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너에게 네 번째 이야기를 해 주고 싶구나.
어린 시절의 나의 꿈
아빠는 아주 어렸을 때 대통령이 되고 싶었단다. 너무 큰 꿈이었다고 생각이 되느냐?
그때 나에게는 전혀 큰 꿈이 아니었어. 멋진 모습으로 세상을 마음대로 만들어가고 싶었거든. 내가 "대통령이 될 거야!"라고 이야기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단다. 그건, 어린이가 말하는 이야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런 꿈을 생각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지, 아이들이 무슨 꿈을 꾸더라도 그것은 좋은 것이니까.
국민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꿈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이건 내 환경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 직장이 서울에서 부평으로, 그리고 다시 서울로 옮겨 오면서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좀 위축이 되어갔지. 부평으로 내려가니까 서울에서 왔다고 좀 멀리했고, 부평에서 서울로 가니까 1년 사이에 촌놈이 되어 있었거든. 그래서 조용히 학교를 다녔지. 그러면서 다시 시작을 하게 된 거야. 다행히 평생 친구들을 거기서 만났지. 그래서 잘 뭉쳐 다니면서 함께 꿈을 키워나갔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좋은 직업, 높은 보수, 권력 있는 자리를 바라보는 친구들이 많았지. 그러다 보니 나 역시 그런 것이 목표가 되어버렸지. 그렇게 긴 세월을 살아오다 보니 이게 괜찮은 삶인가, 이런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더욱이 조우석 선생이 찾아와서 "선생님의 비전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내 마음은 뭐라고 말할 수 없이 공허해짐을 느꼈지. 그때부터 그 의미라는 것을 찾는 삶이 시작되었다.
삶의 목표는 무엇부터 생각을 해야 할까?
어떤 때는 지금의 직업을 내려놓고 목회자의 길로 가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의외로 이 방향의 생각을 오랫동안 해 왔지. 오죽하면 택시기사가 "목사님이시죠?" 하고 물었겠니. 그러나 삶의 기쁨을 느끼지 못했지. 열심히 공부를 해도 그것이 즐거움이 되질 못했다. 과연 어떤 목표를 세워야 삶이 기쁨이 될 수 있을까? 끊이지 않는 고민이었지. 그러다가 기회가 왔다.
방황하는 청소년
나이차이가 40년이나 되는, 갖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과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40년의 세대차. 내가 중고등학교 교사를 해 보았다면 그런 나이 차이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너보다 어린 학생들과 지낸다는 것은 아무리 교회라고 해도 어려운 일이지. 너도 알겠지만, 교회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진구'라고 부르지. 그 친구들과 소통이 되어야 내 역할을 할 수 있어서 그들과 섞이기 위해서 나를 확 낯 주고, 내가 더 어려지려고 무던히 노력했지. 그러면서 매주일 만날 때마다 그 친구들의 활발함 뒤에는 어려움도 함께 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친구들도 삶의 목표 때문에 방황하고 있었던 거야.
중고등학교 시절. 나도 그 시절을 보냈지만, 꿈이 컸더라도 그것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은 전혀 주어지지 않았지. 오로지 대학에 합격하는 것만이 목표였지. 그러니, 그 시절에 무슨 꿈을 키울 수 있었겠니? 기껏해야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 밖에는 말이다. 지금은 상황이 더 나쁘다.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너무 힘드니 무엇을 바라고 살아야 할까.
삶의 목표를 찾아가는 청소년들
삶의 목표라는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의 삶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거기에 관해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 다.
우리가 어디에 관심을 기울이고, 얼마나 강하게 얼마나 오랫동안 주의를 기울이는 가를 결정하는 것은 목표다. 목표는 다시 크게 본능과 학습으로 형성된다.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들의 총합이 곧 우리의 인생이다.
- 몰입의 재발견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저 /김우열 옮김 / 한국경제신문 발간
그런데 교회학교 교사를 해 나오는 동안, 나는 꿈을 찾아가는 친구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그들은 사회가 생각하는 꿈, 그런 꿈보다 더 행복한 꿈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었어.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들이 사회에서도 높은 성취를 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지. 그래서 그 친구들과 15년을 보내면서 나는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았지. 그 희망을 이야기해 줄께.
3년간의 고등학생의 시간 동안, 그 친구들은 아침 7시 반에 시작하는 고등부 예배에 빠지지 않고 나왔다. 메년 새로운 일 학년이 들어오니까, 나는 10년간 그 친구들의 3년간의 고등학교 생활 중의 성장을 보아 왔지. 그리고 그들의 성취를 보면서 우리나라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았어. 그 친구들은 매주 7시에는 교회로 와서 예배를 준비했지. 내 반 친구들은 늘 10명 안팎이었고, 6개 반 정도가 매년 있었다. 예배가 끝나고 다시 각 반으로 나뉘어서 10명 정도씩 한 반을 이루고, 담임 선생님들과의 시간을 한 시간가량 가지고, 또, 끝나면 나름대로의 활동을 하다가 집으로 가는 것이 그 친구들의 주일의 일과였다.
삶의 목표를 찾은 친구들의 삶
그런데 놀라운 것은, 다른 반은 모르겠다만, 내 반의 학생들 가운데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친구들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지. 그리고 반 이상이 소위 인서울이었어. 더 놀라운 것은,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후배들을 위해서 자기들이 교사가 되겠다고 지원들을 하는 것이었지. 그래서 지금도 나와 함께 지내던 그 친구들이 꾸준히 후배들과 주일을 보내고 있지. 그들은 방학이 되면, 국내선교, 해외선교를 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동년배 청년들은 방학에는 주로 자기 계발을 하는 데 시간을 쓰고 있지? 그러나 이 친구들은 달라.
그들의 삶의 목표는, 뒤를 잇는 후배들을 성장시키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후배들의 더 나은 삶의 목표를 위해서 그들 자신들의 삶에 충실한 것이지. 시간을 헛되게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이 그들에게는 늘 가득한 거야. 자신들이 택한 길이 늘 기쁘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는 것이지.
너도 교사를 해 보았기 때문에 내 이야기를 읽으면서 네가 활동했던 시절의 기쁨들이 떠 올랐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빠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너는 이미 어떤 삶이 의미 있는 삶일런지. 내 삶의 목표는 어떻게 세워야 할 것인지, 네가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어떤 마음으로 키워야 할는지를 가슴속에 그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삶이 가치 있는 것이라는 확신이 설 때 삶은 가슴 뛰는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