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다섯 번째 이야기를 할 때가 되었구나.
고마운 선물
네가 기억할는지 모르겠다만, 일본에서 잠시 귀국을 하던 날이었지, 공항에 나가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데, 가깝게 지내던 일본인 부인이 우리를 보고서는 어디 가느냐고 물었지? 그래서 한국에 가는 길이라고 했더니, 웃으면서 손에 들고 있던 선물을 주셨어.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느냐? 케이크 상자에 들어 있던 아이스크림 케이크이었지. 아마도 그냥 보내기가 섭섭해서 자기가 먹으려고 샀던 케이크이었을 거야. 참 감사한 선물이었어. 그런데 문제가 있었지. 그것을 미행기에다 실어서 서울까지 가져와야 하는데, 그 사이에 녹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 그래도 어떡하겠느냐? 예약했던 택시가 곧 도착할 시간이 되었으니 집의 냉장고에다 두고 올 수도 없었고, 또 두고 온다고 하더라도 주신 그분에게 미안한 일이 되고 말지 않겠니? 그래서 캐리어 두 개와 작은 가방 두 개, 거기에 선물로 받은 아이스크림 상자를 택시에 싣고 공항으로 갈 수밖에 없었지.
우리 세 사람의 팔이 여섯 개뿐이고, 너는 짐을 들만한 나이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 손을 잡아야 할 나이였으니, 다섯 개의 짐을 나와 엄마가 가지고 움직여야 했지.
그렇게 해서 공항에 도착해서 항공사 직원에게 부탁했더니 고맙게도 비행기 냉장고에 보관해 주었지. 그렇게 서울로 가져왔는데, 집으로 가는 시간 내내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을 계속 마음이 쓰였지.
고마운 선물이 나에게는 짐이 되어버리고 말았던 거야. 그리고 그 이후에 그분을 뵐 때마다 그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지. 지금도 기억이 나니 말이야. 아이스크림은 어떻게 되었냐고? 스튜어디스들이 드라이아이스를 잔뜩 넣어서 보관해 준 덕분에 집에 도착했을 때까지도 전혀 녹지 않았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먹으면서 그분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와 한참 웃었지. 그리고 감사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책선물
아빠는 읽고서 감동을 받은 책을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에게 사서 나눠주는 것을 매우 좋아하지. 너에게도 여러 권 사 주었지? 그런데 어제 "그 책들을 과연 그들이 읽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나도 다른 분들로부터 책을 선물 받는 경우가 있거든? 그런데 많은 책들이 한 번도 읽지 않은 채로 책꽂이에 꽂혀서 수년간 그대로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야. 그래서 너에게 어제 물어보았던 거야. "내가 사준 셀리그만 책 읽었느냐?" 하고 물었더니 너는 "예, 조금씩 읽고 있어요" 하면서 웃었지? 나는 네 속을 간파했지. 안 읽는 줄 알았거든. 그래서 "별로 안 읽었구나"라고 말했더니 네가 "네, 너무 어려워요. 심리학책들은 참 읽기 어려워요"라고 말해 주었지. 그 말을 듣고 내가 얼마나 내 중심적인가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나는 그런 책들을 늘 읽고 있으니까 읽기가 쉽고, 그리고 내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이 많이 얻어져서 너무 좋거든. 그래서 그 좋은 것을 주지 않고서는 마음이 불편해. 그래서 너에게 사 준 것이었지. 그런데, 너의 마음은 전혀 헤아리지 않았던 것이지. 만일 네가 사고 싶었던 책이었다면 너는 "와!" 하면서 얼굴이 환해졌겠지?
원하지도 않는 것을 받는 것은 참 부담스럽지, 준 사람의 성의를 무시할 수도 없지만, 자기에게는 지금 필요하지 않은 것이니 말이다.
그래도 책을 사주는 일은 매우 좋은 일이고 귀한 일이니까, 그 책들을 앞으로 틈틈이 읽도록 하거라.
성경 말씀에 이런 구절이 있다. 말씀을 전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찌 들으리오 " 전하는 사람이 자신이 필요한 바로 그때에 전해주면 얼마나 좋겠느냐만, 그렇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전해 준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알고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 많지 않으냐?
자기중심적인 생각이 문제가 이렇게 두 가지 면이 있단다.
이것을 잘 살펴보면, 먼저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먼저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지,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해 주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 보는 것이 먼저지. 양쪽 모두 상대방에 대한 헤아림이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이지. 그러고 나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마음에 두어야 한다는 것. 참 중요한 것이야. 이런 말을 해 주고 있는 아빠도 늘 나부터 생각을 하지, 하지만 나 중심에서 상대방을 헤아리는 마음으로 많이 변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야.
아빠는 최근에 4권의 책을 선물 받았다. 두 권은 많이 읽었는데, 나머지 두 권은 아직 책꽂이에 그대로야, 이 글을 썼으니 꼭 읽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