쓰는 마음이 생긴 것이 정말 감사하다. 너의 일기도 계속 쌓여가기를 바라고 있다.
아빠의 유산을 쓰기 시작하면서 깨닫고 있는 것
아빠의 유산을 쓰겠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너에게 주고 싶은 이야기를 쓰겠다는 생각만 했었다. 그렇지만 써 나가면서 깨달아지는 것은, 내 마음을 살펴보게 되어 간다는 사실이다. 너에게 주고자 하는 말이 나를 돌아보게 하는 말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작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커져가고 있다. 멈추지 않고 해 나가는 일에서 얻어지는 것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이 "시작은 반이다"라고 말한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처음에는 어설프게 시작하지만, 그 결과는 큰 열매를 맺게 되어 있다는 것이지. 그래서 처음에는 십 여편을 쓸 생각을 했다만, 브런치북의 최대게시가능 숫자를 다 채우고 싶어졌다. 아마 더 쓰고 싶은 생각이 들면 2편 3편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몸관리의 시작
아빠가 체조를 시작한 것이 10년이 되어가는구나. 처음 이 체조를 시작한 것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이 굳어가는 것을 느끼고, 어깨에서는 찌그덕 거리는 소리도 나고, 오십견 인가 하는 통증도 나타나기 시작해서였지. 그래서 시작한 것이 이제는 젊었을 때보다 훨씬 탄탄한 몸이 되어가고 있는 즐거움을 매일 아침에 맛보고 있다. 이것 역시 시작이 반이었다는 것을 알게 해 주고 있다. 처음에는 어찌나 뻣뻣한 몸이었는지 모른다. 요가매트를 깔아 놓고 누워서 체조를 하고 있는 것을 너도 알고 있을 것이다. 팔을 들어 올리면 관절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지. 지금은 팔들어 올리기를 한 번에 2,000개를 거뜬히 한다만, 처음에는 10개 하기도 힘들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 나가다 보니 100개 1000개로 계속 늘어나는 재미가 체조를 계속하게 해 주었다. 아침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렇지, 만약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면, 마음 같아서는 3,000천 개 4,000천 개를 해 낼 수 있을 것 같다.
아빠는 늘 몸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었지. 목도 기울어져 었었고, 오른쪽 어깨도 처져 있었고. 지금은 거의 반듯해진 것을 너도 알고 있지? 책상 위의 화면이 꺼진 모니터에 비친 내 자세를 보다가 내가 이렇게 몸이 기울어져 있구나 하는 것이 확 느껴졌다. 그래서 모니터를 보면서 척추를 바르게 세우는 연습을 시작했지. 바르게 했지만 조금만 딴생각을 하면 원래의 모습을 바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래서 다시 반듯하게 세우기를 매일 해 왔지. 그러면서 의자에 늘 기대고 있던 등을 떼어서 오로지 둔부만이 의자에 닿게 하고 계속 자세를 가다듬어 왔지. 그렇게 수년을 해 오니, 이제는 등받이에 기대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고, 변한 내 자세를 보면서 마음도 즐겁다.
규칙적인 반복이 나에게 일으킨 변화
매일 규칙적으로 하는 것들은 사실 별것 아닌 것으로 보일런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에는 에너지가 넘쳐서 몸관리를 하지 않고 며칠 동안 철야작업을 하더라도 쉽게 회복이 되니까 언제라도 그런 회복이 되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어느 순간이 다가오면,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 더욱이 지금의 사회처럼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에서는 각자의 환경에 따라서 나이가 들지 않았는데도 급격하게 쇠약해져 갈 수도 있는 것이지. 그렇지만 미리 준비를 하면 스트레스가 오히려 회복력을 키워주는 도우미가 되기도 한다.
50살이 되자마자 갑자기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지, 나에게 말이다. 어느 날인가, 자고 일어나서 책을 보려는데, 글자가 모두 뿌옇게 보이는 것이었다. 아직 잠이 덜 깨었나 하고 생각을 하고서 지금 몇 시인가 보려고 눈을 부미면서 손목시계의 자판을 봤지. 그런데 글자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거야. 이게 무슨 일인가, 어제 진료하고서 손으로 눈을 만졌었나 하고 생각을 했지만 그런 기억이 없었다. 그때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이 '노안'이 왔나 하는 생각이었지. 노안이 오면 걱정인데, 환자 진료를 안경을 쓰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가라앉고 말았다.
시력이 젊은 시절보다 좋아지다
매일 새벽에 성경책을 읽어 왔기 때문에, 책상에 앉아서 성경을 펴고 읽어보려고 생각을 했지. 성경책의 글자는 가독성이 좋기 때문에 노안 때문에 조금 흐리기는 해도 읽을 수 있었다. 초점을 맞추려고 한쪽 눈을 가리고 계속 글자를 뚫어지게 봤지. 점점 글자가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기를 30분 하고 나니, 읽히는 것이 훨씬 나아졌지. 그래서 매일 새벽에 시력회복을 위해서 성경을 펴 놓고 초점 맞추기를 계속했다. 그렇지만 진료실에서는 안경을 끼지 않을 수 없었지. 노안경을 말이야. 맨눈으로 진료를 하다가 안경을 끼니, 가까운 곳도 흐리고, 먼 곳도 흐려서 제대로 진료하기가 어려웠지, 게다가 마스크를 쓰고 진료를 해야 하니 수시로 안경에 김이 서리는 탓에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그래서 초점 맞추는 연습을 피나게 했지,
그렇게 해 나가다가 우연히 신문에서 핀홀안경의 광고를 봤지. 2주간 무료로 사용해 볼 수 있다는 광고였지. 그래서 바로 주문을 해서 착용을 했다. 놀라운 것은, 그 핀홀안경이 내가 그동안 해온 초점 맞추기를 해 주는 것이었다. 초점을 맞추려고 하면 안구이 근육이 심하게 긴장을 하는데, 그 안경이 그 역할을 해 주는 것이었어. 그래서 바로 구입을 해 버렸지. 그렇게 시작한 것이 벌써 20년이 되어가는구나. 그렇게 막연한 기대로 시작한 것이지만, 지금의 내 시력이 거의 2.0이 되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 이 나이에 안경 없이 환자의 입안 구석구석을 정밀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감사할 일이지.
젊은 마음과 건강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요새 디팩 초프라(Deepak Chopra)의 책이 인기인 모양이다. 조우석 선생으로부터 선물을 받아서 읽어보고 있는데, 내가 체험해 온 것 그대로를 그의 책에서 확인하고 있다. 다만 그 책의 너무 복잡한 설명이 오히려 도전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디팩 초프라의 이야기 중에서 딱 한 가지만 마음에 두면 얼마든지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하고 있다. 체험을 통해서. 그것은, 자신이 건강하게 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꾸준히 규칙적으로 살아가면, 이 세상을 떠나갈 때까지도 건강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오래전에 104세의 방지일 목사님이 우리 교회에서 1시간 넘게 설교를 해 주셨는데, 그 나이에 젊은이들보다도 더 반듯한 자세로 힘차게 말씀을 해 주셨던 것만 보더라도 꾸준한 관리는 모든 것을 건강하게 해 준다고 믿는다.
"나의 살아 있음을 두고 맹세하노니 내 귀에 들리는 대로 너희에게 해 주리라" 민수기 14장 28절.
아빠가 너에게 자주 해 주던 말씀이지? 늘 기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