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루지 말고 바로 시작해라

by 오성진

아빠가 너에게 주고 싶은 첫 번째 이야기야


너는 호기심이 많았던 아이였지? 무엇인가를 보면 그것을 따라 하면서 본 것 이상으로 표현하려고 했던 네 모습이 많이 기억이 난다.

아직 유치원을 다녔을 때였을 거야. 아빠가 현관으로 가다가 네 방에 눈이 갔지. 너는 바로 배웠던 발레 연습을 하고 있었어. 아주 멋진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아빠의 눈이 가자 그만 멈춰 버렸지. 더 멋진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었을 거야.

너에게 미래의 꿈을 물어보면 외교관이 되고 싶어 할 때도 있었고, 건축가가 되고 싶어 하기도 했지. 유창한 영어로 연설을 하고 싶어서 영어로 말하기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지. 나와 엄마가 권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지원을 했던 네 모습이 기억이 나는구나.


스스로 하는 마음


호기심이 많으면 하고 싶은 일이 늘어나게 되지. 세상에는 자신을 나타내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고, 새롭고 신기한 것들이 쉬지 않고 나오고 있잖아? 그것들에 자꾸 눈이 가고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게 되지. 아빠도 마찬가지였어. 그래서 정말로 많은 것들을 해 보았다. 운동 빼놓고는 마음에 떠올랐던 것에 도전해보지 않았던 것이 거의 없을 거야.

공부도 그랬지. 같은 반 친구들이 쉬는 시간에 서로 퀴즈를 내면서 누가 먼저 정답을 맞힐까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는데, 그 정답을 맞히느라고 수업시간에 정신을 빼았겼다가 때때로 선생님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나를 보고서는 일으켜 세우시고 벌을 주곤 하셨지.

그런데 워낙 하고 싶은 것이 많다 보니, 끝까지 한 일이 적었던 것 같다.

이 습관이 잘 고쳐지지 않았지. 대학원시절까지도 내 호기심은 끝날 줄 몰랐다.

그래도 학위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서 그 기간에는 집중을 해서 결국 논문 완성을 했고, 그것으로 학위를 받았다. 아마도 내가 시작해서 끝낸 것이 처음으로 인정받은 순간이었을 거야.


미루지 말고 해야 한다


머릿속에 떠오른 것들을 쫒아서 새로운 일들에 빠져 들었는데, 내 기억에 남아 있는 끈질겼던 것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이었다.

연구실에서 집으로 돌아와서는 어머니가 차려 준 저녁을 먹으면, 어머니는 나의 하루 일과를 묻곤 했지. 나는 어떤 질문이었는지 전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그래, 그래?"만으로 답하곤 했다. 그리고 저녁식사가 끝나자마자 내 방으로 들어가서 밤새 키보드를 두들겨 가면서 프로그램을 완성해 나갔지.

아마 내 생애 처음으로 미루지 않고 했던 일 일 거야.

그런데, 미루어 놓은 일들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너에게 해 주고 싶었던 것들, 엄마에게 해주고 싶었던 것들, 연구자료를 더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했던 일들, 찾아야 했던 자료들을 미루어 두었던 일들.

생각해 보니 수도 없이 많구나.

중요한 것들이 참으로 많이 뒤로 밀려 버리고 말았다는 것을 시간이 흐를수록 깨달아진다..

바빴다는 이유로 미뤘던 것인데, 우선순위를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정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확실히 안다.


해야만 하는 일은 미루면 절대로 안된다는 것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그래서 아빠가 오래전에 배운 것이 있는데, 그것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그것은 노트 한 면을 네 등분해서 1 사분면, 2 사분면 , 3 사분면, 4 사분면으로 나누는 거야.


일의 우선순위 알기


우선순위 기록표

1 사분면에는 중요하면서도 급한 일,

2사분면에는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

3 사분면에는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

4 사분면에는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

이렇게 적어 놓는다.







여기에 자기가 해야 할 일들을 각 분면에 적어 넣어가는 거야.

적어 놓고 보면, 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적힌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내 마음이 제일 먼저 갔던 일들이었다.

프로그래밍하기, 인터넷 서핑하기, 친구들 만나기 등등

그런데 급하면서도 중요한 일들을 보면, 내가 가장 미루어 두었던 일로 가득했어.

가족과 함께 해야 할 일들, 인사 가야 할 일들, 연구자료 찾는 일들, 다가온 강의준비하는 일들.


왜 이런 가 생각을 해 보았지.

몇 가지 이유를 찾았는데, 중요한 일들 가운데 미룬 것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 경우나, 힘이 드는 일들이었다.

중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은 일들에 마음이 갔던 이유는, 내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고자 하는 무책임함이 원인이었어.


몰입하는 생활


미루는 일들의 공통점은 모두 중요한 일들이었다는 사실이야.

그래서 해야 할 일이라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라면, 반드시 시작을 해야 한다.

이런 일들을 할 때 필요한 마음은 몰입을 하는 것이야.


집중을 하다 보면 피로감이 오게 되는데, 몰입하지 않았을 때는 그 피로감이 많이 오게 된단다.

진정한 몰입은 시간의 왜곡이 일어나거든. 무슨 말인가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면서 일을 하게 되는 거야. 재미가 있기 때문이겠지?


그런데 재미만이 아니다.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깨달아지면 몰입할 수가 있지.

어려운 책이라도 어느 순간에 갑자기 의미가 깨달아지기 시작하지. 너도 경험이 있지? 유익한 책이라고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어서 지루했지. 하지만 좋은 것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계속 읽다 보니, 빠져들어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 경험 말이야.


중요한 일이라는 것들이 그렇다. 더욱 그렇지. 미루지 않고 마음을 쏟으면 점점 그것의 중요함을 깨달아가게 되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되지.


현대는 오히려 몰입하기 좋은 세상이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되고 필수품이 되다 보니, 검색플랫폼을 볼 수밖에 없지.

그러면 관심을 끄는 텍스트, 숏영상등이 수도 없이 나오고, 그것들을 클릭하게 되지.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지.


그런데 그렇게 하다가 멈추고 나서 느껴지는 감정을 한번 생각새 보려므나.

갑자기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느냐?

그것에 들어가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피로감이 몰려온다.

즐거운 느낌은 하나도 들지 않지.


그 피로감을 너는 이렇게 생각할 거야. "오랜 시간 집중을 했으니 당연한 일이지"

그렇지만 즐겁지 않다는 것은 무엇으로 답변할 거지?

뒷 맛이 좋지 않은 것 말이야.


우리 뇌는 기가 막힌 구조로 되어 있지.

우리들에게 해로운 것이 접근을 하면 긴장을 하고서 대비할 수 있도록 신체 곳곳에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몸에서 스트레스 반응물질들이 쏟아져 나오지. 대표적인 것이 당질코르티코이드(glucocorticoids)라는 것인데, 그것은 에너지를 쏟아내도록 하거든. 그러니까 몸의 에너지가 점점 고갈되어 가서 피곤해지는 거지.


그런데, 유익한 것에 몰입을 하면 어떻게 될까?

처음에는 비슷한 반응이 일어난다. 역시 당질 코르티코이드가 분비가 되지.


그런데 말이야, 우리 뇌의 전전두엽이 판단을 하면서 긴장을 일으키는 것을 멈추게 해 주거든.

그러니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쏟아져 나왔던 것들의 양이 줄어드는 거야. 그래서 피로감이 쌓이지 않는 것이야.

그러니까 몰입하더라도 멈추지 않게 되어서 편안하게 그 일을 해 나갈 수가 있게 되거든.

그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되는 거지.

그것을 몰입을 연구한 사람들이 하는 말로 "시간의 왜곡"이 일어나는 거야.


어떠냐? 중요하지 않고 급하지도 않은 것에 마음을 빼앗기면 피로감이 쌓이지만,

중요하면서도 급한 일에 집중을 하면 편안해지는 이유가 이해되지?


오늘은 너에게 중요한 일은 절대로 미루지 말라고, 마음에 새기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모든 일의 기본이라고 생각을 해서 첫 이야기로 주고 싶었다.

keyword